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책표지 : 북극곰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원제 : Ocean Meets Sky)
글/그림 에릭 펜테리 펜 | 옮김 이순영 | 북극곰

(발행 : 2018/07/28)


몽환적 느낌이 가득한 그림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할아버지에 대한 손주의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그림책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한밤의 정원사”의 작가 에릭 펜과 테리 펜 형제의 최신작입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을 만날 수도 있고 오래전 잃어버린 무엇을 찾을 수도 있는 곳, 언젠가 꿈속에서 만난 것도 같은 그곳이 그림책 페이지마다 아련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던 호는 살아생전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있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렸어요. 할아버지의  아흔 번째 생일날 호는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낡은 판자며 자동차 바퀴, 셔츠를 이어 붙여 만든 돛을 다는 동안 호와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씀하셨던 할아버지를 떠올려 보았어요. 아마도 두 사람은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나 봅니다. 결국 그 소원은 호의 마음속에 아쉬움을 남긴 채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었던 모양이에요.

배를 만들다 그만 잠이 들었던 호가 다시 깨어나 보니 배가 움직이고 있었어요. 함께 떠나자 약속했던 할아버지는 지금 곁에 없지만 호는 혼자서 씩씩하게 먼 바다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밤바다 위에서 혼자 외롭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선가 황금 물고기가 호의 배로 다가왔어요.

“혹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을 아세요?”

“그곳은 높기도 하고 낮기도 하단다.
바다처럼 깊기도 하지.”

생전에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가 황금 물고기가 되어서 호를 만나러 오신 걸까요? 동그란 눈, 긴 수염을 가진 황금 물고기는 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할아버지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요. 홀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바다에서 만난 황금 물고기와 호는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을 찾아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을 찾으러 떠나는 중에 호는 황금 물고기의 안내로 온갖 신비한 장소를 만나게 됩니다.

온갖 종류의 책들이 넘쳐나고 진기한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은 도서관 섬입니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도서관 섬, 그곳에 자리 잡고 사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호의 여행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는 괴물,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마음 졸였지만 다행히 아무 일 없이 호는 이곳을 무사히 통과합니다. 황금 물고기는 낯선 세계를 향해 용감하게 떠난 호의 든든한 수호자니까요.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신비한 도서관 섬을 지나 거대한 소라 껍데기 섬을 거치고 해파리들이 춤추는 바다를 지나가는 동안 어느새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없어요. 그 세상에 나도 함께 푹 빠져있는 기분, 내가 주인공 호가 된  것 같습니다.

야광 빛으로 반짝이는 수많은 해파리들이 너울너울  춤추고 있는 바다, 수호자 황금 물고기가 든든하게 지켜주는 밤바다는 환상세계의 몽환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곳,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도록 말이죠.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호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장소와 만나게 됩니다. 춤추던 해파리들이 하늘을 날고 구름과 파도의 경계가 사라진 곳, 마법처럼 바다와 하늘이 만나고 있는 그곳에 이르자 배가 하늘로 떠올랐어요.

달을 향해 날아가던 황금 물고기가 달빛 속을 헤엄쳐 가자 동그란 달님의 얼굴은 할아버지의 얼굴로 변신합니다. 달님의 얼굴은 호의 가슴속 그리움이 빚어낸 것일까요? 할아버지는 꿈에도 그리워하던 손주를 향해 달빛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짓습니다. 할아버지의 미소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호를 불렀어요.

배를 만들다 잠이 든 호는 엄마를 따라 집으로 갑니다. 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감돕니다. 호는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을 바라보다가 할아버지 얼굴을 꼭 닮은 달님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오늘은 배 타기 참 좋은 날이었어요.

추억 가득한 바닷가, 언젠가 떠나자 약속했던 장소, 함께 만지고 놀았던 작은 소품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동안 호는 무사히 상실의 슬픔을 극복합니다.

할아버지에 대한 가슴 절절한 그리움이 만들어 낸 환상의 세계, 호가 꿈속에서 만난 곳들도 생전 할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에 존재하던 그런 환상의 세계일 것입니다. 할아버지 방에 있던 작은 소품들이 환상의 세계 곳곳에서 등장을 하고 있거든요. 사랑하는 손주를 두고 할아버지가 영원히 떠나버린 것이 아니라 영원히 그들 곁에 남아 지켜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왠지 뭉클하면서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부부가 같이 그림책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형제가 함께 작업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에릭 펜 테리 펜 형제의 인터뷰 내용이 꽤 재미있습니다. 두 사람은 조율이 필요한 경우 한 발짝 물러나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합니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전제로 움직였다는 두 사람, 똑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면 오히려 함께할 때 장점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공유하는 추억이 많으니 앞으로 쏟아낼 이야기도 많겠죠? ^^

추억을 안내자 삼아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달밤 환상 여행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오늘 밤 꿈속에서 잃어버린 무엇을 찾아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그곳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게 될 것 같아요.

환상의 세계란 특별한 곳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언제라도 존재하는 장소가 아닐까요? 꿈과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곳이 바로 환상의 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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