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춤
책표지 : Daum 책
밥.춤

글/그림 정인하 | 고래뱃속
(발행 : 2017/05/22)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 2017 한국출판문화상 후보작


“밥.춤”이란 제목을 보고 생각해 보았어요. ‘밥’에 관한 이야기일까? ‘춤’에 관한 이야기일까? ‘밥춤’도 아니고 ‘밥.춤’이라니 밥과 춤 사이 ‘.’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밥과 춤은 어디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춤이 덩실덩실 나올 만큼 맛난 밥 이야기일까? 아니면 밥 생각이 절로 날 만큼 열정적으로 추는 춤 이야기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오르는 궁금증과 함께 그림책을 펼쳐봅니다.

밥.춤

사라락
사라락
사라락
사라락
사라라락 –

노란 재킷을 낚아채는 세탁소 아주머니의 재빠른 손길, 한 손에는 다리미를 다른 손에는 재킷을 들어 균형을 맞추고 발꿈치를 살짝 들어 한 마리 학처럼 고고한 자태로 서있는 세탁소 아줌마의 우아한 몸짓에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오~~ 하고 말이죠. ^^

밥.춤

풍성한 통고무줄 바지 위에 커다란 전대를 차고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으로 파 한 단을 비닐봉지에 담으려는 야채가게 아줌마의 신바람 난 몸짓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매끄럽게 쭉 뻗은 파 한 단마저도 아줌마의 춤사위에 꼭 어울리는 소품처럼 보입니다.

페이지마다 넓은 여백 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춤사위가 재미난 소리와 함께 이어집니다. 노란 서류 봉투를 든 퀵 서비스 배달 아가씨는 휘리릭 휘리릭 바람을 가르며 바쁘게 달려가고 있어요. 차라락 착착 소리가 나는 청소 아줌마의 신들린 빗자루질에서 무림 고수의 절제된 우아함이 떠오릅니다.

밥.춤

음식 가득 담긴 쟁반을 머리 위에 층층이 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폴짝폴짝 뛰어 배달 나서는 밥집 아줌마들, 머리에 아슬아슬 무거운 짐을 이고도 날개 달린 비둘기보다 가볍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팔짱까지 끼고 걷는 그녀들이야말로 진정한 달인입니다.

밥.춤

세상을 여는 그들의 가뿐한 몸짓과 힘찬 발걸음 덕분에 오늘도 세상은 활기차게 돌아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찬 에너지가 재미난 소리를 이끌어 내고, 신나는 리듬을 만들어 내고, 소리와 리듬은 다시 멋진 화음을 이루어 냅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우리는 신나게 움직이고 있어요. 세상을 끌어가고 있어요. 따로 또 같이…

밥.춤

춤추고 있어요.

“밥. 춤” 아주 독특한 느낌이죠? 세탁소 아주머니부터 야채 가게 아주머니, 퀵 서비스 배달부, 청소부, 밥집 아줌마, 호떡 가게, 국수 가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땀방울의 흔적이 그들만의 춤사위로 이어집니다. 허공에 걸린 노란 재킷으로 시작되었던 우리 이웃들의 삶의 뮤지컬은 모두 함께 나와 떼춤을 추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멋지게 보여주듯이 말이죠.

그림책을 읽고나서 보니 밥벌이에 나선 이들의 춤, 밥심으로 오늘 하루를 열고 내일을 희망하는 이들의 춤사위이기에 그림책 제목이 “밥.춤”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밥과 춤 사이 중간 마침표의 의미는 잠시 여운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음… 웬지 밥춤 보다는 무언가 밥.춤이 좀 더 여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밥춤’이 삶을 위해 너무 바쁘게 내달리는 느낌이라면 ‘밥.춤’은 가운데 점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랄까요?)

땀방울 가득한 삶의 무대 위 힘들고 지친 우리 자신과 이웃에게 던지는 위로가 따스하게 펼쳐지는 그림책 “밥.춤”. 고된 삶의 현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은 짠한 느낌으로 다가오면서도 무언가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우리는 서로 함께 이기에…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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