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책표지 : Daum 책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글/그림 스즈키 마모루 | 옮김 김소연 | 천개의바람
(발행 : 2017/07/03)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파란 면지를 가득 수놓은 아기 거북들이 양팔을 벌려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이 꼭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바다가 하늘을 닮았고 하늘이 바다를 닮았네요.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알에서 깨어난 아기 바다거북이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그려낸 생태 그림책입니다.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어둠에 휩싸인 한적한 여름 바닷가, 엄마 바다거북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부지런히 모래사장을 향해 기어갑니다. 모래사장에 50센티미터 정도의 구덩이를 판 엄마 거북은 그 속에 100개 가량의 알을 낳습니다. 알을 다 낳은 엄마 거북은 구덩이를 덮어 알을 묻고 나서 다시 바다로 돌아갑니다.

이 모든 과정이 사뭇 진지하고 엄숙해 보입니다. 엄마 거북이 알을 낳으면서 흘리는 눈물이 몸속 불필요한 소금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왠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 눈물에 자신이 낳은 알들이 무사히 부화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애절하고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을 것 같거든요.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60일가량 지나면 알에서 아기 바다거북이 나와 모랫더미를 뚫고 밖으로 나옵니다. 5센티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아기 바다거북은 본능적으로 네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밝은 쪽을 향해 나아갑니다. 천적의 위험을 피해 가까스로 바다에 도착하더라도 아기 바다거북에게 바다는 여전히 위험한 곳입니다. 세상 경험 없는 아기 바다거북은 보호자 없이 이제 홀로 먼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바다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 아기 바다거북들의 긴 행렬이 오랜 시간 이어져온 생명의 역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 아래 그들의 여행이 부디 무사했으면…… 알을 낳고 떠난 엄마 바다거북도 이런 마음을 품고 저 바다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을까요?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먹이 잡는 법, 위험을 피하는 방법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바다를  여행하는 바다거북은 막 태어났을 때 5센티미터였던 몸이 두 달쯤 지나면 7센티미터가 되고 세 살이 되면 50센티미터쯤 된다고 합니다.

바다거북의 생태를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 컷 분할을 이용한 점이 눈에 띄네요. 아기 거북이 바다로 나가는 장면에서는 가로로 길게 컷 분할을 해서 연속된 장면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고요. 만화처럼 작게 분할해 그린 컷들은 바다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황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훌쩍 자란 바다거북에게도 바다는 여전히 위험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에요. 사람이 버린 비닐이나 페트병을 해파리나 오징어로 착각해 먹을 때도 있고 쓰레기 사이에 몸이 끼어버릴 때도 있어요. 버린 밧줄에 얽히거나 배의 스크루에 부딪치기도 하고, 그물에 걸리거나 상어나 범고래에게 쫓기는 경우도 있죠.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

넓고 넓은 바다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은 바다거북은 태어난 지 20년 정도 되면 길이가 1미터가 넘고 무게도 100킬로그램이 넘습니다. 이제 바다거북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헤엄치기 시작해요. 1년 동안 꼬박 헤엄쳐 고향의 바다로 돌아온 바다거북은 그곳에서 짝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품습니다. 생명을 품은 암컷 바다거북은 어둑어둑한 모래사장을 향해 헤엄쳐 갑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바다거북은 기나긴 여행을 해서
맨 처음 알에서 나온 모래사장으로 돌아왔어요.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서…….

오래전 자신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서 태어난 수많은 생명들의 행렬이 바다로 이어지겠죠. 그렇게 생명은 끊임없이 순환의 고리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그래 온 것처럼 말입니다.

생태 그림책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은 바다거북의 한살이를 통해 생명의 역사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자연 다큐 그림책입니다. 지구 안의 온 생명이 하나의 생태 고리 안에서 숨 쉬고 순환하고 있습니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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