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멋진 날

이렇게 멋진 날

(원제 : The Beautiful Day)
리처드 잭슨 | 그림/옮김 이수지 | 비룡소
(발행 2017/09/10)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시커멓게 몰려온 먹구름이 세차게 빗줄기를 쏟아냅니다. 낮게 깔린 먹구름과 달리 빗속 산책 나온 아이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아이의 밝고 맑은 마음이 주변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어요. 후두두둑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걷는 걸음마다 찰방 거리는 물소리, 다닥다다닥 앞서 뛰어가는 강아지 발자국 소리가 파랗게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날

대낮인데도 창밖은 몰려든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한밤처럼 시커멓습니다. 집안에 갇힌 아이들이 무료한 표정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한 아이는 이제나 저제나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창밖을 보고 있고 또 한 아이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지루한 표정으로 엎드려 있습니다. 그때 오빠가 라디오 볼륨을 높였어요. 여지껏 나른한 정적이 흐르던 공간에 음악이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깨우는 몸짓처럼 오빠의 지휘가 시작됩니다. 두 동생의 눈빛이 흥미로움으로 반짝! 강아지도 이제 슬슬 놀아 보자는 듯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서 몸을 풀고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을 높은 음자리표로 생동감 있게 표현했어요.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지만 삼 남매가 있는 이 공간은 좀 전과 분명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멋진 날

음악이 마음과 마음을 이어줍니다. 흐르는 음악에 온몸을 맡기고 함께 춤추는 아이들, 뱅글뱅글 돌았다가 넓게 한 바퀴 더 빙그르르르, 모두 즐겁게 흥겹게 춤을 추고 있어요.

강아지와 토끼 인형까지 함께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나는 춤판이 시작되자 어느새 잿빛 기운은 사라져 버렸고 음악이 채운 이 공간에 아이들처럼 파란색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낸 활력 넘치는 에너지가 공간을 파랗게 물들이며 통통 튀고 있습니다. 다 함께 콩콩 쿵쿵 신나게 두 발을 구르며 준비 운동을 마친 아이들은 호기롭게 비 내리는 세상으로 나섭니다.

이렇게 멋진 날

이렇게 멋진 날…
우리는 첨벙첨벙 뛰고
룰루랄라 큰 소리로 노래해.

일렬로 서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텀벙텀벙 흙탕물을 튀기며 신나게 빗길을 걷는 아이들, 강아지도 덩달아 아이들처럼 신이난 이렇게 멋진 날! 첨벙첨벙 뛸 수 있어 멋진 날이고, 룰루랄라 큰 소리로 노래할 수 있어 멋진 날, 다 함께 빗속에서 뛰고 큰 소리로 노래할 수 있어 더없이 멋진 날입니다.

먹의 농담으로 표현된 먹구름마저도 운치가 느껴지는 비 오는 날입니다. 무겁고 어두운 날씨마저도 생동감 있게 바꿔 놓은 것은 아이들이 가진 맑고 밝은 파아란 에너지 때문이겠죠. 먹구름이 쏟아낸 비가 아이들과 만나 파랗게 물듭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도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신나게 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날

즐겁게 뛰고 노래하는 동안 어느 새 비가 그쳤어요. 한바탕 비를 쏟아붓고 난 먹구름이 서서히 물러납니다.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와아~ 하는 함성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요. 함성 소리가 물들인 것처럼 세상이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차오르고 있습니다. 구름 사이로 해가 반짝, 푸른 하늘이 반짝!

이렇게 멋진 날…
우리 같이 놀러 갈래?

이렇게 멋진 날

어느새 고개 내민 빛나는 햇살 속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바람을 타고 서로 도와 나무에도 오르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햇살 반짝이면 햇살 반짝이는 대로 지금 이 순간이 최고로 행복하고 즐거운 아이들, 아이들은 초록빛처럼 싱그럽고 비 개인 뒤 파란 하늘처럼 맑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렇게 멋진 날

한바탕 놀고 난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색상도 모두 제자리를 찾았어요. 제일 어린 막내는 엄마 품에 안겨 한숨 잠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간식을 먹고 잠시 쉬었으니 다시 에너지가 충전된 것일까요? 엄마와 함께 하늘 높이 던진 모자가 날아갑니다. 이번에는 떠도는 바람이 아이들을 불러낸 모양이에요. 나하고도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오늘처럼 좋은 날,
우리 같이 소리쳐 볼까?

야호!
오늘은 정말 멋져!

비가 와서 멋지고, 비가 그쳐서 멋지고, 친구들과 함께여서 멋지고, 바람이 불어서 멋진 날, 아이들에게는 매 순간순간이 이렇게 멋진 날입니다. 행복한 날입니다. ^^

시처럼 흐르는 글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그림에서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어느 순간에든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보여줄 수 있는 이수지 작가의 능력에 또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책 한 권에 가득 담긴 긍정 에너지가 온몸을 따뜻하게 채워줍니다. 책이 숨 쉬고 있음이 또렷이 느껴집니다.

멋진 날, 좋은 날의 시작은 우리 마음에서 부터라고 기분 좋게 전해주는 그림책 “이렇게 멋진 날”, 오늘은 내 생애 단 한 번뿐인 날, 이렇게 멋진 날을 맞을 수 있고 누릴 수 있어 너무나 고맙고 행복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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