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문제
책표지 : Daum 책
중요한 문제

글/그림 조원희 | 이야기꽃
(발행 : 217/4/14)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중대한 발표라도 하려는 걸까요? 두 손을 모아 쥐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한 사람, 안경 너머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 그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는지 알 순 없지만 무언가 아주 심각해 보인다는 것만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

문제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되었어.

수영강사 네모 씨에게 어느 날 갑자기 원형탈모가 시작되었어요.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하게 뚫린 정수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네모 씨의 표정을 보면 이 문제 때문에 그의 마음이 현재 얼마나 심란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

고민 끝에 찾아간 병원에서 심각한 표정과 몸짓으로 의사가 말했어요.

“심각하네요.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먹는 약, 바르는 약, 주의 사항을 드릴 테니 반드시 처방대로 따르세요.”

‘Dr. Thick’ 라고 쓰여있는 명패가 소소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러고 보니 탈모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머리숱도 많고 팔에도 덥수룩하게 털이 나있네요. 아주 Thick~ 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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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씨는 의사의 처방대로 통풍을 위해 모자를 벗었어요. 땀 나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의사 말에 자전거 출퇴근, 새벽 달리기, 주말 등산을 그만두어야 했지요. 뜨거운 목욕을 삼가야 했고 좋아하는 강아지도 멀리해야 했어요. 커피와 초콜릿을 제외한 검은콩이나 검은깨 같은 검은색 음식을 열심히 먹어야 했고, 하루 3번 식후 30분에 약 복용, 2시간 마다 연고 바르기, 틈날 때마다 두피 마사지하기, 일주일에 2번 침을 맞아야 했습니다.

그동안 습관처럼 즐겨 해왔거나 좋아했던 일들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되었고, 새로이 꼭 지켜야 할 일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들 뿐입니다.

중요한 문제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의사의 말은 오히려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어 네모 씨를 찾아옵니다.

중요한 문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 때문에 삶은 자꾸만 팍팍해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네모 씨는 좋아하는 개그 프로를 보고도 웃지 않게 되었고,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서버렸어요. 동전만 한 크기로 시작되었던 문제는 네모 씨의 삶을 지배하는 아주 커다란 문제가 되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중요한 문제

결국 삶의 균형이 심각하게 어긋나 버리기 시작할 무렵, 절대 받아서는 안되는 스트레스의 정점에서 네모 씨가 찾은 방법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었어요. 아주 오랜만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온 네모 씨. 욕실 문 사이로 새어나온 빛이 컴컴한 마루를 비추듯, 오랜만에 욕조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그동안 어둡고 답답했던 네모 씨의 마음도 환해지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문제

오랜만에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니 정말 좋았어.
물결이 찰랑찰랑 기분 좋게 흔들리고
마음은 점점 편안해졌지.

중요한 문제

네모 씨는 오랜만에 활짝 웃었어

결국 그날 밤 네모 씨는 이제껏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과감한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겼어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해 왔던 것들, 일상에서 늘 함께 해왔던 그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네모 씨가 활짝 웃었어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된 문제는 그렇게 끝을 맺습니다.

눈앞에 닥친 문제로 갈등하는 네모 씨의 심정을 강렬한 원색의 그림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과감하고 유쾌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중요한 문제”,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그림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진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있는지, 지금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움켜쥐고 있는지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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