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원제 : Rain)
글/그림 샘 어셔 | 옮김 이상희 | 주니어RHK
(발행 : 2018/06/08)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장화를 신고 현관 계단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고 있는 꼬마 아이, 물그림자가 아롱거리는 거리에서 작은 오리 한 마리가 열심히 헤엄치고 있어요. 그런데 이 풍경이 뭔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2016년 발행된 “Snow : 눈 오는 날의 기적”, 혹시 기억하고 있나요? 그 그림책 속에서 꼬마 아이는 노란 바지에 파란 줄무늬 셔츠를 입고 현관문을 살짝 열고는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죠.

작가 샘 어셔는 날씨를 소재로 2015년부터 네 편의 그림책을 선보이고 있어요. 2015년 10월 “Snow”를 시작으로 “Rain”, “Sun”, “Storm”을 차례대로 출간했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두 권이 번역되어 들어왔습니다. 네 권의 그림책 속에서 꼬마의 옷차림은 변함없지만 빨간 현관문 앞 풍경과 거리에 등장하는 새는 달라집니다. 바깥 날씨처럼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먹구름으로 뒤덮인 컴컴한 하늘, 유리창을 따라 또르르 빗방울이 흘러내립니다. 그런 풍경을 조용하게 지켜보던 아이는 얼른 바깥에 나가고 싶어졌어요.

날씨가 좋아서 비가 와서 바람 불어서 눈이 와서 즐거운 아이들, 그래서 얼른 바깥에 나가고 싶은 아이들, 비가 오기 때문에 바람이 불기 때문에 눈이 오기 때문에 집 안에 있고 싶은 어른들과는 완전히 딴판이죠.

집 안에서 지내는 게 가장 좋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에게 아이는 왜 나가고 싶은지 종알종알 이야기합니다. 빗속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빗방울도 받아먹고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고 온 세상이 거꾸로 비치는 것도 보고싶어서 나가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할아버지의 대답은 딱 한 가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자꾸나.”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비가 언제쯤 그칠까요? 창가에 앉아 그림책을 보면서 기다리고 기다려 보았지만 비는 그칠 생각이 없어 보여요. 조바심이 나는 아이와 달리 할아버지는 느긋하기만 해요. 비가 올 때 할 수 있는 상상 놀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가보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 보자며 계속 편지만 쓰고 계셨어요.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고요.

책을 읽는 동안에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손자에게 드디어 할아버지가 편지를 부치러 가자고 말했어요. 어리둥절한 아이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비가 그칠까요?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마법처럼 어느새 비가 그쳤어요! 잔잔해진 수면 위로 파란 하늘과 구름, 집과 아이가 비칩니다. 온 세상이 거꾸로 비치고 있어요. 비 갠 세상은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딴 세상이 되었습니다.

비가 그칠 때까지 그림책에서는 바깥 풍경을 반복해서 세 번 보여줍니다. 우체부가 거센 비를 뚫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장면,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장면, 점점 더 많은 비가 내려 거리가 조금씩 잠기는 장면까지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을 묘사해 도무지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였어요. 그렇기에 이 장면이 더욱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앗 어느새?’ 하면서 그림책 속에 동화되고 말았어요.

빼꼼 고개를 내밀어 바깥 풍경을 확인한 아이는 일 초도 꾸물거릴 수 없었어요.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치고 할아버지와 바깥으로 나갑니다.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마침내 항해를 떠날 때가 된 거예요.

할아버지와 함께 바깥세상으로 한발 내딛는 순간,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신합니다. 이제껏 알고 있던 거리가 아니에요. 배를 타고 머나먼 곳으로 항해를 떠나는 것이니까요.

빗물에 거꾸로 비친 그림자를 마치 두 사람이 배를 타는 모습처럼 멋지게 묘사했어요. 할아버지와 손주는 배를 타고 자연스럽게 상상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기다린 만큼 설레고 흥분된 두 사람, 때마침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무엇이든 가능한 상상의 세계에서 할아버지도 손주와 똑같이 아이처럼 즐겁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선장으로 임명했어요. 두 사람은 배를 타고 용감하게 항해를 시작합니다. 세상은 두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반겨주었어요.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빗속에서 흥겨운 축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즐겁지 않은 이 없고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는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고 흥겨운 비의 축제! 도로록 도로록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따따따 나팔 소리, 찰랑찰랑 물소리, 펑펑 폭죽 터지는 소리, 둥둥 북소리, 찰박찰박 노 젓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오는 것 같아요. 서둘러 달려가 슬그머니 끼어 같이 놀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유쾌한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따끈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단다.”

보송보송한 수건을 머리에 덮어쓴 손주는 할아버지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내일도 비가 오면 좋겠다고…….

기다리는 동안 상상하고 고대하면서 아이는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겠죠. 오랜 시간을 기다렸기에 할아버지와의 외출은 더욱 즐거웠을 것입니다. 간절한 아이의 마음과 아이에게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준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을 멋진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림책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비 오는 날을 이렇게 유쾌하게 그려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푹 빠져든 그림책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으로도 커다란 기적을 만들어 내죠. 상상 가득한 그곳은 언제나 천국이랍니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오늘, 그림책을 보면서 상상해 보세요. 비 오는 날의 멋진 순간들을!

“Snow : 눈 오는 날의 기적” 과 비슷한 구조로 진행되는 이 그림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서 즐겨 보세요. 그림책 이곳저곳에 등장하는 아이의 인형들, 집 안과 바깥 풍경 등등을 살펴보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샘 어셔의 날씨 시리즈

샘 어셔 그림책 시리즈
SNOW(2016), RAIN(2018), SUN(2019), STORM(2019) 왼쪽부터 번역 출간 순서대로 나열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