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책표지 : Daum 책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원제 : Old Hat)
글/그림 에밀리 그래빗 | 옮김 노은정 | 비룡소
(발행 : 2018/02/10)


자신의 키보다 더 높게 쌓은 모자를 쓰고 휘청휘청 걷고 있는 허버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넘쳐납니다. 오늘은 또 무얼 하면서 하루를 재미나게 보낼지 고민하는 아이들 같아요.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오리 아빠”, “이제 숲은 완벽해!”의 작가 에밀리 그래빗의 작품입니다.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여백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재미난 그림책들을 선보여온 작가 에밀리 그래빗,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허버트에게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자’는 과연 어떤 모자일까요?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허버트에게는 오래된 모자가 하나 있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모자, 보들보들 포근포근하고 귀도 따뜻하게 덮어주는 멋진 모자를 허버트는 너무나도 좋아했어요.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자 속에 가득 담긴 털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네요. 할머니는 색색깔 실로 허버트를 생각하며 한 코 한 코 정성스레 모자를 떠주셨겠죠. 아마도 허버트는 찬 바람 불어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거예요. 허버트가 제일 좋아하는 모자를 쓰고 나가 신나게 놀 수 있는 그날을…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그런데, 허버트의 모자를 보고 친구들이 놀렸어요.

“그 모자 뭐야?”

라고…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모자를 쓰고 자신감 뿜뿜 넘치던 허버트는 단숨에 기가 죽었어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해버린 아이처럼 그만 의기소침해졌죠.

허버트는 새 모자를 사러 갔어요. 쇼윈도에 진열된 화려한 모자들, 깃털이 꽂힌 해적 모자도 있고, 모자 챙에 방울이 대롱대롱 달린 멕시코 전통 모자도 있고, 별무늬가 화려한 마녀 모자도 있었지만 허버트는 고민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쓰고 있는 모자, 요즘 제일 유행하는 모자를 사러 갔기 때문에…

온갖 과일로 장식된 모자를 써보니 더욱 근사하게 느껴졌어요. 세련되고 멋있는데 맛까지 좋은 모자라니, 몸에도 좋고 씹으면 입 운동도 되고 비타민도 들어있고 정말 딱인 모자라 생각했는데 아 뭔지 허버트에게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꾹 참았죠. 다들 이 모자가 제일 유행하는 모자라고 하니까.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허버트의 수난은 끝없이 되풀이됩니다. 친구들을 따라 새로이 유행하는 모자를 사서 쓰고 나가면 이미 유행은 지나가버렸고 친구들은 한물 간 모자를 쓴 허버트를 마구 놀려댔거든요. 그때마다 허버트는 새로운 유행을 따라 모자를 바꾸고 바꾸고 또 바꿨지만 너무나 빨리 변해버리는 모자의 유행을 좀처럼 따라잡을 수가 없었어요.

새 모자를 쓰고 아주 흡족해 하던 허버트는 다음 장면에서 어김없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 구석자리로 밀려나있어요. 친구들과 다른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요. 놀리는 친구들이나 놀림당하는 허버트나 그 표정이 너무나 생생해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에밀리 그래빗은 배경 그림을 생략하고 하늘색과 하얀색 바탕 위에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을 생생하게 묘사해 인물들의 행동에 집중할 수 있게 표현했어요.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제일 유행하는 모자가 너무나 갖고 싶은 나머지 허버트는 친구를 따라 모자 전문 잡지를 구독해 보기도 하고 새 모자를 사려고 잡지에 나온 모자 가게 앞에서 밤을 꼴딱 새워 보기도 했지만 허버트가 쓴 모자에 대한 친구들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상한 모자, 구닥다리 모자, 촌스러운 모자!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것도 이제 지쳤어.
그래서 나는 불쑥 그 누구도 한 적 없던 일을 저질러 버렸어.

유행을 좇느라 그동안 정신없이 사들였던 수많은 모자 더미 위에 앉은 허버트, 잔뜩 지친 허버트의 눈에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신 모자가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 모자를 한동안 바라보던 허버트는 드디어 깨달았어요. 어떤 모자가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자인지를……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허버트의 모자만 보면 비웃고 놀리고 비아냥대던 친구들이 놀라운 눈빛, 부러운 눈빛, 경이로운 눈빛으로 허버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 자신감을 완벽하게 회복한 허버트! 허버트가 말하는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자란 어떤 모자일까요? 분명한 것은 이제 허버트는 유행을 좇지 않아요. 스스로 유행을 만들어 가기로 했으니까요. ^^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판단을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심리 현상을 ‘밴드 왜건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이것은 다수에서는 멀어져서는 안된다는 안전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유행의 본질이 딱 그런 셈이죠.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는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자신만의 모자를 찾고 행복해하는 허버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유행의 본질과 허무함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입니다.

시원시원하게 그린 캐릭터들의 생생한 표정들, 유행을 상징하는 화려한 모자들, 짧고 간결한 이야기로 개성과 자기다움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세상에 나는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

(제목이 너무 길어서 ‘세상에서 가장 근사하고 엄청난 내 모자’,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근사한 엄청난 모자’ 등등 외울 때마다 헷갈리는 제목이었어요. 정작 원제는 “Old Hat” 딱 두 글자란 사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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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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