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구름이 찾아온 날
(원제 : Ivy And The Lonely Raincloud)
글/그림 케이티 하네트 | 옮김 김경희 | 트리앤북
(발행 : 2018/04/13)
★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케이티 하네트’라는 작가 이름을 보자마자 떠올린 것은 ‘아치 스너플킨스 올리버 발렌타인 컵케이크 티베리우스’라는 고양이입니다. 블로섬 거리에 사는 이웃들을 모두 한 가족처럼 만들어준 이 고양이는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에 등장했던 주인공이었죠. 지난해 봄 우리 곁에 멋진 고양이가 찾아왔었다면 올봄에는 동글동글 귀엽고 사랑스러운 비구름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부터 몽실몽실 찐빵 같은 하얀 구름, 납작 구름……. 다양한 모양의 구름들이 높은 하늘에 떠있어요. 그중에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조그만 비구름이랍니다. 뜨거운 태양이 친구 구름들을 다 쫓아 버리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된 비구름은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까불까불 장난도 칠 친구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어요.
하지만!
비구름을 반기는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어요. 슬금슬금 피하거나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화를 냈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던 신부도 비구름이 나타나자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이 무서운 표정으로 비구름에게 화를 냈어요.
아무도 자신과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비구름은 그만 풀이 죽었어요. 친구 찾기를 포기하려는 순간 비구름은 거리를 걷고 있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 이름은 아이비,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 없이 걷는 뒷모습만 봐도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겠네요. 그런 모습이 비구름의 눈길을 사로잡은 모양입니다.
비구름은 아이비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생각했어요.
‘어? 쟤도 햇빛을 안 좋아하나 봐.
어쩐지 우울해 보이는데 나처럼 외로워서 그런 걸까?’
비구름은 아이비에게 감정이입을 해봅니다. 외롭다는 감정에서 시작된 비구름의 우울함이 아이비도 똑같은 것인지 아직은 알쏭달쏭 알 수 없기 때문이겠죠. 잔뜩 화간 난 채 길을 걷는 아이비, 그 뒤에서 비를 뿌리며 따라가는 작은 구름, 이 둘을 제외하면 다들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장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도 아이비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해요. 좁은 공간 안에 있으면 감정이 더 쉽게 전이되기 때문일까요? 지하철에 탄 사람들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했어요.
아이비의 짜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날 좀 가만 내버려 둬!’, ‘아, 짜증 나!’ 비구름더러 들으라는 소리인지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인지 이렇게 소리를 치기도 했고요. 짜증을 내며 꽃에 물을 주고 부루퉁한 얼굴로 꽃다발을 만들고(꽃다발을 만드는 건지 꽃을 잡아 뜯어버리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잠시 행복한 듯 보였다가 이내 다시 짜증을 부렸죠. 처음엔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비구름은 아이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이비가 짜증 내고 심술부리는 건 몹시 슬프기 때문이로구나.’
그제서야 비구름은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아이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지금 아이비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말이죠. 아이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비구름이 그녀를 위해 생각해 낸 것은 시원하게 비를 내려주는 일이었어요. 비구름은 힘을 내서 시원하게 비를 내리고 또 내려 주었습니다. 그 덕분이었을까요?
여지껏 힘없이 시들어 있었던 식물들이 활짝 피어났어요.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꾹꾹 눌러 쌓이고 쌓였던 거칠고 나쁜 감정들을 시원하게 쏟아내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처럼요. 초록의 싱그러움 속에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비.
그 뒤로 아이비와 비구름은
맑은 날에도 궂은 날에도 함께
예쁜 꽃을 가꾸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이비를 발견한 비구름, 둘의 만남은 우연이었을까요? 우리들에게도 종종 비구름이 친구하자고 찾아오는 날이 있어요. ‘난 괜찮은데 왜 자꾸 귀찮게 나를 따라다니지?’라며 애써 비구름을 외면하려고 하지 마세요. 내 마음이, 내 표정이 딱 비구름 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구름이 한눈에 알아채고 찾아온 것이니까요. 외면하지도 말고 쫓아버리려고 하지도 말고 그대로 인정하고 가만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은 상호 의존하면서 변화하고 성숙해 나가는 것이니까요.
내 안에 존재하는 슬프고 짜증나는 감정을 비구름으로 표현해 내면의 감정을 어떻게 마주하고 소통하고 풀어야 하는지를 따뜻한 이야기와 거침없는 색감의 그림으로 풀어낸 그림책 “비구름이 찾아온 날”. ‘슬프고 힘들 때 짜증 나고 우울할 때 자꾸만 피하려 들지 말고 한바탕 울어도 괜찮아’ 토닥토닥 비구름이 마음을 토닥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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