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탄광 마을
책표지 : Daum 책
바닷가 탄광 마을

(원제 : Town Is By The Sea)
조앤 슈워츠 | 그림 시드니 스미스 | 옮김 김영선 | 국민서관
(발행 : 2017/12/29)

★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 2017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 2018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2017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 작인 “바닷가 탄광 마을”은 아름다운 바닷가에 위치한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일상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바다 깊은 어둠 속에서 일하는 아빠를 떠올리는 어린 소년의 잔잔한 독백으로 섬세하면서도 아련하게 삶의 애환을 그려낸 책입니다.

바닷가 탄광 마을

소년의 집은 벼랑 위 언덕에 있어 언제라도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언덕 너머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는 마을도 볼 수 있고요. 갈매기가 너울대며 날아다니는 이른 새벽 물 안개가 걷히지 않은 희뿌연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소년의 아빠는 일터에 나갑니다.

우리 아빠는 광부예요.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 있는 탄광에서 일하지요.

이미 작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듯 탄광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오는 이른 아침, 바다 아래 묻혀있는 석탄을 캐기 위해 지하 갱도로 향하는 탈것에 올라탄 수많은 아버지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감돌고 있어요.

갈매기 소리, 개 짖는 소리, 해안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소년은 아침 햇살에 빛나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오직 헤드램프 불빛만을 의지해 석탄을 캐고 있을 아빠를 생각합니다.

바닷가 탄광 마을

아침을 먹고 친구와 놀이터로 달려간 소년은 그네를 타고 높이 올라갑니다. 높이높이 올라가면 멀리멀리 바다가 보이거든요. 하얀 물마루를 일으키며 파도가 밀려오는 아침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년은 아빠를 생각해요.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석탄을 캐고 있을 아빠를……

소년의 시선은 먼 바다 저 너머를 향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아빠가 일하는 바다 밑 비좁고 어두운 지하 갱도를 향해 있어요. 아버지가 일하는, 그리고 자신도 곧 일하게 될 바다 밑 갱도는 늘 소년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닷가 탄광 마을

어제도 오늘도 늘 변함없이 푸르른 바다, 하지만 그 바다 아래에서는…

바닷가 탄광 마을

이토록 치열한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년이 바라보는 바다는 조금씩 다른 풍경을 연출하지만 햇살 한 줌 들어오지 않는 탄광의 어둡고 비좁은 갱도 안은 늘 똑같은 풍경을 유지하고 있어요. 시간의 흐름마저 멈춰버린 것 같은 그곳을 상상하면서 소년이 하는 말은 늘 똑같아요.

그리고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아빠는 석탄을 캐고 있어요.

바닷가 탄광 마을

거실 깊숙이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한낮, 점심을 먹은 소년이 엄마 심부름을 나섭니다. 환한 햇살을 받은 오후의 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립니다. 어디를 가든 소년 주변에는 늘 바다가 함께하고 있어요. 그 바다를 볼 때마다 소년은 아빠가 석탄을 캐고 있을 바다 저 아래 깊은 곳을 떠올립니다.

바다와 바다 밑 탄광은 온종일 소년과 함께하면서 소년 주변을 맴돌아요. 같은 장소지만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면서……

바닷가 탄광 마을

오후에 할아버지 묘지를 찾아간 소년은 할아버지도 아빠처럼 광부였음을 떠올립니다. 소금을 잔뜩 머금은 물보라 때문에 하얗게 변한 묘비 아래 묻혀있는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오랫동안 땅속에서 힘들게 일했으니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나를 묻어 주렴.”

푸른 바다가 보이는 땅속에는 광부였던 할아버지가 곤히 잠들어 있고, 푸른 바다 밑 땅속에서는 광부인 아빠가 석탄을 캐고 있습니다.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라서 광부가 되고 그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숙명인 것일까요? 할아버지의 묘비를 바라보는 소년의 눈빛이 왠지 쓸쓸하기만 합니다.

바닷가 탄광 마을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오후가 지나고 저녁 식사 때가 되면 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정적이 흐르는 공간 안에 빛과 그림자로 시간을 흐름을 표현한 그림이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에요.

얼굴에는 탄광에서 묻은 거뭇한 자국이 남아있는 피곤해 보이는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는 소년, 힘들고 긴 하루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아빠를 온종일 얼마나 기다렸을지 그  마음이 느껴져 뭉클해지네요. 온 가족이 모여  온기 가득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밤이 찾아옵니다. 아빠 품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스르르 잠들면서 소년은 생각해요.

나는 파도가 철써덕철써덕 뒤치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요.
스르르 눈을 감으며, 바다를 생각하고 아빠를 생각해요.

화창한 여름날을 생각해요.
그리고 컴컴한 땅굴을 생각해요.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올 거예요.

바다에 깊고 어두운 밤이 찾아옵니다. 바다도 탄광도 이 순간만큼은 모두 똑같은 어둠 속에 잠겨있어요. 할아버지가 일했고 아빠가 일하는 바다 밑 탄광, 언젠가 소년 자신도 그 깊은 땅 속으로 들어갈 날이 다가오겠죠. 아빠가 그랬듯이,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변치 않는 탄광의 풍경을 영화처럼 그려낸 그림들이 애수에 잠긴 문장들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그림책 “바닷가 탄광 마을”,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인 “거리에 핀 꽃”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시드시 스미스의 그림과 인생의 애달픔을 소년의 독백으로 써 내려간 조앤 슈워츠의 글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찬란한 햇살과 푸른 바다를 뒤로하고 깊은 갱도 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하루,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소년의 하루가 마음 깊은 곳에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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