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라홀라 추추추
책표지 : Daum 책
홀라홀라 추추추

(원제 : Du Iz Tak?)
글/그림 카슨 엘리스 | 옮김 김지은 | 웅진주니어
(발행 2017/11/03)

※ 2017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홀라홀라 추추추”의 카슨 엘리스는 일전에 “우리집”이라는 그림책으로 소개한 적이 있는 작가입니다. 차분한 느낌의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이 꽤나 인상적이었었는데 역시나 칼데콧 수상작가로 이름을 올렸더군요(흠, 일방적으로 저 혼자 알고 있으면서 친한 친구가 상탄 것처럼 기쁘고 뿌듯한 이 마음은 뭘까요? ^^).

홀라홀라 추추추

싱그러운 초록색 면지를 넘기면 아저씨 얼굴을 한 털북숭이 애벌레가 삐죽이 솟아 나온 새싹 하나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지나가는 벌레들마다 그 초록색 새싹을 보며 저마다 뭐라고 한 마디씩 하는데요. 특이하게도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호야, 호?
앙 째르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어느 것도 아닌 그들만의 세상에서 쓰는 언어. 치르르르 치르치르 귀뚤귀뚤 앵앵~ 우리가 벌레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한 일인데 이제껏 보아왔던 그림책에서는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그들이 사람 말을 해왔기에 살짝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한 장 한 장 그림책 분위기에 심취해 읽다 보면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호야, 호?(이게 뭐지?), 앙 째르르(휘리릭 솟아났어!), 잠자리 부부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

그 와중에 제일 처음 새싹을 발견했던 아저씨처럼 생긴 털북숭이 애벌레는 저만치 쓰러진 통나무의 가지 한 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홀라홀라 추추추

새싹은 날마다 날마다 자라나요. 황량했던 통나무 주변으로도 초록색 풀들이 자라났어요. 그 사이 털북숭이 애벌레는 고치 속에 들어가 깊은 잠에 들었고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자 오가는 벌레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저 쓰러진 나무인 줄만 알았던 곳은 할아버지 벌레의 근사한 집이었어요. 벌레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기다란 사다리를 내어다 주는 마음씨 너그러운 할아버지 벌레.

저 사다리로 무얼 하려는 걸까요? 할아버지 벌레가 꺼내 준 사다리를 타고 초록 식물 잎 위에 올라간 벌레들은 그곳에서 나름의 휴식을 취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초록 식물은 낮에 나오는 벌레들에게도 밤마실 나온 벌레들에게도 근사한 휴식처가 됩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날마다 날마다 쑥쑥 자라는 초록 식물을 점점 더 근사하게 꾸미면서 행복해하는 작은 벌레들, 그리고 그들만의 멋진 세상!

홀라홀라 추추추

이들의 떠들썩한 소리를 들었을까요? 어디선가 거미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친구들의 보금자리를 차지하고 말았어요.

털숭숭출출!
꽝꽝꽈르른 털숭숭출출!
친쿠친쿠 포근이!

털북숭이 거미가 나타났다. 쾅쾅콰르르 털북숭이 거미가 나타났다! 아, 내 포근한 둥지여!

그림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곤충들의 언어를 번역하고 있네요.^^ 위기를 느낀 벌레들이 다급하게 소리치고 항의했지만 이미 초록빛 싱그러운 식물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어요. 왁자지껄 난리가 난 와중에 통나무에서 새로운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이제껏 나뭇가지인 줄만 알았는데 긴수염대벌레였다는 놀라운 사실!!! ^^

이것으로 이들의 행복도 끝인 줄 알았는데 혼자만 욕심부리던 거미는 커다란 새의 먹이가 되고 말아요. 저 작디작은 세상에도 먹고 먹히는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들이 닥치는군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지 다들 바짝 오그라들고 말았어요. 재미있는 것은 위기의 순간 할아버지 벌레의 정체가 공벌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새가 나타나자 할아버지 벌레가 공처럼 동그랗게 변신했거든요. 거미줄이 너덜너덜 엉망이 된 초록 식물, 남은 이들은 힘을 합쳐 보금자리를 청소하면서 행복을 되찾아갑니다.

홀라홀라 추추추

모든 이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초록 식물은 날마다 이파리가 무성해지더니 이윽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그 장관을 보기 위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늘 나뭇가지인 척했던 긴수염대벌레도 꽃을 보려고 벌떡 일어났고 한 번도 밖을 내다보지 않던 공벌레 할머니도 슬쩍 문밖을 내다보고 있어요.

달달콤콤이! 달달콤콤이! 달달콤콤이!
차라 차라란 달달콤콤이!
우아!
달달콤콤이!
윙윗!
호호 달달콤콤이?
달달콤콤이!

활짝 피어난 꽃을 보고 달달콤콤이라 부르며 환호하는 벌레 친구들!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말을 어느 순간 알아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묘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달달콤콤이라는 예쁜 말에서 향긋한 꽃 냄새 달콤한 꿀 냄새가 느껴집니다. 자신들이 키워낸 양 즐거워하는 벌레 친구들의 마음도 알 것 같고요.

이렇게 봄에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조그만 새싹이 자라 어여쁜 꽃을 피우고, 시간이 더 흐르며 꽃은 시들시들해지더니 그만 고개를 툭 떨구고 맙니다. 그 바람에 이리저리 튕겨 나가는 작은 씨앗들, 벌레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들어가는 초록 식물 곁을 떠났어요. 이윽고 공벌레 할아버지의 집도 처음처럼 굳게 닫혀버립니다.

홀라홀라 추추추

귀뚜라미가 구슬프게 노래하는 가을밤, 노래하는 귀뚜라미 말고는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밤, 늘 그 자리에 장식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던 고치 문이 슬그머니 열리더니 이렇게 멋진 나비 아가씨가 나왔어요. 그 좁고 어두운 고치 속에서 애벌레는 오로지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겠지요? 환희에 가득 찬 날갯짓이 그녀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초록 식물이 다 스러지고 없는 찬바람 불어오는 가을밤에도 이렇게 세상은 또 다른 생명과 그들의 이야기를 내어놓습니다.

홀라홀라 추추추

스산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흰 눈과 쓰러진 통나무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저 깊은 곳 어딘가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잠시 쉬고 있을 생명들의 숨소리가 느껴지나요? 푹 쉬고 난 뒤 햇살이 조금만 따사로워지면 흰 눈이 녹아내린 그 자리 부드럽고 촉촉해진 땅 위에 쏙쏙쏙 초록이들이 고개를 내밀 거예요. 그리고 그들을 발견한 벌레 친구들은 어김없이 이렇게 말하겠죠?

호야 호?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는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오가는 다양한 벌레들과 자라나는 초록 식물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살려내고 있어요. 읽다 보면 처음엔 낯설었던 벌레들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 세상에 동화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은 이 그림책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2017 칼데콧상 수상작이 발표되었을 때 굳이 한글판을 기다릴 필요가 없겠다 생각했었는데 번역된 곤충 언어를 읽는 재미도 꽤나 쏠쏠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원서와 한글판 두 권을 비교해서 어떻게 느낌이 다른지 꼭 한 번 살펴보세요.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들과 또 다른 곤충 언어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만의 비밀 언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생명들의 은밀한 속삭임 속에 자연의 변화를 멋지게 담아낸 “홀라홀라 추추추”, 우리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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