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질간질

간질간질
책표지 :Daum 책
간질간질

글/그림 서현 | 사계절
(발행 : 2017/04/25)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 2017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위로 몰린 동그란 눈동자가 꼬불꼬불 튀어나온 한 가닥 머리카락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입은 보이지 않아도 분명 동그랗게 오므리고 있을 거예요. 엄지와 집게손가락이 이미 꼬불꼬불 튀어나온 머리카락의 운명을 쥐고 있습니다.

간질간질

간지러워서 머리를 긁었더니
머리카락이 떨어져
내가 되었네.

좌측에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여섯 개의 머리카락이 우측의 여섯 명의 나로 변신했어요. 떨어진 자세 그대로 변신한 모습이 재미있죠? ^^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나’의 탄생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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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들과 춤을 추었지.

춤추는 아이들처럼 글자들도 춤추고 있어요. 펄럭이는 글자들이 첫 번째 아이가 들고 가는 깃발처럼 보입니다. 원래의 ‘나’에게서 나온 분신들을 ‘나들’로 표현한 점이 참신하게 느껴지네요. 자신의 모든 것(심지어 자신에게서 나온 똥이나 오줌까지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요.

동작도 표정도 똑같은 이들, 이미 표정이 무언가 재미난 일을 찾은 것 같아 보이는데요. 왼손 올리고 오른손은 가슴에, 앞으로 전진 전진, 착착착! 익살맞은 표정의 일곱 꾸러기들이 한 첫 임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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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른 채 요리에 전념하고 있는 엄마 조르기. 모두 다 같이 ‘밥 주세요. 간식 주세요. 용돈 주세요, 용돈 7개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가 정신없이 엄마를 졸라대는 아이들, 시끌시끌 떠들썩한 음성이 지원되는 것 같아요.

다음은 퇴근하신 아빠를 격하게 반겨주기, 하교하는 누나 골려주기. 말타기 하자 숨바꼭질하자며 아빠를 조르고, 일곱 명이 합체해 누나 보다 더 큰 모습으로 변신해서 누나를 골려주었어요. 어리다고 눌리고 막혀있던 아이들의 욕망과 불만이 이렇게 유쾌하고 발랄하게 팡팡 터지고 발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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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시작된 즐거운 에너지는 점점 커지고 커져 이제 집 밖으로 발산됩니다. 양팔로 더듬이를 만들어 밖으로 전진 전진! 콩콩콩콩 유쾌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나들의 행진을 엄마와 아빠와 누나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요.

여기서 잠깐! 똑같은 동작, 똑같은 옷, 똑같은 표정. 그렇다면 이들 중 진짜 원본인 ‘나’는 누구고 누가 나의 복제본 ‘나들’인지 혹시 구분하셨나요? ^^ 똑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진짜 ‘나’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어요. ‘나’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맨 앞에서 지휘하고 있거나 뒤에서 살펴보면서 ‘나들’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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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즐거움에만 몰두하는 나와 여섯 명의 또 다른 나들, 이야기는 집 안에서 집 밖으로 산으로 하늘로 바다로 거침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무엇을 만나든지 스스로 흥겹고 즐거운 나들, 나들이 지나간 자리는 그들이 뿌린 즐거운 에너지로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됩니다. 횡단보도를 가볍게 뛰어 건너고 사람들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넘어 멀리멀리까지 간 이들은 높은 산도 넓은 바다도 거침없이 뛰어넘어요.

간질간질

나들아 춤을 추자.

지나는 곳마다 벌어지는 한바탕 흥겨운 춤판, 사랑스러운 일곱 명의 개구쟁이들을 따라 글자도 그림자도 춤을 춥니다. 이들을 따라 엉덩이가 들썩들썩해지는 기분, 그들의 흥겨움이 그림책을 넘어 나에게까지 오롯이 전달되는 기분이에요.

그렇게 한참을 들썩들썩 흥청흥청 뛰어놀다 보니 너도나도 머리가 또 간질간질 간질간질해졌어요. 일곱 명이 동시에 간질간질해진 머리를 벅벅벅 긁어대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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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간질

오예!!^^

수많은 나들 가운데 나 찾기~ 찾으셨나요? 나들의 나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생겨난 수많은 나들은 일제히 신이 났어요.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한자리에 모여 신바람 나게 떼춤을 추고 있는데 어디선가  ‘위이이이이잉’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와 동시에 수많은 나들에게 닥쳐온 커다란 위기, 이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힌트는 엄마가 자주 사용하시는 물건이라는 점과 나들의 본래 정체입니다.

나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 상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림책 마지막 부분에서 확인해 보세요.

상상의 세계에서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튀며 신나고 즐겁게 뛰어놀다 돌아온 아이의 표정은 밝고 희망찹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원 없이 놀다 왔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완벽하게 정리된 환한 공간에서 ‘오예!’하고 외치는 아이의 모습에는 작은 미련도 남아있어 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이 가진 원초적 에너지와 무한한 상상력이 한가득 펼쳐지는 그림책, 나를 똑 닮은 나들이 저지르는 말썽을 바라보며 나를 무한정 무작정 하염없이 사랑하게 되는 그림책,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고 신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 “간질간질”.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고 온몸이 근질근질해집니다. ‘오예!!’하고 외치며 산으로 들로 뛰어나가고 싶어집니다.

즐겁고 기분 좋을 때, 몸도 마음이 지칠 때 유쾌 발랄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마법의 주문을 외쳐 보세요. ‘나들아 춤추자’ 하고 말이죠.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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