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사자
책표지 : Daum 책
하늘을 나는 사자

글/그림 사노 요코 | 옮김 황진희 | 천개의바람
(발행 : 2018/02/28)


삶을 지나치게 냉소적으로 혹은 아주 진실하고 감성적으로 바라본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 같아 마음이 뭉클해질 때가 많습니다. 사노 요코가 세상에 남겨놓고 간 다양한 주제를 품은 수많은 그림책, 독특한 관점에서 삶을 이야기한 수많은 에세이집을 보면 그녀가 삶을 얼마나 사랑하고 또 즐겼는지 알 수 있죠. “하늘을 나는 사자”에서도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진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삶에 집중하라고 말이죠.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어느 멋진 사자 이야기에는 다양한 생각거리가 담겨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자

멋진 갈기와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사자가 고양이들과 한동네에 살고 있었어요. 사자의 멋진 갈기를 보겠다고 날마다 찾아오는 고양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사자는 사냥을 나갔어요. ‘어흥!’ 우렁차게 외치며 하늘을 날아오를 듯이 땅을 박차고 나가서 사냥을 했고, 그렇게 잡아 온 먹이를 맛있게 요리해 고양이들을 대접했어요.

고양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묻혀 가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야- 역시 사자야.”

근엄한 모습의 커다란 사자와 진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장난기 가득한 고양이들의 모습이 대조됩니다. 악동 같은 표정으로 ‘역시 사자야’하고 입에 발린 말들을 늘어놓는 고양이들 앞에서 사자는 ‘그래, 내가 바로 너희들이 존경하는 멋진 사자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쭐한 표정에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요.

하늘을 나는 사자

고양이들은 날마다 사자를 찾아왔고 그때마다 사자는 사냥을 나가 고양이들에게 맛난 고기를 대접했어요. 고양이들은 ‘역시 사자야’라고 말하며 아주 당연한 듯이 먹이를 먹었죠. 이런 일이 매일 같이 반복되자 점점 피곤해진 사자가 고양이들에게 자신은 낮잠을 자는 게 취미라고 말했지만 고양이들은 농담도 잘한다며 깔깔 웃어넘길 뿐이었어요.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르던 이전의 늠름하고 활기찬 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쪼그라든 사자는 털이 덥수룩한 피곤한 고양이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와 달리 사자가 구해온 먹이를 먹어치운 고양이들은 점점 더 무례해 보입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던 어느 영화 속 대사는 딱 이럴 때 쓰는 말 아닐까요?

거기서 그만 멈추었어야 했는데… 사자는 그러지 못했어요. 다음 날 또 찾아온 고양이에게 낮잠을 좀 자야 한다고 말했지만 고양이가 자지러지게 웃는 것을 보고는 다시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거든요.

하늘을 나는 사자

“아아, 힘들다.”
그날 밤, 사자는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그 커다랗고 용맹했던 사자가 한밤중 작은 집에 쪼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울고 있습니다. 사자의 마음처럼 작아진 초승달이 하늘에 처량하게 걸려있어요. 고양이들의 기대와 평가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신에게 지금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자의 모습은 타인의 말을 지나치게 인식하면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모습처럼 보여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멀리까지 울리는 사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능력 역시 지금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정작 스스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작은 집에 앉아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을…

하늘을 나는 사자

결국 고양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먹이를 구하러 나가려던 사자는 그만 쓰러져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어요. 고양이들은 그제서야 사자가 ‘낮잠을 자는 게 취미’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조용해졌습니다.

누구나 이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기심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본능이지만 내 감정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나머지 남의 감정은 별것 아닌 아주 시시한 것이라 여겨 무시해 버리는 과한 행동은 때로는 큰 문제를 가져오기도 하죠. 고양이들이 사자에게 한 행동처럼요. 고양이들의 이기심 앞에 배려 받지 못한 사자는 그렇게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어요.

하늘을 나는 사자

몇 백 년 동안 황금빛 돌이 된 채 잠든 사자를 깨운 것은 엄마 손을 잡고 지나가던 아기 고양이의 다정한 말이었습니다.

“엄마, 이게 뭐예요?”
또 다른 아기 고양이가 엄마 손을 잡고 가다 물었습니다.
“옛날옛날, 멋진 사자가 있었대.”
“그런데 왜 돌이 돼서 자고 있어요?”
“글쎄, 왜 그럴까?”
“으음…… 분명 피곤했을 거예요.”

사자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아기 고양이의 말에 황금빛 돌사자는 부르르 몸을 털고 일어났어요. 악동 고양이들의 입에 발린 말로 인해 자신의 삶을 통째로 휘둘렸던 사자, 다시 깨어난 사자는 이제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제 삶을 오롯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마지막 장면을 보면 깨어난 사자를 향해 아기 고양이가 정말 멋진 사자라고 칭찬하면서 얼룩말도 잡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사자는 다시 ‘어흥!’하고 우렁차게 외치며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라요. 예전처럼요. 그런데 그 표정은 예전과는 아주 달라 보입니다. 전에는 누군가의 칭찬에 도취해 우쭐해 보였다면 다시 하늘을 날아오른 사자는 모든 것에 달관한 표정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 장면 달라진 사자의 표정,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세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영혼을 영원히 빛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때로는 영원히 파괴해 버릴 수도 있어요. 고양이들의 시각에서, 사자의 입장에서 이토록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그림책 한 권에 깊이 있게 담아낸 그림책 “하늘을 나는 사자”, 달콤한 속삭임에 취해 현재의 삶이 어긋난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분명히 말할 줄 알아야 해요. 싫다고, 더 이상은 힘들다고, 이제는 아니라고 말이죠.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 보세요.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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