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책표지 : Daum 책
왜냐면…

글/그림 안녕달 | 책읽는곰
(발행 : 2017/04/17)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어항 너머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나가는 엄마와 아이 모습이 참 다정해 보입니다. 무슨 재미난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걸까요? 두 손 꼭 잡고 이야기 나누며 걷고있는 두 사람을 물고기들이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해요.(우리 집 물고기들도 우리 가족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살피고 관찰하는 엄청난 참견쟁이거든요.^^)

해마다 여름이면 참신한 그림책을 선보여온 안녕달 작가, 시원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때 이르게 우리를 여름으로 데려다주는 그림책 “왜냐면…”입니다.

왜냐면

유치원 하교 시간, 엄마에게 선생님이 무언가 담긴 종이 가방을 건넵니다. 엄마는 ‘어머’하며 선생님이 건네주신 종이 가방을 받아들었어요. 무얼까 궁금해 유심히 보았지만 종이 가방에 담긴 것의 정체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후두둑 파란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노란 우비 입은 아이, 노란 우산을 쓴 엄마, 아이처럼 신이 난 노란 강아지, 비 내리는 비취색 바닷가 마을 풍경이 한적하고 고즈넉하게 펼쳐지는데요. 저 멀리 서둘러 빨래를 걷으러 나오는 아주머니만이 홀로 다급해 보여 웃음을 자아냅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비는 왜 와요?

하늘에서 새들이 울어서 그래.

‘왜?’라고 묻는 아이의 일상적인 질문에 엄마의 엉뚱한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왜냐면

아이는 다시 엄마에게 ‘왜?’하고 묻고 엄마는 그 이유를 또 설명해 줍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왜냐’고 묻는 아이에게  엄마는 ‘왜냐면’하고 답을 해주며 끊임없이 정다운 대화를 이어갑니다.

한 장은 아이의 질문, 다음 장은 엄마의 대답. 아이가 질문을 할 때 두 사람은 돌담집을 지나고, 시장을 지나고, 물고기 가게와 떡볶이 가게를 지나면서 바닷가 마을이란 현실의 공간 속에 있어요. 반면 엄마가 그 이유를 설명할 때는 화면 가득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물고기가 ‘더럽대요, 더럽대요~’하고 단체로 놀려서 펑펑 눈물을 쏟는 새들, 등이 가려워 목욕탕에 가는 물고기들, 초록색 이태리 타월로 구석구석 서로의 등을 세심하게 밀어주는 물고기들로 말이죠.

왜냐면

새들이 우는 이유는 물고기가 더럽다고 놀려서 우는 거래요.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살아서 매일 씻는데 새는 잘 씻지지를 않으니 놀림을 당할 수 밖에 없겠군요. ^^ 물고기들이 이렇게 계속 씻는 이유는 등이 가려워서고, 가려운 등을 긁지 못하고 계속 씻는 이유는 효자손이 없어서이고… 물고기에게 효자손이 없는 이유는 물고기가 자꾸 밥을 뱉는다고 효자손이 떠났기 때문이라는 엄마의 기발하고 엉뚱한 설명들!

엄마의 대답을 가만히 살펴보면 두 사람이 지나치는 풍경 속에 그 이유가 들어있어요. 이렇게 엄마는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서 본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재미난 이유를 찾아내며 대화를 이어 갑니다. 아이의 호기심은 끝없이 이어지고 엄마의 상상력은 끝없이 펼쳐집니다.

왜냐면

그렇다면 물고기는 왜 자꾸 밥을 뱉는 걸까요?  그림책 속 엄마는 그 이유가 밥이 매워서래요. (저는 예전에 아이의 질문에 밥이 커서 물고기가 조금씩 잘라먹는 거라고 이야기해줬는데 이런 무미건조한 대답이 어딨을까 싶어 그림책을 읽다 웃었어요. 그림책 못 보고 자란 세대라서 상상력이 부족한가 봐요.^^)

물고기 밥이 매운 이유는 물고기밥 농장 옆에 고추밭이 새로 생겼기 때문. 그러고 보니 물고기 밥이 빨간 색인 이유도 그래서일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놀랍도록 세심한 관찰력이 페이지마다 돋보입니다.

왜냐면

똑같은 꽃분홍 미용실 모자를 쓰고 있는 할머니들의 낯익은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옷 가게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맞을만한 바지를 하나 골랐을 때 아이의 ‘왜?’라는 질문이 끝났어요.

음… 엄마, 내 바지도 고추밭 옆에서 자랐나 봐요.

어… 왜?

아이의 ‘왜?’가 엄마의 ‘왜?’로 바뀐 순간, 아이의 천진난만한 대답이 이어집니다.

오늘 유치원에서 바지가 맵다고 울었어요.

왜냐면

선생님이 건네주신 종이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드디어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바지가 맵다고 울었다’는 표현이 어찌나 참신한지 보고 또 보고 또 보면서 웃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엄마처럼요.

왜냐면비가 지나간 앞마당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떠올랐어요. 맵다고 울었으니 물 줘야겠다던 아이의 바지는 물 실컷 마시고 빨랫줄에 대롱대롱 걸렸고요. 아이와 엄마는 큰대자로 누워 편안하게 낮잠 삼매경에 빠졌어요. 소소한 행복이 작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풍경입니다. 아이 발치에 놓인 “왜냐면…” 그림책이 마지막까지 웃음을 선사하네요.(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정답이 없는 질문과 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 스스로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유를 찾으며 훈훈하게 마무리된 이야기에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집니다. 오래전 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들이 저에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 동안 그림책의 여운을 느껴봅니다.

성큼 다가온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 엄마와 아이의 재미난 대화가 톡 쏘는 사이다처럼 시원한 그림책 “왜냐면…”, 간결한 문장과 안녕달 작가의 매력인 여백을 많이 둔 그림에서 보이는 편안함, 그리고 독특한 색감이 잘 표현된 그림책입니다.

삶에 정답이 있을까요? 자신에게 맞는 답이 있을 뿐… 그 답을 찾아낸 꼬마가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