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운 밤
책표지 : Daum 책
엄마가 미운 밤

글 다카도노 호코 | 그림 오카모토 준 | 옮김 김소연 | 천개의바람
(발행 : 2017/07/27)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엄마 들으라는 듯이 제목부터 대놓고 “엄마가 미운 밤”이라니 이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슬쩍 토라진 것인지 한 번 봐달라 앙탈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똑같이 고개를 모로 돌리고 앉아있는 아기너구리와 아기곰, 아기염소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요.^^

엄마가 미운 밤

어두운 밤, 엄마한테 야단 맞고 잔뜩 토라져 집을 나온 아기곰과 아기너구리, 그리고 아기염소가 공원에서 만났어요.

“치, 엄마 미워.”

‘치, 엄마 미워’ 이 말이 왜 이리도 익숙할까요? ^^ ‘치’와 ‘엄마 미워’의 오묘한 조합! 세 아이는 엄마가 왜 미운지 각자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에 보이는 것에 화풀이를 했어요.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공원, 엄마에게 토라져 집을 나온 세 아이들 옆으로 엄마와 아이가 다정하게 공놀이하고 있는 하얀 조각상 모습이 이들의 상황과는 영 딴판인데요. 세 아이는 그 모습이 얄미웠는지 아이 동상 머리 위에 깡통을 날리고 엄마 동상 머리에는 안전 고깔을 씌워놓고는 재미있다고 떠들어댔어요.

엄마가 미운 밤

그리고는 동네를 누비며 소리쳤죠.

“잔소리쟁이 엄마는 필요 없어!:
“필요 없어!”
“필요 없어!”

데굴데굴 구르고 배를 퉁퉁 치고 나뭇가지로 담벼락을 다각다각 긁고, 시끄럽다 소리치는 이웃 할아버지의 호통에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일탈이 깔깔깔 즐겁기만 합니다. ‘삐뚤어질 거야!’ 하고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한밤의 말썽은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엄마가 미운 밤은 깊어지고 또 깊어집니다.

엄마가 미운 밤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 밤은 깊어가는데 누구 하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나 봐요.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고 동네를 돌면서 말썽을 부린 세 아이는 왠지 자신들이 세진 것 같은 기분에 으스대면서 걸었어요. 어깨가 들썩들썩, 마음이 우쭐우쭐… 그렇게 발걸음도 가볍게 셋이서 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엄마가 미운 밤

그 노랫소리는 아기를 재우는 엄마의 자장가 소리였습니다. 창가에서 엄마가 다정하게 아기를 안고 ‘자장자장 우리 아가~’하고 불러주는 자장가 소리에 아기는 세상모르고 곤히 잠이 들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 꿈나라로 떠나는 동안 포근히 몸과 마음을 감싸주는 소리, 사랑 가득한 엄마의 목소리가 세 아이의 영혼을 건드린 모양이에요. 창가에 나란히 서서 목을 쭈욱 빼고는 넋 놓고 이 광경을 바라보는 세 아이들, 뒷모습 밖엔 볼 수 없지만 요 녀석들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이 갑니다.

잠시 후 불 꺼진 집 현관 계단에 앉은 세 아이 표정은 아까와는 달리 몹시 시무룩합니다. 지쳐 보이기도 하고요. 혹시나 엄마가 데리러 오시지는 않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달님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엄마가 미운 밤

달님을 바라보는 세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착한 우리 아이들 표정이랑 꼭 닮아 있어요.(아이스크림 달라할 때, 조금만 더 놀다 잔다 할 때 짓는 그 특유의 표정 아시죠?^^)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는 달님의 말에 토라진 마음도, 들뜬 마음도 우쭐하던 마음도 모두 녹아버린 아이들. 그저 엄마에게 돌아가고픈 마음뿐입니다.

조용한 밤길,
세 아이는 반짝반짝 달빛을 받으며
열심히 집으로 향했답니다.

아이들이 돌아가는 길을 달님이 다정하게 비추고 있어요. 엄마처럼 포근하고 다정하게…… 우쭐대며 걷던 아이들이 생각에 잠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일까요, 반성의 마음일까요? 내일 또 엄마가 미워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은 엄마가 보고픈 밤, 그리운 밤으로 변해있을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실컷 뛰어놀다 보니 어느새 화는 풀어지고 없습니다. 엄마 따위 필요 없다 소리까지 질렀는데 결국에는 엄마가 몹시도 그리워지다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엄마의 위대한 힘! 다들 한 번씩 경험해 보셨죠? 이 마음, 이 느낌~^^

말썽을 피우는 모습도 씩씩대며 걷는 모습도 엄마가 생각나 울먹이는 모습도 너무나 낯이 익습니다.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었을, 또 내 아이의 표정이었을 그 순간들을 그대로 옮긴듯한 동물들의 표정에 공감하며 웃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까지도 사르르 녹아버리고 마침내 엄마가 미운 밤은 엄마가 그리운 밤으로 변해있습니다. 가장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었기에 종종 엄마가 미운 밤이 있었죠. 그 어느 날 어느 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