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길다
책표지 : Daum 책
나도 길다

글 사토 신 | 그림 야마무라 코지 | 옮김 황진희 | 사계절
(발행 : 2018/04/20)


요즘 글자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제 막내 조카가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나도 기이이이이이이일다~’라고 실감 나게 읽는 바람에 가족 모두 한바탕 웃었습니다. 글자를 제대로 배웠다면서 다들 칭찬을 하니 으쓱한 모양입니다. “나도 길다”보다는  ‘나도 기이이이이이이일다~’가 훨씬 느낌 있죠? ^^ 작은 물결 표시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표지 그림에 길다란 신체 부위를 가진 동물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코끼리의 긴 코, 기다란 뱀, 기린의 긴 목, 토끼의 긴 귀까지는 확실히 알겠는데 아래쪽 분홍색 길쭉한 다리와 길고 까만 꼬리는 누구 것인지 좀 알쏭달쏭합니다. 나도 길다

에헴, 어때? 내 목!
길지! 멋지지?

그림책을 펼치면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수탉 앞에서 자랑을 합니다. 코끼리는 자신의 긴 코를 자랑하고 뱀은 기다란 자신의 몸을 자랑하고 기린은 목을 쭈욱 뽑으면서 긴 목을 자랑하죠. 타조는 자신의 롱다리를 자랑하고 토끼는 자신의 기다란 귀를 자랑해요. 원숭이는 자신의 긴 꼬리를 자랑하고 있고요.(분홍색 롱다리의 주인은 타조였고 까만 긴 꼬리의 주인은 원숭이였군요.)

저마다 자신의 긴 신체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에헴’ 헛기침을 하면서 자랑을 시작하는 동물들, ‘길지! 멋지지?’를 되풀이하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수탉은 놀랍다는 눈길을 보냅니다. 자신도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다는 듯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저마다 자신의 기다란 신체를 자랑하고 나면……

나도 길다

다음 장에는 그 동물들이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한눈에 알기 쉽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긴~~~~목으로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도
쉽게 따 먹을 수 있다.
굉장하지!

코끼리는 긴~~~~코(제 조카가 읽는 대로 하면 ‘기이이이이인코’)로 물을 푸기도 하고 짐을 나르기도 해요. 기린은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긴 목을 이용해 쉽게 따먹을 수 있고 뱀은 긴~~~~몸으로 스르릉스르릉 앞으로 나아가고 타조는 긴~~~~다리로 잽싸게 도망갈 수 있어요.

‘멋지지?’하고 묻고는 그 기관이 단순히 길어서 멋진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긴 신체 부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면서 ‘굉장하지!’라고 말하며 동물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수탉은 매 장면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면서 그들 곁에서 감탄을 하기도 하고 그들 모습을 흉내 내어 보기도 하며 이야기에 재미를 주고 있어요.

나도 길다

그렇게 동물들을 따라다니던 수탉이 ‘자기도 긴~~~ 거라면, 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의아해졌어요. 수탉에게 긴 것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요리조리 생각해 보았어요. 그림책 속 동물들도 우리처럼 수탉에게 의아한 눈길을 보내면서 물어보고 있어요. ‘넌 어디를 봐도 긴 데가 없잖아?’하면서 말이죠.

조카 녀석들과 그림을 요리조리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저마다 부리가 길다, 발톱이 길다 등등 이 장면을 놓고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나중에는 ‘닭은 긴 지렁이를 좋아하니까 먹이가 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이쯤 되었으니 우리 이야기 중에 혹시라도 수탉에게 있는 긴~~~ 것이 나왔을까 궁금해하며 다음 페이지로 넘겼습니다. 그리고는 다들 와하~ 커다랗게 웃었어요!

나도 길다

꼬끼~~~오~~~~~~~~~~~~~~~~~~~~~~~~~~~~~~~~~~~~~~~~~~~~~~~~!!!
봐! 길지! 멋지지?

아이들도 꼬끼오를 누가 더 길게 할 수 있는지 해보겠다고 난리입니다. 가슴을 쫘악 펴고 서서 당당한 자세로 길게 소리를 뽑아내는 수탉,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눈빛이 참 멋집니다.

동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의 긴 신체 부위를 쭈욱 뽑아 보이며 한목소리로 외칩니다.

우리 모두 길고 멋지다!

뒤 표지를 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다 길~~~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어요. 그럼요, 누구나 하나쯤은 있고말고요. 우리라는 공동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도 그런 각자의 장점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 아닐까요?

자신의 장점과 친구의 장점을 멋지다 인정해주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림책 “나도 길다”, 운율감 넘치는 간결한 글 속에 ‘길다’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넣어 재미라는 요소를 놓치지 않으면서 동물들의 특징까지도 알려주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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