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나비랑 나랑

노랑나비랑 나랑

그림 백지혜 | 엮음 최정선 | 보림
(발행 : 2017/09/15)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노랑나비랑 나랑”은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을 전통 채색 기법으로 그려낸 그림책 “꽃이 핀다”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백지혜 작가의 작품이에요(“꽃이 핀다”가 2007년에 출간되었으니 10년 만이군요). 노랑나비가 어깨에 내려앉을까 말까 살포시 두 손 포개 앉은 어린 소녀의 설렘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집니다.

노랑나비랑 나랑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랑나비랑 아이가 숨바꼭질을 시작했어요. 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노랑나비가 꼭꼭 숨기를 기다리고 있고, 노랑나비는 술래에게 들킬세라 바쁘게 날갯짓합니다. 술래를 따라 노랑나비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같이 나서볼까요? ^^

노랑나비랑 나랑

연분홍 작약꽃 한 송이가 탐스럽게 피어났어요. 활짝 피어난 꽃도 한 송이, 필까 말까 수줍은 꽃봉오리도 하나, 노랑나비는 초록잎이 무성하게 난 작약꽃 줄기 사이로 쏘옥 숨었어요. 여긴 아무도 없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멧노랑나비가 작약꽃에 날아들었습니다.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1. 활짝 핀 작약 한 송이, 꽃봉오리도 하나

작약은 꽃이 탐스럽고 화려해서 옛날부터 마당에 즐겨 심었어요. 모란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모란은 나무고 작약은 풀이에요. 겨울에는 줄기가 말라 죽고, 봄이 되면 다시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요. 꽃은 초여름에 피는데 색깔은 흰색, 붉은색, 분홍색 등 여러 가지예요. 꽃잎이 겹으로 피는 것도 있어요. 연분홍 작약에 멧노랑나비가 날아들었어요. 노란 날개에 주황색 점무늬가 있고 날개 끝이 뾰족해요. 멀리서 보면 꼭 노란 꽃잎이 나풀나풀 날아가는 것 같아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꽃과 나비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갑니다. 전래놀이인 숨바꼭질 놀이와 숫자 놀이를 접목한 구성으로 전개되는 그림책 속에 다채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색깔과 개성을 가진 꽃들, 꽃향기를 맡고 팔랑팔랑 다가오는 나비들, 깊이 있는 색감으로 그린 그림에서 꽃향기가 솔솔 느껴지고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새롭게 등장하는 꽃들과 다양한 나비들 사이로 몰래 숨어든 노랑나비를 찾는 것은 그림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노랑나비랑 나랑

곱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죠? 개양귀비 선명한 빨간색이 너무나 고와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빨간 개양귀비 꽃에 찾아든 큰줄흰나비는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요정 같아요.

아이를 따라 꼭꼭 숨은 노랑나비를 찾는 동안 다양하게 등장하는 곱고 어여쁜 꽃들 이름과 생태도 알아보고, 꽃마다 찾아든 우리 나비 이름도 알아보고……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성하면서도 넉넉한 여백 덕분에 보는이의 마음은 편안하기만 합니다.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어디어디 숨었나 꼭꼭 숨어라 움직이면 들킨다 꼼짝 말고 있어라 날개 끝이 보일라 얼른 접어 감춰라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꽃잎 속에 숨었나 잎사귀 뒤에 숨었나 화분 속에 숨었나 어디어디 숨었나 아, 저기 찾았다

숨어있는 나비를 찾으러 다니는 술래의 노래는 또 얼마나 재미난지요.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다가 술래의 말소리 발소리가 들려오면 콩콩콩 가슴이 뛰곤 했던 어릴 적 기억이 팔랑팔랑 피어 오릅니다. 술래의 외침에 행여나 들킬까 봐 숨소리조차 죽이고 꼭꼭 숨어있던 어린날의 추억들 말이죠.

노랑나비랑 나랑

드디어 아이가 등장했어요. 하늘매발톱꽃 화분 옆에 쪼그리고 앉은 아이, 노랑나비를 찾고 있을까요, 꽃구경을 하고 있을까요? 쪼그려 앉은 아이의 표정이 궁금합니다. 모양도 이름도 꽤나 독특한 하늘매발톱꽃은 꽃의 뒤쪽 부분이 매의 발톱 모양이랑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하늘매발톱꽃에 내려 앉아 꿀을 빠는 왕나비는 앞다리 한 쌍이 퇴화해서 다리가 넷인 네발나비랍니다.

작약 한 송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여름날 흔히 만날 수 있는 원추리꽃, 초여름에 만날 수 있는 빨간 개양귀비꽃, 모양도 이름도 독특한 하늘매발톱꽃, 하늘하늘 여리여리한 분홍낮달맞이꽃,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전 붓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인 붓꽃, 조그만 종 모양의 앙증맞은 초롱꽃, 노랑 주홍 빨강 분홍 다채로운 색깔의 꽃을 피우는 한련화, 대롱대롱 매달린 꽃 모양이 비단 주머니를 닮은 금낭화, 그리고, 담장 아래 늘어져 피어나는 모양이 보기 좋은 능소화까지 술래가 열을 세는 동안 다양하게 피어난 꽃과 나비들이 그 자태를 한껏 뽐냅니다.

노랑나비랑 나랑

아, 저기 찾았다

능소화 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은 노랑나비를 드디어 찾았어요. 친구가 친구를 찾아 다들 한자리에 모였어요. 나비도 꽃이고 아이도 꽃이네요. 꽃 축제, 나비 축제입니다.

아이와 노랑나비 숨바꼭질 이야기를 따라 펼쳐 보며 그림에 감탄 하고, 하나하나 꽃 이름을 되새기면서 다시 펼쳐보고, 나비를 따라 또 한 번 펼쳐 보고…… 길을 걷다 흔하게 보았던 꽃들인데 이런 이름이었구나, 이렇게 두 꽃의 종류가 다르구나, 노란색은 다 노랑나비, 얼룩덜룩하면 다 호랑나비, 하얀색이면 다 흰나비인 줄 알았는데 나비의 이름도 이렇게나 다양하고 생김도 이렇게 다르구나, 책 한 권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듭니다.

이야기책이면서 훌륭한 식물도감 생물도감인 그림책 “노랑나비랑 나랑”, 이 책은 백지혜 작가의 전작 “꽃이 핀다”처럼 비단에 전통 채색화 기법을 이용해 그렸다고 해요. “꽃이 핀다”가 화훼도라면 “노랑나비랑 나랑”은 화접도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나비의 작은 점, 가는 더듬이까지 꽃의 아주 작은 무늬와 미세한 주름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결 고운 그림들이 풍성하게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그림책,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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