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거미
책표지 : Daum 책
배고픈 거미

글/그림 강경수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17/10/10)


숲 속 깊은 곳에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동그란 세 개의 눈동자! 이 눈의 주인은 거미입니다.  “배고픈 거미”라는 글자 제목 위아래로 뾰족뾰족 돋아난 것은 거미의 이빨이에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림책 제목까지도 한 입에 꿀꺽하고 있을까요? 현란한 풀숲의 색깔, 깊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거미, 시선을 압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바짝 긴장한 채로 책장을 넘겨봅니다.

배고픈 거미

이곳은 깊은 숲,
무시무시한 거미가 살고 있어요.
거미는 자신이 쳐 놓은 거미줄에
걸려든 건 뭐든지
다 먹어 치웠습니다.

커다란 거미에 비해 너무나도 작디작은 벌레들… 거미줄에 꽁꽁 묶여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작은 벌레들이 너무나 가엾습니다. 화면 전체를 차지한 거미줄, 그 위에 무표정하게 서있는 거미, 한 번 걸려들면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시무시한 거미가 잠시 낮잠을 자러 간 사이 숲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배고픈 거미

평온한 표정으로 파리 한 마리가 웽~날아가고 있어요. 이미 무시무시한 거미의 정체를 봤기 때문일까요? 하늘거리는 꽃잎이며 풀잎들이 파리를 보고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파리는 그저 평소처럼 어딘가를 향해 부지런히 날아가고 있어요. 잠시 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로요.

배고픈 거미

아니나 다를까 파리가 거미줄에 걸렸어요. 그곳을 벗어나려고 앵앵거리는 파리 소리를 듣고 다가왔던 사마귀도 거미줄에 걸려버렸고, 그 뒤로도 개구리와 구렁이가 연이어 거미줄에 걸려듭니다. 사마귀까지는 그럴 수 있겠는데 개구리와 구렁이라니 어째 이야기가 점점 과장되어 가는 듯 한데요. ^^

화면 오른쪽에는 거미줄에 걸리지 않은 동물들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요.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동물들은 왼쪽 화면에 조그맣게 그려져 있죠. 풍전등화 같은 자신의 운명에 위축된 모습이에요. 무표정하게 먹잇감을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구렁이도 잠시 뒤 거미줄에 걸리면 바로 쪼그라들어 버린답니다. 노란색 바탕인 거미줄은 마치 경고장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데 바로 코앞의 먹잇감만 생각하는 동물들 눈에는 거미줄이 잘 보이지 않는가 봐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면서 거미줄에는 호랑이까지 걸려들었어요.  욕심에 눈이 멀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버리는 어리석음이 이 작은 공간에서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배고픈 거미

이제 눈 앞의 먹이는 중요치 않아요. 어떻게든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다들 허우적대고 있는데 수다쟁이 파리가 소리쳤어요.

“우린 이제 끝난 목숨이야. 배고픈 거미가 우리를 몽땅 먹어 치울 테니까!”

“내가 아는 한 배고픈 거미보다 무시무시한 건 본 적이 없으니까.”

다들 겁에 질려 벌벌 떨었어요. 이윽고 배고픈 거미가 나타나 거미줄에 걸린 것들을 모조리 먹어 치우겠다고 하자 다들 살려달라 애원하기 시작했어요. ‘거미’를 ‘거미님’이라고 부르면서요. 생명을 구걸하는 호랑이의 비굴한 표정, 무시무시한 거미와 눈이라도 마주치게 될까봐 애써 외면하고 있는 동물들의 표정이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겁에 질린 동물들은 거미 앞에서 작아지고 작아지고 또 작아지고, 그들 앞에 선 거미는 더욱 커다래지고 더 커다래지고……

배고픈 거미

살려 주면 두 번 다시 이곳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거미는 한 번만 봐주기로 하고 거미줄을 끊어주기로 합니다. 나름 쿨한 거미였군요. ^^

겁에 질려 벌벌 떨던 동물들이 풀려나는 순간입니다. 무시무시하다고 믿었던 거미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톡! 하고 거미줄을 자르는 거미, 찾았나요?

거미줄에서 벗어난 동물들은 헐레벌떡 숲 속으로 도망쳤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꽁지가 빠져라…… 아, 한 마리만 빼고요. 그 한 마리는 누구일지 혹시 짐작했나요? 그림책 뒷표지에 거꾸로 매달린 거미가 의미심장한 독백과 함께 남긴 것이 무엇인지 꼭 확인해 보세요.

“배고픈 거미”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는 그림책입니다. 무리한 욕심에 눈멀어 한 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의 우매함, 실체를 알지 못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이성이 마비되는 상황 등을 극적으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반복되는 구절이 주는 재미, 시각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색감, 과장되게 그려진 재미난 그림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가 됩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나니 사마귀, 개구리, 올빼미, 호랑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정말 다시는 거미줄 근처에 가지 못했을지, 아니면 거미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지, 각자의 두려움 극복 방법을 체득했을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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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독 : 두려움 건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