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책표지 : Daum 책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원제 : On My Beach There Are Many Pebbles)
글/그림 레오 리오니 | 옮김 정회성 | 보림
(발행 : 2017/11/15)


색색깔 화려한 그림책들 사이에 놓여있는 흑백 그림책 한 권, 가만히 들여다보다 작가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이라니, 그것도 레오 리오니의 흑백 그림책이라니… 하고 말입니다.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은 1961년 출간된 책입니다. 기차 여행 중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손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즉석에서 잡지를 뜯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었던 것을 계기로 그림책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레오 리오니. 그의 첫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가 1959년 출간되었으니 이 그림책은 첫 그림책 출간 2년 후에 나온 그림책입니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대부분이 철학적 사색과 교훈을 담고 있다면 이 그림책은 그저 있는 그대로 삶을 바라보는,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크레용, 색연필,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기본으로 신문지, 벽지 등을 찢어 오리고 붙여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낸 그의 대부분의 그림책들과 달리 연필로 정밀 묘사한 흑백의 그림들이 포근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그림책을 넘기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면지입니다. 긴 세월 파도와 바람에 이리저리 치이고 굴러 제각각 모양으로 변신한 작은 돌들이 한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햇살에 따스하게 데워진 작은 조약돌에게서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바다 바람 소리가 들려올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바닷가에는 돌이 참 많아요.

바닷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조약돌들, 무심코 바라보면 평범한 돌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신기하게 생긴 돌을 만날 수 있어요. 하트 모양으로 깎인 조약돌, 눈 코 입 달린 얼굴 모양 조약돌, 물고기를 닮고 싶었을까요? 영락없이 물고기처럼 생긴 조약돌, 아무 모양 없는 평범한 돌 같아도 이 돌 저 돌 합치면 작은 돌들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 수도 있지요.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모양만 독특한 것이 아니에요. 잘 보면 신기하게도 숫자가 새겨진 돌들도 있고, 글자가 새겨진 돌도 만날 수 있어요. 글자가 새겨진 돌들을 나란히 이어 보면 하나의 단어로 만들 수도 있고, 모은 글자 돌로 메시지를 담아 편지를 쓸 수도 있죠. 이렇게도 모아보고 저렇게도 모아보고… 바닷가에서 연인끼리 나누는 다정한 놀이 같기도 하고,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보냈던 다정한 부녀지간의 재미난 추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얼핏 보고 지나친다면 그저 흔하디 흔한 바닷가 조약돌이지만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바닷가 조약돌들. 레오 리오니는 이야기의 마무리 역시 바닷가 조약돌로 하고 있어요. 네모난 돌 위에 쓰여있는 ‘END’ 라는 글귀가 흑백 무성 영화의 엔딩처럼 느껴집니다.

살아가는 동안 이리저리 부딪치고 깎이고 부서지면서 자신만의 결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인생을 닮은 수많은 조약돌들, 레오 리오니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요?

‘역시 대가는 대가야, 특별한 스토리 없는 그림책 한 권으로도 이렇게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걸 보면…’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을 보고 가온빛지기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입니다.

작은 조약돌에게 생명력을 부여해준 따스하고 온화한 그림책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 저마다의 이야기와 추억 속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여운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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