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아이
책표지 : Daum 책
빛나는 아이 : 천재적인 젊은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

(원제 : Radiant Child : The Story of Young Artist Jean-Michel Basquiat)
글/그림 자바카 스텝토 | 옮김 이유리 | 스콜라
(발행 : 2018/01/22)

※ 2017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2017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빛나는 아이”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장 미셸 바스키아의 삶을 그린 인물 그림책입니다. 키스 해링과 함께 거리 예술가 1세대로 손 꼽히는 장 미셸 바스키아가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뉴욕 시 곳곳을 활용했던 것처럼 이 그림책의 작가 자바카 스텝토는 뉴욕 시 곳곳에서 주운 목재 조각들을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목재 조각들을 이어 붙여 그린 그림들에서 풍기는 독특한 질감과 선명한 색감의 그림들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세계를 그려낸 그림책 “빛나는 아이”입니다.

빛나는 아이

밤낮으로 심각한 얼굴로 그림에만 몰두해있는 장 미셸, 오른쪽 창밖에는 진짜 해가 둥실 떠있고 왼쪽 창에는 장 미셸이 그린 노랗게 빛나는 해가 둥실 떠있어요. 그림책을 넘기면 캄캄한 밤 하늘에 달이 떠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그리고 싶은 마음에 한밤중에도 잠옷을 입은 채로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장 미셸,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이 어린 시절부터 남 달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그런데 조금 특이한 것은 탁자 위에 놓인 그림이나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그의 그림들입니다. 삐뚤빼뚤 어린아이 낙서 같아 보이는 장 미셸의 그림들은 우리가 기존에 잘 그린 그림이라 생각하는 그런 기준과는 좀 차이가 있어 보이거든요.

장 미셸은 단정하거나 깔끔하게 그리지 않았어요. 기존의 그림과 많이 달랐지요. 그의 그림은 엉성하고 예쁘지 않고 때때로 괴상해 보이지만, 왠지 아무튼 멋졌어요.

‘왠지 아무튼 멋지다’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들이 궁금해집니다. 사실 저는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키스 해링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장 미셸 바스키아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어요. 구글링을 해서 그의 작품들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와~!”하고 감탄사를 쏟아 내고 말았답니다. ‘괴상해 보이지만 아무튼 멋진 그림’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딱 맞아떨어졌거든요.

빛나는 아이

장 미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그의 엄마 마틸드였어요. 엄마는 장 미셸과 함께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미술관에 데리고 가기도 했으며 또 그에게 무엇이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길에서 하는 놀이, 우리가 하는 말과 태도 등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분이 바로 엄마였죠. 교통사고를 당해 불안해하는 장 미셸에게 해부학 책을 선물해준 엄마 덕분에 장 미셸은 예술에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어요.

빛나는 아이

그런데, 장 미셸이 교통사고를 당하던 해에 그의 엄마 역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어린 그를 남겨둔 채 집을 떠나게 됩니다. 병원으로 떠나는 엄마를 그저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장 미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의 찢어지는 마음을 상징하는 듯 티셔츠에 깨진 하트가 그려져 있어요. 찢어지고 생채기 난 그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 자바카 스텝토는 이 장면에 못이 박히고 옹이가 드러난 목재를 그대로 사용한 듯합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을 두고 가는 엄마는 축 늘어진 채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떠나고 있습니다.

엄마가 떠난 슬픔을 잊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그림에만 몰두한 장 미셸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엄마를 찾아가곤 했어요.

빛나는 아이

십대가 되자 장 미셸은 집을 떠나 뉴욕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합니다. 페인트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그림에만 몰두하던 장 미셸은 밤이 찾아오면 거리로 나가 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렸어요. 예술은 시집이나 극장,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길에서 하는 놀이, 우리가 하는 말과 태도 등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장 미셸. 예술은 쓰레기 더미 곁에서도 활짝 피어납니다.

힘 있는 선과 색으로 구성된 그의 그림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장 미셸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미술관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단정하거나 깔끔하지 않았어요. 기존의 그림과도 많이 달랐고요. 하지만 아무튼 그의 작품은 멋졌어요!

빛나는 아이

예쁘지 않고 때때로 괴상해 보이기도 하지만, 왠지 아무튼 멋진 마법 같은 매력을 가진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들, 그는 오로지 자신만의 방법대로 그림을 그린 빛나는 예술가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빛나고, 길들여지지 않은, 천재적인 아이’라고 불렀어요. 장 미셸은 마음속으로 자기가 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 미셸은 자기나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을 그릴 때 왕관을 그려 주었어요.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로 예술계의 거장이 된 장 미셸 바스키아, 활짝 웃고 있는 그의 머리 위로 노란 왕관이 해님처럼 둥실 떠 그를 비추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낸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 장 미셸 바스키아입니다.

작품 속에 다양한 모티브와 상징물들을 그려 넣어 메시지를 전달했던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보여주기 위해 버려진 목재 조각을 활용한 멋진 그림책을 만들어낸 작가 자바카 스텝토, 그는 자신이 보여준 바스키아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삶에서 소통과 치유의 촉매가 되기를 바라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세상 어디에나 어떤 형태로나 존재하는 예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끊임없는 열망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한 예술가의 삶을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 “빛나는 아이”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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