사랑은
사랑은

(원제 : Love Is)
다이앤 아담스 | 그림 클레어 키인 | 옮김 이현진 | 나는별

(발행 : 2017/03/27)


한때 ‘Love is’라는 카툰이 꽤나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죠. 한 컷 그림과 함께 사랑에 관한 짤막한 문구를 보면서 공감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책 “사랑은”을 보며 오래전 그 카툰이 떠올랐어요. 영문 제목까지도 똑같이 “Love Is”, 그림책에 담긴 달콤하고도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  만나 볼까요?

사랑은

나비를 쫓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기 오리가 소녀를 우연히 만난 곳은 공원 입구였어요. 아기 오리를 집으로 데리고 온 소녀는 한밤중에도 밥 달라 꽥꽥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 오리를 정성스럽게 보살펴줍니다.

여전히 엄마 손이 필요할 것 같은 어린 소녀가 머리맡에 아기 오리를 두고 책임감 있게 보살피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대견하면서도 또 안쓰러워 보이기도 해요. 사랑이라는 것이 핑크빛 낭만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은

아침 내내 졸리고
목욕할 때마다 난장판이고
늘 장난 치고
말썽을 부려도

언제나 다시 평화로워지지요.

사랑에는 책임감과 희생이 따르는 것임을 아기 오리를 돌보는 소녀를 통해 보여줍니다. 밤새 울어댄 아기 오리 때문에 눈꺼풀은 천근만근, 난장판이 된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보여요. 그래도 아기 오리와 함께 하는 평화로운 순간만큼은 소녀에게 더없는 행복입니다.

소녀와 아기 오리, 꼭 엄마와 아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부족한 잠, 해도 해도 끝없는 집안 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짧고 얇았던 옷들이 어느새 두툼해졌어요. 그리고 소녀 곁에는 어느새 성큼 자란 아기 오리가 있어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하는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오리, 그런 오리를 바라보는 어린 소녀의 눈빛에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나타납니다.

다 자란 오리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온 소녀는 연못가에서 오리를 친구들에게 보내주었어요. 떠나는 오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이 외롭고 쓸쓸해 보입니다. 혹여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소녀의 뒷모습에 그녀의 복잡한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요.

오리를 보내고 돌아온 소녀는 처음과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사랑은 보고 싶고
자꾸자꾸 생각이 나고
모든 걸 함께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거예요.

사랑은

계절은 무심하게 흘러 다시 봄이 찾아왔어요. 소녀가 입은 노란 원피스가 지난 겨울 떠나 보낸 아기 오리를 생각나게 합니다. 소녀는 계절이 변하듯 아기 오리도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기에 아끼고 사랑하는 아기 오리를 놓아줄 수 있었겠죠. 누군가를 향해 온 마음을 다해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 본 경험은 소녀의 마음까지도 한층 성장시켰습니다.

사랑은

사랑은 나를 기억할까 가슴이 두근두근하지만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나는 거예요.
그리고 곧 알게 되지요.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요…….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던가요. 다시 만난 소녀와 오리가 꼭 닮아보입니다. 다시 만난 오리를 보면서 소녀는 그들의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사랑이 더 깊고 커졌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가족을 잃어버린 아기 오리와 소녀의 이야기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랑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 “사랑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아낌 없이 베풀고 헌신 하는 것,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것, 상대의 행복을 위해 나의 아픔을 견뎌낼 수 있는 것, 그리움의 강물 속에서도 꾹 참고 기다릴 수 있는 것, 오리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소녀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그림책 가득 담겨있어요.

사랑은 감정을 증폭 시키는 마법이라고 하죠. 사랑에 빠진 이들은 전보다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울고 더 크게 감동하죠. 그리고 사랑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듭니다. 그림책 소녀처럼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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