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절대 안 돼!
책표지 : Daum 책
코끼리는 절대 안 돼!

(원제 : Strictly No Elephants)
리사 맨체프 | 그림 유태은 | 옮김 김선희 | 한림출판사
(발행 : 2017/07/10)


‘안 돼!’ 란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은? 엄마! 그럼 이 그림책에서 ‘코끼리는 절대 안 돼!’라고 한 사람은 누굴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의 커다란 눈동자가 확신에 차있어요. 음, 정말 그럴까요? ‘안 돼!’란 말을 세상에서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정말 엄마일까요?

코끼리는 절대 안 돼!

집집마다 반려 동물을 돌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새를 돌보는 아이, 금붕어를 키우고 있는 아이, 강아지와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 그런데 빨간 벽돌집 2층에 사는 남자아이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입니다. 아이 곁에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 코끼리의 표정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데요.

귀여운 코끼리를 반려동물로 키우면 문제가 있어요.
친구들과 절대 어울릴 수 없어요.

아무도 코끼리를 키우지 않으니까요.

아이는 매일 코끼리랑 산책을 해요. 코끼리는 산책하기 좋은 친구예요. 가끔 코끼리가 힘들어할 때면 아이는 기꺼이 코끼리를 도와줍니다. 길 위 갈라진 틈이 무서워 옴짝달싹 못하고 웅크린 코끼리를 그 작은 몸으로 번쩍 들어 올려주는 아이, 그러면서 친구는 그러는 거라고 씩씩하게 말합니다. 함께 하는 것, 서로서로 도와주는 것, 친구란 그런 존재죠.

여기까지 보면 코끼리와 아이 사이에는 어떤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요. 다른 아이들이 아무도 키우지 않으면 어떤가요? 아이와 코끼리 둘이 서로 좋으면 됐지.^^

코끼리는 절대 안 돼!

하지만 영원히 둘이서만 지낼 수는 없겠죠. 반려동물 모임이 있는 날, 아이와 코끼리는 똑같이 빨간 커플 목도리를 하고 모임이 있는 17번가로 갔어요. 그런데 거리에는 코끼리를 데리고 가는 아이가 아무도 없어요. 다들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리고 가고 있을 뿐…

우물쭈물 거리는 코끼리를 괜찮을 거라고 달래 가며 간신이 찾아간 집, 그런데 아이 표정이 어째 좀 심각해 보이는데요. 살짝 기대에 찬 코끼리 모습과는 달리 말입니다. 문 앞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거든요.

코끼리는 절대 안 돼!

코끼리는 절대 안 돼!

말짱했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집니다. 쏟아지는 비가 아이와 코끼리의 마음처럼 보이는 그런 날이에요. 아이와 코끼리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처량하게 걷고 있는데요. 남들과 달리 독특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아이의 모습만 색깔을 가지고 있어 비 오는 회색빛 거리에서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저쪽 모퉁이에도 풀 죽은 얼굴을 한 여자아이가 보여요. 우산 없이 까만 동물을 안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벤치에 앉아 있는 아이도 통통 튀는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끼리는 절대 안 돼!

여자아이가 안고 있는 까만 동물은 스컹크였어요. 독특한 반려동물 때문에 여자아이 역시 모임에 끼지 못했답니다. 모임에 끼지 못했던 두 아이는 즉석에서 모임을 만들기로 했어요. 금세 친구가 된 두 아이가 각자의 반려동물과 함께 길을 나섰어요.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였고 우중충했던 거리는 알록달록 예쁜 가을 색으로 가득합니다.

두 아이가 가는 길에 아이들이 모여들었어요. 펭귄, 고슴도치, 외뿔고래, 기린, 박쥐, 아르마딜로… 각기 독특한 반려동물을 가진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걷는 거리에서 방울소리처럼 맑고 밝은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질 것 같은 멋진 가을날입니다.

코끼리는 절대 안 돼!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지트 문 앞에 ‘낯선 사람, 말썽꾸러기는 절대 안 돼!’를 지우고 고쳐 쓴 문구는 ‘모두 다 들어오세요!’입니다. 모두 다 들어오라는 초대를 받았으니 우리도 나서볼까요? ‘절대 안 돼!’라는 말은 없는 그곳으로요.

오는 길을 모르면
귀여운 코끼리가 잘 가르쳐 줄 거예요.

왜냐하면 친구는 그러는 거니까요.

외뿔고래를 키우는 아이가 고슴도치를 쓰다듬고 있고 박쥐를 키우는 아이는 외뿔고래를 보고 있어요. 문 앞에 강아지를 데리고 온 소녀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멋진 나무집, 각기 서로 달라서 더 풍요롭고 더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이가 있어서 안 되고, 여자라서 안 되고, 남자라서 안 되고, 노인이라서 안 되고, 임산부라서 안 되고, 학생이라 안 되고, 낯선 존재라 안 되고… 요즘 우리도 너무 많이 ‘안 돼!’라는 선을 미리 그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너무 많은 선을 긋다 보면 결국은 그 선 안에 우리가 갇혀 버리는 것을! 독특한 반려동물을 데리고 왔다고 밀어낸 친구들이 결국 집 안에 갇힌 모양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빨주노초파남보 다양한 색깔들이 알록달록 어우러져 다채롭게 반짝이기 때문 아닐까요?

언제 보아도 편안한 유태은 작가의 판화 그림이 이야기를 더욱 반짝이게 하는 그림책 “코끼리는 절대 안 돼!”였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안 돼!’라고 하는 이가 엄마가 아니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