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책표지 : Daum 책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최은영 | 그림 이광익 | 꼬마이실
(발행 : 2017/11/10)


한겨울에 왠 부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도 11월에야 부채에 관한 그림책을 낸 출판사를 좀 의아해 했으니까요. 출판사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림책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를 다 읽고 나면 한겨울 부채 이야기가 꼭 철지난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자, 그럼 한겨울 부채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과연 어떤 재료로 부채를 만들었을까요? 정답은 새의 깃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부채는 이집트 투탕카멘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깃털 부채라고 합니다. 약 3천년 전에 만들어진 이 부채는 타조의 깃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경남 창원시 다호리 고분에서 발견된 부채는 기원전 4~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부채라고 합니다. 깃털은 남아 있지 않고 부채 자루와 깃털을 꽃았던 구멍만 남아 있다고 해요.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부채하면 바로 접선이죠. 인사동 골목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우리나라 전통 공예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어려서 할아버지가 들고 다니시던 부채를 합죽선이라고 들어서 좌라락 접히는 부채들은 모두 합죽선인 줄 알았는데, 접히는 부채들의 통칭이 ‘접선’이고 합죽선은 접선의 한 종류인가 봅니다. 접선의 또다른 이름은 바로 ‘쥘부채’입니다. 접선이란 말보다 훨씬 예쁘죠?

우리 선조들은 고려 시대부터 쥘부채를 만들어 중국과 일본으로 기술을 전파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쥘부채를 ‘고려선’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해요.

사군자가 그려진 쥘부채는 옛날 선비들에게 항상 지녀야 할 필수품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사군자 중에서도 국화 그림이 자주 사용됐답니다. 가을에 활짝 피어난 국화가 그려진 쥘부채를 부치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더위를 식혀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더위를 많이 타는 저는 한겨울 눈서리 속에 피어난 설중매를 그려 넣어야겠습니다.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팔덕선은 종이 대신 대나무 껍질이나 짚을 엮어 만든 부채입니다. 옛날에는 종이가 아주 귀했으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풀이나 나무껍질로 만든 부채들은 서민들의 것이었겠죠?

팔덕선(八德扇) 또는 팔용선(八用扇)이라고 불렀는데 시원한 바람이 필요할 때, 파리나 모기를 쫓을 때, 물건을 덮을 때, 햇빛을 가릴 때, 불피울 때, 자리에 앉을 때, 흙먼지를 청소할 때, 물건을 머리에 일 때 등 모두 여덟 가지 쓰임새와 덕을 갖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군요.

제 생각엔 귀한 종이로 만든 부채를 자기들만 쓰고 있자니 서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양반 중 한 명이 이름이라도 멋드러지게 지어주자 싶어서 붙인 이름 아닐까 싶네요.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이렇게 생긴 부채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처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쳐 줄 때 더 시원한 효자선

바람을 다른이에게 나눠주는 부채, 바로 효자선입니다. 역삼각형 형태의 효자선은 자루가 길어서 나를 위해 부칠 때는 힘만 들고 별로 시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부채를 흔들면 시원한 바람이 쌩쌩 잘 분다고 해요.

어릴 적에 평상 위에서 당신 다리 베고 누워 있으면 거친 손으로 살살 등 긁어 주시며 시원하게 부채질 해주시던 외할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부채 효자선. 우리 선조들의 품성이 잘 담겨져 있는 부채인 듯 합니다.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효자선에 이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두 번째 부채 대륜선입니다. 대륜선 역시 접혀지는 부채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접선이 반만 펼쳐진다면 대륜선은 위 그림처럼 360도 활짝 펴집니다. 선조들은 이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한여름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용도로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구글링으로 실물 모습을 찾아보니 접선의 부채살 끄트머리에 자루가 하나 더 달린 형태여서 접선에 비해 휴대성은 떨어져 보입니다. 그래도 대륜선 하나면 부채와 양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었겠죠. 작은 물건 하나에서도 선조들의 슬기로움이 느껴집니다.

실물이 궁금하신 분은 클릭해보세요. ‘대륜선’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지금부터는 단순히 바람을 부치는 용도 외에 사용했던 다양한 부채들을 소개합니다.

우선 혼례식 때 사용했던 혼선(婚扇)입니다. 혼례식 날 새색시의 얼굴을 가리는 데 쓰였던 부채입니다. 모란이 예쁘게 그려진 부채를 사이에 두고 신랑과 각시는 서로의 얼굴을 얼마나 궁금해 했을까요? 그런데 혼선에 왜 모란을 그렸을까요? 모란의 꽃말이 ‘부귀’이니 두 사람이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평생을 부족함 없이 살라는 뜻이었겠죠.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거뭇거뭇 찢어진 낡은 부채.
하어죽어우적 부쳐 보자.
불꽃이 활활 커진다.
가마솥이 펄펄 끓어오른다!

오래 써서 낡은 부채도 버리지 않고 아궁이에서 불쏘시개 노릇으로 제 삶을 다 합니다.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서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의 지혜가 느껴지지 않나요? 매운 연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식들에게 따뜻한 한 끼 내어주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구수한 밥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

먼지 티끌 날려 보내는 드림 부채.
훨훨 부치면 쓸모없는 쭉쟁이가 훨훨 날아가.
알짜배기 알곡만 오롯이 남지.

드림 부채는 구글링을 해봤는데 자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림만으로 보자면 우선 아버지 키만큼이나 커다란 부채였을 겁니다. 그리고 사용법은 갓 추수한 벼들을 어머니가 쏟아내면 아버지가 커다란 부채로 부채질을 해 일으킨 바람에 속빈 쭉정이들은 죄다 날아가버리고 속이 꽉찬 알곡만 수북히 쌓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와 함께 한 우리 전통 부채 공부 재미있으셨나요? 옛것을 찾아 볼 때마다 우리 선조들은 어쩜 이리도 지혜롭고 슬기로웠을까 하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런 선조들이 존경스럽고 그들의 후예임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그림책 통해 시원한 바람, 마음 훈훈하게 하는 따뜻한 바람 이야기 나누면서 우리가 한 겨레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찾아가 보세요 : 부채박물관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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