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가는 날

수영장 가는 날
책표지 : Daum 책
수영장 가는 날

글/그림 염혜원 | 창비
(발행 : 2018/06/22)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게 된 날, 신나고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보다 못 따라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 울고 싶었던 적 있나요? 시간이 다가올수록 괜스레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배가 살살 아파지던 기억, 머리는 자꾸만 지끈지끈 아프고 콩알만큼 작아진 자신이 부끄러워 그만 어디론가 숨고 싶었던 그런 기억들, 그림책 속 아이가 지금 딱 그렇습니다.

수영장 가는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가 아파 침대에서 잔뜩 찡그리고 앉아있는 아이, 머리맡에 걸린 달력에는 토요일마다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어요. 오늘은 처음 수영을 배우러 가는 날입니다. 인형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어요. 창가의 뾰족뾰족한 선인장이 긴장해서 잔뜩 날이 선 아이 마음 같습니다.

이마를 짚어 본 엄마는 빙그레 웃으면서 수영장에 가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아이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수영장 가는 날

아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도 세 번이나 갔다 왔어요. 선생님이 부를 때도 마지못해 맨 마지막으로 나갔어요. 다들 활기차고 즐거워 보이는데 아이만 그렇지 못해요.

마음이 이곳에 없으니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수영장은 너무 시끄러웠고 바닥은 너무 미끄러운 데다 차가웠고 수영 모자는 너무 꽉 끼었어요. 배는 계속 아팠고요. 다른 아이들처럼 첨벙첨벙 물속에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아 아이는 계속해서 수영장 밖에 있어야 했죠. 다행히 선생님은 배가 아프면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며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셨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수영 수업이 끝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배가 멀쩡히 나았거든요. 물론 그 다음 토요일이 다가오자 멀쩡했던 배가 다시 아파졌지만요.

수영장 가는 날

다음 수업에 선생님은 배가 아프다는 아이를 도와준다면서 손을 내밀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 물에 들어간 아이는 생각보다 물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막상 물에 들어가니 배가 덜 아팠어요. 선생님 도움을 받아 팔을 젓고 발차기를 하고 수영장을 끝까지 건너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아이 마음이 그림책 속에 세심하게 담겨있어요. 물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쏟아지는 샤워기 아래 고개를 푹 숙이고 섰던 첫 수업의 끝과 달리 두 번째 수업이 끝난 날에 아이는 목욕탕 안에서 발차기 연습을 해봅니다. 이제 더 이상 배는 아프지 않아요. 서둘러 수영복을 챙기고 새 수영 모자를 쓰고는 빙긋 웃으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아이 모습을 보면 아이 마음에 감정이 이입되어 나도 따라 웃게 됩니다. 그 아이가 나인 것처럼 말이죠.

수영장 가는 날

선생님과 함께 물에 뜬 불가사리가 되어 보는 수업을 하던 날, 선생님이 등을 받쳐주자 몸이 물에 둥둥 떴어요.

‘우아…….’
물속은 아주 조용했고
눈에는 모든 게 새롭게 보였어.

물과 하나가 되어 평온함 속에 잠기는 경이로운 순간, 물 위에 떠서 바라보는 세상은 이제까지와는 달라 보입니다. 그 신기한 경험을 선생님께 말하려는 순간 아이는 선생님이 자신을 받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이제 아이는 알아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물속을 떠다니는 불가사리의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수영장 가는 날

물보라를 일으키며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 이제 수영장 가는 날은 신나고 즐거운 날, 배 아플 일 절대 없는 날,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되겠죠. 앞뒤 면지 모두 파란 바탕에 물이 번져나간 자국이 그려진 똑같은 그림인데 앞쪽 면지는 아이의 눈물 자국 같더니 뒤쪽 면지는 아이가 신나게 발차기를 하며 만든 물보라 자국 같아요.

낯선 것을 접할 때 느끼는 두려움은 누구나 비슷할 거예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하면 우리는 늘 최악을 상상하기 마련이니까요. 두려움 속에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 가다 보면 마침내 물속에 뜬 불가사리가 되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경험하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어요. 어렵고 힘들어도 그 순간을 넘어서야만 알 수 있습니다. ^^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살아갑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유독 그것이 크게 다가올 거예요. 낯선 세상을 경험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그림책 “수영장 가는 날”, 유독 의심 많고 겁 많았던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리며 읽다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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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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