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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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버스

글/그림 어인선 | 봄봄
(발행 : 2018/05/05)


민들레 버스

올망졸망 아기자기한 표지 그림이 하도 예뻐서 겉표지를 양쪽으로 쫘악 펼쳐 보았어요. 커다란 모자를 쓴 꼬마 병정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힘을 합쳐 버스 정류장 간판을 세우고 선로를 점검하고 망원경으로 저 멀리 무언가를 확인하기도 하고. 이렇게 일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요. 초록으로 반짝이는 풀밭 위에 누워 맑은 하늘도 보고 하늘에 동동 떠다니는 파란 구름도 보고 뒹굴뒹굴 게으름 피우고 싶을 것 같은데, 꼬마 병정들은 지금 그럴 여유가 없나 봅니다.

민들레 버스

골목 안쪽 민들레 버스 준비가 한창이야.

땅을 파고 흙을 나르고 세심하게 초록 민들레 잎사귀를 살피고, 노란 민들레 꽃에 바퀴를 달고 깃발을 흔들어 수신호를 보내고, 누구 하나 쉬는 이 없어요. 지시하고 감독하는 이 없어도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꼬마 병정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민들레 버스, 이름이 참 이쁘죠? 민들레 버스는 뭘 하는 버스일까 궁금한 마음도 들고요.

준비를 마친 민들레 버스가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늘진 골목 안에서 환한 세상으로 나온 민들레 버스, 노란 민들레는 하얀 홀씨가 되어 가볍고 사뿐하게 세상을 향해 달려나갑니다.

민들레 버스

민들레 버스

아이들로 가득한 학교며 길가 가로수,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 키 큰 나무, 자동차 바퀴, 세상을 처음 만난 새싹, 이름 모를 풀잎에까지 세상 곳곳에  뿌려지는 하얀 민들레 씨앗들. 외지고 그늘진 곳, 작은빈틈까지 어느 곳 하나 소홀하지 않고 팔랑팔랑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가 봄을 축하하는 폭죽 같기도 하고 세상을 향해 띄우는 축전 같기도 합니다.

말라가는 빨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벽돌,
베란다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화분,
민들레 버스는 모두에게 조용히 봄을 뿌리고 지나가.

노란 향기와 솜털 같은 하얀 씨앗을 흩날리며 달려가는 민들레 버스가 바지런히 세상 곳곳을 누리는 동안 우리 곁을 찾아온 봄도 서서히 지나갑니다.

민들레 버스

쉬지 않고 달리며 온 세상 곳곳에 노란 기운을 전하던 민들레 버스. 이제 모든 소임을 마치고 멈추어 섰습니다. 버스를 가득 채웠던 민들레는 세상 이곳저곳으로 모두 날아가버리고 이제 초록빛 벌판에는 열심히 달려가던 바퀴 두 개만 남았어요.

하지만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다음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가는 것일 뿐!

민들레 버스

민들레 버스는 다시 우리 곁에 노란 봄을 가지고 돌아올 거예요. 매일매일 조금씩 열심히 준비해서 말이죠.^^

작은 바퀴 위에 실려 돌돌돌돌 달리며 세상을 향해 훌훌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 홀가분하게 세상 어딘가로 떠나는 그 가벼운 몸짓에는 욕심도 집착도 없어 보입니다. 지난 봄 돌담 벽에 피어났던 민들레 꽃 홀씨는 지금 어디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까요?

봄이면 어디서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노란 민들레가 어느 날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아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아요. ‘민들레 버스 타고 멀리 떠났나 보다.’ 하고 말이에요.

세상 구석구석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눈빛이 따사롭고 정겹게 담겨있는 그림책 “민들레 버스”, 누군가의 부지런한 손길 덕분에 이 봄이 무사히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니 그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햇살이든 바람이든 봄비든 작은 새의 지저귐이든 그것이 무엇이든지 말이죠.

작은 것들이 전해주는 행복을 다정하게 그려낸 그림책을 보면서 슬그머니 인사를 건네고 싶어집니다. “잘 가 나의 봄! 고마워 민들레 버스! 내년에 또 만나~”


※ 함께 읽어 보세요 : 우리 동네에 들꽃이 피었어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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