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광장의 자유
책표지 : 밝은미래
콩고 광장의 자유

(원제 : Freedom In Congo Square)
캐럴 보스턴 위더포드 | 그림 R. 그레고리 크리스티 | 김서정 | 밝은미래
(발행 : 2018/01/25)

※ 2016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2017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2017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콩고 광장의 자유”는  ‘콩고 광장(Congo Square)’라는 장소에 얽힌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콩고 광장은 미국 재즈의 발상지인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시에 있는 루이 암스트롱 공원 안에 있다고 해요. 1865년 노예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뉴올리언스의 흑인 노예들은 일주일 중 단 하루 일요일에만 자유 시간이 주어졌었다고 해요. 노예들은 일요일이면 한 곳에 삼삼오오 모여 춤과 노래와 음악, 종교의식 등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콩고 광장이었습니다.

콩고 광장의 자유

월요일, 돼지 먹일 여물을 나르고,
노새를 훈련시키고, 장작을 팬다.

인정사정없는 노예의 나날.
콩고 광장까지는 엿새 남았다.

쇠사슬에 묶인 채 노예선에 태워져 머나먼 미국 땅까지 팔려온 흑인 노예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했어요. 고된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는 절망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유일한 기쁨이 있다면 그것은 콩고 광장에 갈 수 있는 일요일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월요일, 콩고 광장까지 남은 날은 엿새. 화요일, 콩고 광장까지 남은 날은 닷새…… 인정사정없는 노동에 시달리고 때론 끔찍한 채찍질을 당하면서도 그들은 콩고 광장에 갈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어요.

콩고 광장의 자유

광활한 목화밭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쉴 새 없이 목화솜을 따고 있는 비쩍 마른 노예들,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고흐 그림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애절한 슬픔이 묻어나는 장면입니다. 검은색으로 일렁이는 건너편 숲이 그들 가슴속 암담한 슬픔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그들의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콩고 광장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콩고 광장의 자유

당시 루이지애나에는 일요일에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는 ‘코드 누아르’라는 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루이지애나 주에 속하는 뉴올리언스 역시 이 법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노예들은 일요일 하루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자유가 주어진 노예들은 일요일이면 콩고 광장에 모였어요. 일요일 오후 콩고 광장은 그들에게 만남의 광장이면서 시장이었고 또 소통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환한 햇살 아래 모인 흑인 노예들은 그들의 북과 트라이앵글, 종, 조롱박을 두드리고 반자와 바이올린을 켜고 피리를 불면서 콩고 광장에서 해방감을 만끽했어요. 리듬에 맞춰 함께 소리 내고 춤추고 노래를 외쳐 부르는 동안 그들은 슬픔도 근심도 잊은 채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어요.

콩고 광장의 자유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듯,
콩고 광장의 반나절은 절반의 자유로 가득하다.
이 작은 귀퉁이는 아득한 하나의 세계.
콩고 광장은 자유의 심장이다.

그들의 언어로 종교 의식을 펼치고 아프리카 춤을 추고 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었던 콩고 광장은 1865년 노예 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음악만은 남아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독창적으로 발생한 음악인 재즈는 콩고 광장에서 살아남은 아프리카 리듬이 발전한 음악이라고 해요. 재즈의 선율 속에는 억압 속에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 조상의 뜨거운 눈물과 웃음, 그리고 애절함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선으로 그려낸 노예들의 춤사위는 자유분방한 재즈의 선율을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몸짓과 음악 속에서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과 자유를 향한 그들의 갈망이 느껴집니다.

글을 쓴 캐럴 보스턴 위더포드는 “모세 : 세상을 바꾼 용감한 여성 해리엣 터브먼”과 “Voice of Freedom: Fannie Lou Hamer, Spirit of the Civil Rights Movement”의 작품에서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룬 그림책으로 2007년, 2016년 두 번의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럴 보스턴 위더포드의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글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유를 꿈꾸는 이들을 인상적인 색상과 아름다운 선으로 그려낸 R. 그레고리 크리스티의 그림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주는 그림책 “콩고 광장의 자유”,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격정적인 몸짓과 소리가 그림책 속에 가득 담겨있습니다.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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