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상 수상작 :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2018)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책표지 : Daum 책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원제 : Wolf In The Snow)
글/그림 매튜 코델 | 비룡소

(발행 : 2018/06/10)

※ 2018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2017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2018년 칼데콧 메달은 “아주 특별한 배달”의 그림 작가 매튜 코델의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가 받았습니다. 2018년 칼데콧상 수상자들의 특징은 칼데콧상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라는 점도 이번 수상작가들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참고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는  2017년 “바닷가 탄광 마을”과 함께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의 앞표지에는 단란한 한 가족의 일상이, 뒤표지에는 늑대 가족의 모습이 각각 담겨 있습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나오는 면지에는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는 소녀가 등장해요. 소녀가 집에서 멀어질수록 소녀를 배웅하는 강아지의 왈왈 짖는 소리도 점점 더 멀어집니다.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가 집을 나서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을 때 마침 늑대 무리도 어린 새끼를 데리고 길을 나섭니다. 그 모습을 누군가 먼 발치에서 쌍안경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동그란 두 개의 원 안에 소녀와 새끼 늑대의 모습을 각각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소녀가 집을 나선 것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였어요. 하굣길,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는데 소녀는 갈길이 멀어서인지 서둘러 집으로 출발합니다. 친구들과의 작별이 아쉬운 눈빛이긴 하지만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 때문에 소녀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빨간 코트를 꽁꽁 싸매 입은 소녀, 꼭 별 같기도 하고 불가사리 같기도 해요. 파스텔톤 코트를 입고 눈 오는 거리에서 통통 튀고 있는 친구들은 별사탕 같고요. ^^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사냥에 나섰던 늑대 무리들은 온종일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했는지 추위 속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지친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귓가를 스치는 거센 겨울바람 속에 그들의 거친 숨결이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이 그림책은 늑대의 울음소리 같은 몇몇 의성어를 제외하고 글자 없이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숨죽이고 그림책에 몰입할 수 있어요.

소녀는 오른쪽으로 길을 가고 있고 늑대는 왼쪽으로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림책을 넘깁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빨간 모자가 떠오르는 건 소녀가 빨간 코트를 입고 있고 늑대가 등장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더욱 조바심이 일어납니다.

점점 더 굵어지는 눈발 속에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집을 향해 가는 소녀, 소녀가 안전하게 집으로 잘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소녀의 마음이 되어 그 길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차게 쏟아지는 눈보라에 지친 새끼 늑대도 그만 무리에서 낙오되고 말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그렇게 눈보라 속을 헤매던 소녀와 새끼 늑대가 길모퉁이에서 마주쳤어요. 지친 새끼 늑대는 강아지처럼 두려움에 끼잉 끼잉 울고 그 모습을 외면하지 못한 소녀는 늑대를 품에 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늑대 무리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소녀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새끼 늑대를 안고 한 발 한 발 나아갑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숲길 위에 소녀의 작은 발자국만 남긴 채……

소리를 향해 가면 갈수록 소녀 역시 두렵고 무서웠어요. 눈은 여전히 쏟아지고 종아리까지 푹푹 잠겨 걷기조차 힘겹습니다. 숲에서 만난 동물들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소녀는 용기를 내어 늑대 무리들의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한발 한발 다가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그리고 마침내 엄마 늑대와 마주치게 됩니다. 놀라 동그랗게 커진 소녀의 눈, 그런 소녀를 주시하는 늑대,  소녀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새끼 늑대, 여전히 쏟아지는 눈, 눈빛과 눈빛이 오갑니다. 이 순간 소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잃어버린 자신의 새끼가 인간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본 엄마 늑대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소녀와 엄마 늑대가 마주치는 순간을 원경으로 그려낸 후 다시 두 인물의 표정만 클로즈업해 보여줌으로써 날카롭게 곤두선 둘 사이에 흐르는 극한의 긴장감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늑대가 새끼를 데리고 돌아서는 순간, 소녀의 다리도 그만 풀려버리고 말았어요. 날은 저물고 눈보라는 휘몰아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한데 지쳐서 돌아가는 소녀 뒤를 늑대 무리가 쫓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저 멀리 자신을 찾고있는 가족들의 불빛이 보이지만 소녀는 더 이상 한발자국도 갈 수 없었어요. 소녀가 쓰러지자 쫓아온 늑대 가족이 쓰러진 소녀를 빙둘러 에워쌉니다. 새끼 늑대는 떨고 있는 소녀 곁에 다가가 체온을 나눠주고 어른 늑대들은 다시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여기 소녀가 있다고, 이곳으로 빨리 찾아 오라는 듯 울부짖는 늑대의 소리는 새끼 늑대를 잃어버렸을 때처럼 간절하고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마침내 소녀와 가족이 무사히 만났을 때 늑대들은 그들 특유의 우렁찬 울음소리로 소녀를 배웅합니다. 언덕 위 늑대 가족의 아름다운 하울링, 그들을 고마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소녀, 차가운 겨울밤 펼쳐지는 따스한 장면에 마음이 찡해지는 순간입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 속에서 유일하게 글자로 표현한 늑대의 울음 소리는 그림책에서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늑대 울음 소리로 소녀는 무사히 새끼 늑대를 가족의 품에 돌아가게 할 수 있었고 늑대 울음 소리로 가족들이 무사히 소녀를 찾게 됩니다. 그림책 속에서 늑대의 울음 소리는 우리는 친구임을 알려주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실제 늑대는 울음 소리로 다양한 감정을 나타낸다고 해요. 작가 메튜 코델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늑대의 생태와 행동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책에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글판 번역 제목이에요. “Wolf In The Snow”라는 원서 제목과 달리 한글판 제목에는 ‘용감한 소녀’가 들어가 있어 읽기도 전에 결론을 미리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많이 아쉽습니다. 소녀의 용기만 부각시킨 ‘세상에서~’라는 수식어구가 너무 상투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하얀 눈만큼이나 순수한 소녀의 마음, 그 아이의 마음에 보답할 줄 아는 늑대 가족, 세상을 이어주는 위대한 사랑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어줍니다. 빨려들 듯 전개되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한 편의 수채화로 그려낸 작가 매튜 코델의 다음 작업이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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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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