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 둥근 달이 좋아요

둥글둥글 둥근 달이 좋아요

(원제 : Round)
조이스 시드먼 | 그림 유태은 | 옮김 이상희 | 미디어창비
(발행 : 2017/06/26)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아빠 무등 타고 신나게 숲길을 걷고 있는 달밤, 반딧불이 반짝반짝 작고 노란빛을 발하면서 포르르 날아 다니는 꿈결처럼 환상적인 밤입니다. “Round”라는 그림책 원서 제목 그대로 세상 모든 둥근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 “둥글둥글 둥근 달이 좋아요”는 2006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연못 이야기”로, 2010년에는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로 두 차례나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조이스 시드먼의 글에 유태은 작가의 포근한 감성이 담긴 그림이 멋지게 어우러진 그림책이에요.

둥글둥글 둥근 달이 좋아요

난 둥근 것이 좋아요.

‘둥근 것이 좋다’는 어린 소녀의 독백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둥근 태양을 닮은 오렌지를 줍는 작은 손, 둥근 오렌지를 어루만지는 예쁜 손, 아이는 둥근 것이 좋은 이유를 이야기해요. 둥글둥글 둥근 생김새가 좋고 둥글둥글 둥근 느낌이 좋고 둥근 것들이 둥글둥글하게 자라는 게 좋다는 아이의 말에 내 마음도 둥글둥글 편안해지는 기분입니다.

둥글게 판 구덩이 속에 둥근 씨앗을 심는 아이의 분주한 손길, 진지한 눈망울 속에 미래를 꿈꾸는 둥글고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있어요. 작은 씨앗도 엄마 거북이가 구덩이에 몰래 낳은 작은 알도 모두 둥근 것, 세상은 둥근 것에서 시작됩니다. 둥근 것에는 다음 세상이 담겨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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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은 둥글게 부풀고 둥글게 자라납니다. 둥글둥글 해처럼, 아빠 마음처럼 둥글게 환하게… 들판 가득 노랗게 피어난 해바라기도 둥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아빠가 불어준 풍선도 둥글고, 아빠와 아이가 쓴 헬맷도 둥글고, 아이를 향한 아빠 마음도 아빠 등 뒤에서 아빠를 꼭 안고 있는 아이 마음도 모두가 해처럼 둥글고 따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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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 돌처럼 처음에는 뾰족뾰족하게 시작했던 것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둥글게 다듬어져 갑니다. 둥근 것에는 원숙함과 편안함이 담겨있어요.

아빠와 어린 소녀의 다정한 여정을 따라 함께 한 바퀴 휘~ 세상 여행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둥근 것들을 찾아봅니다. 둥글게 만들기 달인 쇠똥구리의 놀라운 재주, 둥글둥글한 나이테를 겹겹이 안고 자란 나무들, 조그만 무당벌레 등에 내려앉은 아주 작은 둥근 무늬, 둥글둥글 달팽이 집, 둥근 연못 위에 동글동글한 빗방울이 톡톡 떨어질 때마다 생기는 둥글둥글 멋진 물무늬, 개구리가 가만 휴식을 취하는 둥글둥글 초록 연잎, 후- 불면 둥글둥글 날아가다 퐁퐁 터지는 예쁜 비눗방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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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온 하늘 그득히
둥글둥글 둥근 달이 좋아요.

끝도 없이 멀고 깊은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빛 달빛, 둥근 달을 바라보는 부녀의 둥글둥글 아름다운 눈빛, 두 사람의 몸과 마음에 촉촉이 젖어든 근사한 달빛, 아름다운 것을 함께 바라보며 함께 가슴 뛸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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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계절도 손잡고 순서대로 다가오지요. 땅 위에 둥그렇게 누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들, 둥글둥글 세상은 둥글게 돌아가고 둥글게 순환합니다.

난 둥근 것이 좋아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원점으로의 복귀입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편안하게 잠든 오리 곁에 동그랗게 이불을 말고 책을 읽고 있는 아이, 동그란 매트 위에 물방울무늬가 찍힌 이불, 아이가 보고 있는 그림책 속에도 동그란 것들로 가득합니다. 포근하고 든든한 아빠 품에 폭 안겨 둥근 것이 좋다고 말하는 아이의 작은 외침이 유독 따스하게 느껴지는 건 가을이라는 이 계절 때문일까요?

존재의 기본 바탕이며 핵심인 둥근 원을 소재로 둥글둥글한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그림책 “둥글둥글 둥근 달이 좋아요”, 둥글둥글 부드럽게 세상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는 둥근 원의 이야기를 그림책 가득 시각적 이미지로 채운 유태은 작가의 그림이 돋보입니다. 서로 꼭 잡은 두 손이, 마주한 품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해처럼 달처럼 둥글게 사랑하고 따스하게 품어주고 비춰주며 둥글둥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있어 세상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모나지 않아서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둥근 것은 편안해요. 둥근 것이 좋아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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