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 평화 그림책
책표지 : 보리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권정생 | 그림 이담 | 보리
(발행일 : 2007/07/12)

※ 이 글은 2015년 6월에 Mr.고릴라 님이 썼던 “6.25 한국전쟁 특집 : 평화 그림책” 중에서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에 대한 소개글에 그림책 이미지를 추가하여 편집한 글입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치악산 자락 어느 깊은 골짜기에 밤이 찾아듭니다. 둥근 달이 떠올라 사방을 비출 무렵 두 개의 그림자가 나란히 산마루에 걸터 앉습니다. 하나는 아홉 살 남짓 된 어린아이고, 다른 하나는 인민군 복장을 한 어른입니다. 아이의 이름은 곰이, 인민군의 이름은 오푼돌이라고 합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곰이는 가족과 함께 전쟁을 피해 피난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피난 행렬 틈에서 엄마 아빠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걷던 곰이 머리 뒤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전투기의 폭격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폭격을 피해 앞다투어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하지만 곰이는 머리가 띵해지며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자 무섭고 끔찍했는지 곰이는 오푼돌이 아저씨 가슴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오푼돌이 아저씨도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회상합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 나선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용감히 싸우던 끝에 오푼돌이 아저씨는 국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남쪽과 북쪽에서 산다는 것 말고는 다른 것 하나 없는 다 같은 단군 할아버지 자손이건만 왜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되었던 건지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지난 날의 쓰라린 기억 탓인지 오푼돌이 아저씨의 가슴께에서 피가 흘러 내립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곰이가 아저씨에게 묻습니다.

“왜 그랬어요? 왜 서로 죽였어요?”

오푼돌이 아저씨는 곰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벌떡 일어나 먼 산을 향해 소리를 지르려다 그만두고 옆에 있는 소나무 둥치를 끌어안고 거친 숨을 몰아쉽니다. 북받치는 회한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오푼돌이 아저씨를 곰이가 부둥켜 안고 달랩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아까 일어났던 그 자리에 쓰러지듯 누웠습니다.

둘이 쓰러진 자리엔 둘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고 마른 억새풀 사이에 앙상한 진달래꽃 가장이가 듬성듬성 서 있고, 꽃송이가 애처롭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치악산 골짜기는 모든 것이 조용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밤 이렇게 만나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삼십 년이란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아홉 살 곰이에게 갑자기 삼십 년의 세월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궁금하신가요? 사실 두 사람은 살아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한국 전쟁 당시 치악산 자락에서 목숨을 잃은 원혼들입니다. 지금은 평화롭기만 한 우리 강산 구석구석엔 이처럼 죄없이 스러져간 영혼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무덤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귀한 목숨과 맞바꿔 치러낸 전쟁이지만 여전히 허리가 잘린 채 남과 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쓰럽습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는 보리출판사의 ‘평화 발자국’ 시리즈의 문을 연 첫 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책 뒷부분에 인용된 권정생 선생님의 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의 한 구절엔 평화를 바라는 그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거기엔 정말 전쟁이 없었으면
빼앗아만 가는 임금도 없었으면
전쟁에 쫓겨 쫓겨 가지 않았으면
모두가 자유롭고 사랑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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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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