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손님

이상한 손님
책표지 : Daum 책
이상한 손님

글/그림 백희나 | 책읽는곰
(발행 : 2018/03/23)


펄럭이는 커튼 뒤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어린아이, 뭔가 분위기가 몹시 묘하게 느껴집니다. 반들반들한 맨머리에 앙증맞은 작은 패랭이를 쓰고 바닥까지 질질 끌리는 기다란 소맷자락이 달린 배냇저고리를 입은 다소 수상한 차림새. 하얘도 너무 하얀 얼굴에 서린 근심 가득한 표정을 보고 있자면 ‘저기 베란다에 왜 저러고 서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금방이라도 폭풍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의 이 아이가 바로 어느 비 오는 날 오후 오누이 둘만 있는 집에 불쑥 나타난 정체불명의 “이상한 손님”이랍니다.

이상한 손님

뭔가 으스스 한 기운을 느낀 모양인지 동생이 누나 방을 슬쩍 열고는 같이 있어도 되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누나 표정엔 이미 답이 딱 나와 있습니다. 비 내리는 하늘의 먹구름처럼 남매 사이에도 잔뜩 먹구름이 끼어있어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지도 않고 알지도 않았으면 하는 그런 상황이랄까요?

“누나 바빠! 혼자 놀아!”

거실로 쫓겨난 동생은 그런 누나가 야속한지 나를 제일 좋아하고 언제나 함께 놀 수 있는 그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죠. 그 순간 마법처럼 그 기묘한 아이가 나타나 동생을 나지막이 ‘형아’라고 부르며 꼬옥 안았어요.

이상한 손님

아이의 이름은 천달록, 하늘에서 구름이를 타고 왔다 그만 잃어버렸다며 울먹입니다. 달록이는 형아가 건네준 빵을 급하게 먹고는 아주 요란한 방귀를 뀌어댔어요. 그 어마어마한 방귀 소리에 방에 있던 누나가 나왔고 남매는 이제 이 이상한 손님을 달래기 위해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달록이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달록이가 화를 내면 흐렸던 날씨가 무더운 날씨로 변해요. 누나가 내어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달록이 기분이 나아지자 부엌에 난데없는 새하얀 눈이 내려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달록이의 잠투정이 엄청난 폭풍우를 불러오기도 하고 달록이의 달콤한 잠이 오색찬란한 무지개를 데리고 오기도 합니다. 달록이의 감정과 날씨가 연결된 걸 보니 달록이의 정체가 대강 짐작되지 않나요?

어린아이 하나 돌보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두 남매는 달록이를 돌보며 새삼 엄마 아빠의 고마움을 깨달았을까요? 놀아주지 않는 누나가 원망스러워 동생이 갖고 싶다고 투덜댔던 동생은 이제 누나의 마음을 좀 이해했으려나요? ^^

이상한 손님

무지개를 보고 동생을 찾으러 온 형 알록이(알록달록 형제입니다.^^)를 따라 무사히 달록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한바탕 소동을 치른 오누이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어요.

“누나, 나 달록이가 벌써 보고 싶다.”
“응, 나도.”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달록이와 보낸 하룻동안의 추억을 공유하게 된 남매, 두 아이 사이가 처음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어요. 둘 사이가 다시 소원해지면 언제든 달록이가 불쑥 찾아오지 않을까요? ^^

달록이가 타고왔다 잃어버렸다는 구름이랑 무엇이든 다 찾아준다는 앙증맞은 달걀 귀신이 아파트 화단 나무에 걸려있어요. 사이 안 좋은 이를 보면 그곳이 어디든 달록이를 꼭 데려다 줄거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말이죠.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는 구름빵이 되는 맛있는 구름, 달록이가 타면 근두운이 되는 재미난 구름,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속 구름은 마법의 구름입니다.

“이상한 손님”은 여러 면에서 전 편 “이상한 엄마”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제목의 ‘이상한~’이라는 수식어구도 그렇고 ‘비오는 날’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그래요. 하늘나라에서 찾아온 정체불명의 손님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그렇구요.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엄마를 대신해 아픈 아이를 자상하게 돌봐주고 쿨하게 떠난 천상계의 이상한 엄마 이야기가 “이상한 엄마”였다면, “이상한 손님”에는 하늘나라에서 찾아온 길 잃은 아이를 인간계의 두 아이가 돌봐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한 번씩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으니 뭔가 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심리적으로는 먼 사이가 되어버린 가족, 친구, 이웃들간의 관계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음식’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백희나의 그림책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먹거리들

가족 사랑이 담긴 맛있고 신기한 빵 “구름빵”, 작고 약한 것들의 힘을 한데 모으게 만든 “팥죽 할멈과 호랑이” 속 팥죽, “장수탕 선녀님”이 제일 좋아하는 요구룽, 보기만 해도 마음이 살살 녹아버릴 것 같은 “어제저녁”에 등장하는 초콜릿 3단 머드 케이크, 녹아내린 달을 얼려 만든 “달 샤베트”, 먹고 싶은 음식이 저절로 차려지는 식탁보가 등장하는 “북풍을 찾아간 소년”, 세상 모든 맛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신기한 맛을 가진 “꿈에서 맛본 똥파리”, “이상한 엄마”의 선녀님이 만들어 준 기묘한 달걀국과 달걀 프라이, 깨무는 순간 타인의 마음속 소리가 들려오는 신기한 “알사탕”, 그리고 오늘 소개한 “이상한 손님” 속에 등장한 빵, 아이스크림, 솜사탕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가장 친근하고 매력적인 매개체는 따스한 사랑과 관심이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그림책 속 음식을 모아서 보니 왠지 배가 고파지는 것 같네요. ^^ 마음을 움직이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에서 나오는 커다란 힘은 바로 기억과 추억을 깨우는 다양한 음식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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