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빙수

냠냠 빙수

글/그림 윤정주 | 책읽는곰
(발행 : 2017/07/07)


커다란 빙수 산에 올라가 모두가 즐겁게 빙수를 먹고 있습니다. 행복한 표정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 “냠냠 빙수”는 냉장고 속 식료품들의 한밤중 깜짝 쇼를 재미있게 그린 그림책  “꽁꽁꽁”으로 2016년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 주었던 윤정주 작가의 신작이에요. “꽁꽁꽁”에 나왔던 반가운 얼굴 호야네 가족이 그림책에 깜짝 등장한답니다.

냠냠 빙수

해님 자신도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는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 날, 멧돼지는 바위 위에 배를 걸치고 누워있고 여우는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어요. 수달은 양머리를 하고 계곡물에 몸을 동동 띄우고 있습니다. 물에 들어가서도 땀 뻘뻘이네요. 토끼는 세수라도 하려고 토끼 굴에서 나온 모양입니다. 어찌나 무더운지 동물들 모두 빠알갛게 익어버린 그런 날입니다.

호야네 가족은 더위를 피해 ‘쉬어 가는 집’에 왔어요. 아빠, 엄마, 호야가 땀 뻘뻘 흘리면서 허둥지둥 쉬어가는 집으로 향하고 있네요.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작고 아담한 쉬어가는 집,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걸 보니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집인가 봐요.

냠냠 빙수

쉬어 가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호야 가족은 서둘러 두꺼비 집을 올려 전기가 들어오게 해놓고 호야가 좋아하는 요구르트 빙수를 만들어 먹기로 했어요.

먼저 봉지에 우유랑 요구르트랑 견과류를 넣고, 마구마구 섞어요.
그다음 봉지 입구를 꼭 막고 납작하게 펴서 냉동실에 넣어요.
한참 기다렸다가
얼음 덩어리를 커다란 그릇에 담고,
신나게 으깨면……

달콤하고 시원한 빙수가 완성된답니다. 선풍기를 켜놓고 TV 앞에 앉아 빙수를 먹고 있는 호야 가족,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이네요. 그런 이들의 모습을 부러운 듯이 창밖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들은 바로 …… 하루 종일 무더위에 지친 토끼와 여우와 수달과 멧돼지였습니다.

냠냠 빙수

다음 날, 호야네 가족이 떠나자마자 쉬어가는 집을 찾아온 동물 친구들은 호야네가 한 것을 흉내 내 가까스로 전기를 켜고 각자 준비해 온 재료들을 모아 빙수를 만들었어요. 여우가 주워온 비닐봉지에 수달이 길어온 맑은 샘물을 붓고 멧돼지가 훔쳐온 꿀이 가득한 벌집을 넣고 토끼가 모아 온 산열매를 몽땅 쏟아붓고 마구마구 섞어서 봉지 입구를 막고 꾹꾹 눌러 펴서 냉동실에 넣었어요. 빙수가 별건가요? 좋아하는 재료를 듬뿍 담고 얼려서 와사삭와사삭 부숴서 시원하고 달콤하게 먹으면 되는 거죠. ^^ 각자의 방식대로 빙수를 만들어 다 함께 즐기는 호야네처럼, 동물 친구들처럼……

냠냠 빙수

그때 창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또 있었어요. 어젯밤 호야네 가족이 보던 뉴스에서 고향 북극에 가고 싶다고 울먹이던 바로 그 흰곰입니다. 창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흰곰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쉬어가는 집으로 뛰어들었어요. 동물 친구들은 남은 빙수를 흰곰에게 아낌없이 내주었어요. 선풍기도 틀어 주고 부채질도 해주고 그래도 더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흰곰을 힘을 모아 냉장고 안에 밀어 넣어주고는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쉬어가는 집에는 흰곰만 남았어요. 커다란 몸을 냉장고에 간신이 밀어 넣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흰곰만.

냠냠 빙수

더위에 지친 동물들이 단잠에 빠진 밤, 이대로 평화롭게 이야기가 마무리 되려나 싶었는데 어째 하늘에 뜬 구름이 예사로워 보이지가 않네요. 쉬어가는 집만 노란 불이 켜진 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내리치는 천둥 번개에 그만 전기가 나가 버립니다. 선풍기도 텔레비전도 냉장고도 꺼져버린 깜깜해진 쉬어가는 집이  점점 더워지자 흰곰은 냉장고에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렸어요. 그러다 그만 흰곰은 냉장고째로 데굴데굴 굴러 계곡에 빠지고 말았어요.

냠냠 빙수

가까스로 냉장고에서 몸을 빼냈지만 이미 뭍으로 돌아가기는 너무 늦어버린 상황, 친절한 동물 친구들과 이별한 흰곰은 냉장고에 의지해 마냥 떠내려갑니다. 계곡을 지나서 큰 강을 지나 바다까지 흘러갔어요. 빙산이 아닌 냉장고를 탄 흰곰이라니, 도대체 흰곰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요?

한참을 흘러가다 보니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글쎄요, 이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요? 흰곰이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고향인 북극에 가게 된 것일까요? 혹시나 또 다른 반전이 흰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호야네 가족이 숲 속 쉬어가는 집에서 시원하게 빙수 한 번 만들어 먹었을 뿐인데 그 빙수가 숲 속 동물들을 쉬어가는 집으로 불러 모으고 동물원에서 탈출한 흰곰까지 불러들였다 본의 아니게 이렇게 멀리 떠나보내게 될 줄이야…^^

그림책을 읽다 가만 생각해 보니 비빔밥과 빙수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가진 것을 이것저것 남김 없이 넣고 잘 섞어 다 같이 맛있게 나누어 먹는 비빔밥과 빙수, 그러는 사이 정과 사랑과 믿음이 생겨난다는 공통점이 있죠. 맛은 덤이고요. 그 모습을 동물 친구들이 아주 잘 보여주었습니다. 빙수로 더위를 식힌다는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 속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사건이 벌어진다는 재미있는 설정, 그리고 동물원에 갇힌 동물 친구들의 처지를 생각해 보고 지구 온난화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담은 그림책 “냠냠 빙수”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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