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산책
책표지 : Daum 책
소리 산책

(원제 : The Listening Walk)
폴 쇼워스 | 그림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 옮김 문혜진 | 불광출판사
(발행 : 2017/03/27)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소리라는 단어와 산책을 합쳐서 만든  “소리 산책”이라는 그림책 제목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바람에 날린 듯 휘날린 제목 글자체에서 휘리릭 휘파람 소리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작고 귀여운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올 것 같기도 해요.

나는 산책을 좋아해요.
주로 아빠랑 강아지랑 산책하죠.
강아지 이름은 메이저예요.
메이저는 너무 늙어서 빨리 걷지 못해요.

소리 산책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생각하면서 걷는 아빠와 어린 소녀, 킁킁거리며 앞서 걷는 늙은 개 메이저의 모습은 산책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는데요. 이 산책에는 약간의 특별함이 있어요. 이들은 산책하는 동안 말을 하는 대신 주변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걷는 ‘소리 산책’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소리 산책을 하는 동안, 나는 어떤 말도 안 해요.
대신 주변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죠.
말하지 않고 걸으면,
수많은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메이저의 발톱이 보도블록을 긁는 소리는 ‘사각 사각 사각 사각’, 느리게 걷는 아빠에게서는 ‘뚜벅 떠벅 뚜벅 떠벅’하는 구두 소리가 나죠. 운동화를 신은 소녀에게서는 발소리가 나지 않아요. 주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잔디 깎는 기계 소리, ‘스읏 스읏 스읏’ 속삭이는 소리가 나거나 ‘피잇 피잇 피잇 피잇’ 소리가 나는 잔디밭 스프링클러 돌아가는 소리는 산책길에 만나는 듣기 좋은 소리예요.

소리 산책

반짝반짝 새 자동차가 내는 소리, 낡은 차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 모퉁이를 돌 때 내는 바퀴 소리, 갑자기 멈출 때 내는 브레이크 소리, 자동차들이 내는 소리도 저마다 다 달라요. 자전거 벨 소리, 애애~ 하고 울기 시작해서 응아 응애 응애 점점 커지는 아기 울음소리, 제트기 지나가는 소리, 농구공 튕기는 소리……

아빠와 함께 소리 산책길에 나선 소녀가 만나는 다양한 소리를 글자의 크기와 간격, 배치를 달리해서 표현해 글자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했던 소리도 찬찬히 귀 기울여 들으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소리 산책

하이힐을 신고 또각 또각 걷던 예쁜 언니의 구둣소리는 버스가 오자 신나게 리듬을 탑니다. 푸쉬이이이익 버스 문이 열리고  크르으으으으으으응! 다시 출발할 때까지 이렇게나 다양하고 재미난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니, 그동안 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또 느끼며 살았던 걸까요? 어린 소녀의 해맑은 마음과 눈 그리고 귀를 통해 듣고 보는 세상은 맑고 밝고 경쾌하고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소리 산책

마을을 나와 도로를 지나는 동안 이런저런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산책을 하던 소녀와 아빠, 늙은 개 메이저가 공원에 들어섰어요. 공원은 길에서와는 달리 조용해요. 하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아빠의 구두 소리는 오솔길에서 부드럽고 경쾌해져요. 새들이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리, 모이를 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녀는 즐겁고 행복한 소리 산책을 합니다.

소리 산책

길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소리들이라면 조용한 공원은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맑고 고운 소리들로 가득해요. 새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지그시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소녀의 머리카락을 바람이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있어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자연이 연주하는 소리를 맛보고 있는 소녀는 평온하면서도 행복해 보입니다.

소리 산책

소리 산책은 정말 근사해요.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구나 동네를 산책하며 들을 수 있어요.
누구나 정원을 걸으며 귀 기울일 수 있지요.

밖에 나가지 않아도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소리는 어디에나 있지요.
고요히 앉아 귀 기울여 봐요.

소리 산책을 하고 있는 소녀는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마치 달관한 명상가를 보는 느낌이에요. 집으로 돌아와 애완 생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조차도 차분하고 평화로워 보이는데요. 이런 소녀의 방안 풍경과 대조적으로 창밖에는 요란스럽게 비가 쏟아지고 있어요.  쏟아지는 빗속을 허둥지둥 달려가는 아이들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 소녀와 아빠, 메이저가 소리 산책을 아주 적절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소리에서 감촉이 느껴지고 색깔이 보이고 냄새가 느껴지는 놀라운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 “소리 산책”, ‘들어 본 적 없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주인공 소녀처럼 오늘 특별한 소리 산책을 나서 보세요. 마음과  귀를 열고 세상에 귀 기울여 보세요. 다양한 소리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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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 소리 산책

  1. 표지에서부터 기분좋음이 막~ 느껴져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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