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책표지 : Daum 책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원제 : Le Baron Bleu)
질 바움 | 그림 티에리 드되 | 옮김 정지숙 | 북뱅크
(발행 : 2017/07/10)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야쿠바와 사자”에서 인상적인 그림을 선보였던 티에리 드되가 일러스트를 맡은 그림책입니다. 흑과 백, 그리고 굵고 거친 선으로 강렬하게 그려낸 그림책 “야쿠바와 사자”와는 달리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원색을 사용해 동글동글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이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책 읽기와 새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남작이 있었어요. 남작은 자신이 만든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날마다 새들을 관찰했어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뜬 하얀 구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남작이 탄 작은 비행기 프로펠러가 돌돌돌 돌아갑니다. 앞서 날고 있는 새도 자기 갈 길을 찾아 여유롭게 날아가고 있어요. 위험한 일이라고는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화로운 일상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왔어요. 남작도 잠시 좋아하는 일을 접어두고 전쟁에 나가 싸워야만 했죠. 전쟁에 나가기 전 하늘색으로 칠했던 작은 비행기를 전투기 색상으로 바꿔 칠한 남작은 혹시 총알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어요. 무거워서 맞으면 엄청 아픈 게 뭐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았죠.

그래, 맞아! 두꺼운 사전.
12권짜리 백과사전이 있었군.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종종 집안에서 아주 위험한 무기가 되는 두꺼운 백과사전. 예기치 않게 맞고 찔끔 눈물 흘려본 경험 한 번씩 있지 않나요? ^^ 맞으면 엄청 아픈 백과사전으로 무장한 남작의 활약 덕분에 남작 혼자서 다리 하나를 지켜 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전쟁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남작은 비행기를 타고 한동안 적군 위로 날아가 포탄을 떨어뜨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어요. 자신이 야심 차게 준비한 책 포탄을요.

신중한 표정으로 전쟁에 임하는 남작, 아끼고 좋아하는 책을 떨어뜨려야 하니 표적을 향해 한 권 한 권 아주 신중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중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카모플라쥬 무늬로 바꾼 비행기가 오히려 평상시 칠했던 하늘색보다 눈에 훨씬 더 잘 띈다는 점이에요.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그리고 결국 마지막 포탄을 적진에 떨어뜨렸는데요. 그것은 달랑 한 권 남아있던 러시아 소설이었어요. (떨어지는 책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라니, 참으로 의미심장하군요.) 하늘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있는 중에도 피하기는커녕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적군 대장의 빛나는 눈빛, 발꿈치까지 살짝 들고 있어요. 혹시나 무슨 책인가 궁금한 걸까요?

마지막 포탄은 적을 맞히지는 못했지만 책을 주워 든 적군 대장이 막사 안에 틀어박혀 밤새도록 책을 읽느라 싸우라는 명령이 잠시 중단되었어요.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잠시 멈추었던 전쟁은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이제 남아있는 책이라고는 남작이 아주 아끼는 책들뿐이었구요. 남작은 적을 쓰러뜨릴 만한 책을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 했어요. 전투복을 입은 채 책에 빠진 남작의 표정에서 눈앞의 전쟁에 대한 걱정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 남작에게 책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 전쟁이 하루 속히 마무리되어야 할텐데…… 하는 걱정은 도리어 그림책을 읽고 있는 제 몫이 되어버렸네요.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남작이 남겨두었던 책들이 적진에 쏟아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 이야기가 담긴 책,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책, 논리로 꽁꽁 무장한 책……  남작은 비처럼 화살처럼 빛처럼 책을 쏘아 댔어요.

병사들은 너도나도 책을 읽었어요.
병사들이 모두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쏙 빠져든 바람에
전쟁이 중단되고는 했습니다.

쏟아지는 책에 머리를 맞지 않으려고 부리나케 도망치면서도 책 한 권씩은 꼭 품은 채 도망치는 병사들, 책에 빠진 이의 표정과 마음이 그대로 보입니다.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책 많이 읽은 사람답게 전술을 연구하고 또 연구한 끝에 남작은 소설의 시작부터 반까지는 자기편 진영에, 남은 부분은 적의 진영에 떨어뜨리는 전술을 썼어요. 책 내용이 궁금한 병사들은 결국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죠. 서서히 화해 무드로 바뀌어 가는 전장의 분위기, 책 때문에 사람들은 대화를 시작했고 그렇게 책은 서로 등 돌렸던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열어주었습니다.

결국 전쟁은 끝났고 남작은 그 공으로 훈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남작은 예전처럼 하늘색 비행기를 타고 날마다 새를 관찰했다고 해요. 물론 텅 빈 서재를 다시 책으로 빼곡하게 채우는 것도 잊지 않았겠죠?

책을 소재로 한 책이 참 많습니다. 그림책도 예외는 아니죠.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유용한 것인지,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많은 책에 대한 그림책들.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역시 그런 책입니다. ‘설마, 책으로 전쟁을?’ 했다가 ‘아하~’ 하고 끄덕이게 되는 책. 책 좋아하는 이라면 공감하고 웃을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에요. 좋은 책은 마음을 열어줍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책 속에 모든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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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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