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이 찾아온 날
책표지 : Daum 책
비구름이 찾아온 날

(원제 : Ivy And The Lonely Raincloud)
글/그림 케이티 하네트 | 옮김 김경희 | 트리앤북
(발행 : 2018/04/13)


‘케이티 하네트’라는 작가 이름을 보자마자 떠올린 것은 ‘아치 스너플킨스 올리버 발렌타인 컵케이크 티베리우스’라는 고양이입니다. 블로섬 거리에 사는 이웃들을 모두 한 가족처럼 만들어준 이 고양이는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에 등장했던 주인공이었죠. 지난해 봄 우리 곁에 멋진 고양이가 찾아왔었다면 올봄에는 동글동글 귀엽고 사랑스러운 비구름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비구름이 찾아온 날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부터 몽실몽실 찐빵 같은 하얀 구름, 납작 구름……. 다양한 모양의 구름들이 높은 하늘에 떠있어요. 그중에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그만 비구름이랍니다. 뜨거운 태양이 친구 구름들을 다 쫓아 버리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된 비구름은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까불까불 장난도 칠 친구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어요.

하지만!

비구름이 찾아온 날

비구름을 반기는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어요. 슬금슬금 피하거나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화를 냈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던 신부도 비구름이 나타나자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이 무서운 표정으로 비구름에게 화를 냈어요.

아무도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비구름은 그만 풀이 죽었어요. 친구 찾기를 포기하려는 순간 비구름은 거리를 걷고 있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 이름은 아이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 없이 걷는 뒷모습만 봐도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겠네요. 그런 모습이 비구름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양입니다.

비구름이 찾아온 날

비구름은 아이비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생각했어요.

‘어? 쟤도 햇빛을 안 좋아하나 봐.
어쩐지 우울해 보이는데 나처럼 외로워서 그런 걸까?’

비구름은 아이비에게 감정이입을 해봅니다. 외롭다는 감정에서 시작된 비구름의 우울함이 아이비도 똑같은 것인지 아직은 알쏭달쏭 알 수 없기 때문이겠죠. 잔뜩 화간 난 채 길을 걷는 아이비, 그 뒤에서 비를 뿌리며 따라가는 작은 구름, 이 둘을 제외하면 다들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장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도 아이비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해요. 좁은 공간 안에 있으면 감정이 더 쉽게 전이되기 때문일까요? 지하철에 탄 사람들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했어요.

비구름이 찾아온 날

아이비의 짜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날 좀 가만 내버려 둬!’, ‘아, 짜증 나!’ 비구름더러 들으라는 소리인지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인지 이렇게 소리를 치기도 했고요. 짜증을 내며 꽃에 물을 주고 부루퉁한 얼굴로 꽃다발을 만들고(꽃다발을 만드는 건지 꽃을 잡아 뜯어버리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잠시 행복한 듯 보였다가 이내 다시 짜증을 부렸죠. 처음엔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비구름은 아이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이비가 짜증 내고 심술부리는 건 몹시 슬프기 때문이로구나.’

그제서야 비구름은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아이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지금 아이비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말이죠. 아이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비구름이 그녀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은 시원하게 비를 내려주는 일이었어요. 비구름은 힘을 내서 시원하게 비를 내리고 또 내려 주었습니다. 그 덕분이었을까요?

비구름이 찾아온 날

여지껏 힘없이 시들어 있었던 식물들이 활짝 피어났어요.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꾹꾹 눌러 쌓이고 쌓였던 거칠고 나쁜 감정들을 시원하게 쏟아내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처럼요.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비.

그 뒤로 아이비와 비구름은
맑은 날에도 궂은 날에도 함께
예쁜 꽃을 가꾸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이비를 발견한 비구름, 둘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요? 우리들에게도 종종 비구름이 친구하자고 찾아오는 날이 있어요. ‘난 괜찮은데 왜 자꾸 귀찮게 나를 따라다니지?’라며 애써 비구름을 외면하려고 하지 마세요. 내 마음이, 내 표정이 딱 비구름 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구름이 한눈에 알아채고 찾아온 것이니까요. 외면하지도 말고 쫓아버리려고 하지도 말고 그대로 인정하고 가만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은 상호 의존하면서 변화하고 성숙해 나가는 것이니까요.

내 안에 존재하는 슬프고 짜증나는 감정을 비구름으로 표현해 내면의 감정을 어떻게 마주하고 소통하고 풀어야 하는지를 따뜻한 이야기와 거침없는 색감의 그림으로 풀어낸 그림책 “비구름이 찾아온 날”. ‘슬프고 힘들 때 짜증 나고 우울할 때 자꾸만 피하려 들지 말고 한바탕 울어도 괜찮아’ 토닥토닥 비구름이 마음을 토닥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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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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