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수영 배우기

나만의 수영 배우기
책표지 : Daum 책
나만의 수영 배우기

이영란 | 그림 조은비후 | 풀과바람
(발행 : 2018/07/20)


작은 셔틀버스 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고만고만한 꼬마 아이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투명 가방 하나씩 들고 있고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것을 보니 수영 강습이 막 끝난 모양입니다. 저 아이들 중에 오늘 처음 수영장 물에 발을 담가 본 아이도 있을 테고, 드디어 킥판을 떼고 제대로 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도 있겠죠. 다리에 쥐가 나도록 발차기 동작을 되풀이한 아이도 있을 테고, 간식 먹을 생각에 서둘러 집에 가고 싶은 아이도 있을 테고요. 다른 학원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 얼굴도 덩달아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만의 수영 배우기”는 수영을 처음 배우러 가는 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수영을 배우며 날마다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의 모습을 마치 아이가 쓰고 그린 일기처럼 재미있게 그려냈어요.

나만의 수영 배우기

첫 수영 수업을 앞둔 아이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이미 샤워하는 법, 수영복 입는 법, 수영 모자 쓰는 법까지 다 익혔지만 아이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수영장 바닥에 발이 닿을까?
코로 물이 들어가면 어쩌지.
갑자기 쥐가 나면…

저도 어릴 때 수영장 바닥에 발이 닿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 딸도 처음 수영 배우러 가던 날 그걸 가장 걱정하더군요.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것, 그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커다란 공포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어김없이 다가왔어요. 수영복과 물안경, 회원증, 귀마개, 모자, 세면도구, 수건, 팬티, 간식을 가방에 꼼꼼히 챙겨 넣고 집을 나섭니다. 연습했던 대로 샤워를 마치고 수영복을 입고 물안경에 김 서림 방지제를 바르고 수영모까지 야무지게 썼어요. 사물함 열쇠는 잃어버리지 않게 손목에 찼고요. 아이 옆에서 고양이도 열심히 수영 준비를 합니다. 고양이가 수영을 배우려는 목적은 ‘물고기 사냥’을 위해서! 하지만 물을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가 과연 수영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요?

나만의 수영 배우기

포부도 당당하게 커튼을 젖히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 푸른 물로 가득한 수영장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공포! 처음 수영장에 간 아이의 두려운 마음을 고양이가 익살스럽게 대변하고 있어요.

준비 운동을 마친 아이는 조심조심 수영장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을 내디디며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말합니다.

수영장은
그냥 파란색 바닥이다.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들어선 수영장, 그런데 웬걸! 그렇게도 걱정했던 것과 달리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습니다. 혼자 겁먹었던 시간이 스스로도 우스웠는지 황당해하는 아이 표정이 재미있어요.

나만의 수영 배우기

그곳에서 아이는 숨쉬기를 배우고 킥판을 잡고 물을 차며 나아가는 연습을 합니다. 마음은 날쌘 돌고래, 다리를 흐느적거리며 헤엄치는 문어가 되어서요.

타일에 새겨진 그림처럼 조각조각 이어 그린 그림 속에 수영장 풍경이 재미있게 담겨있습니다. 물 차기를 하며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 줄 맞춰 레인을 건너는 모습, 대기 시간 장난치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린이 수영 강습하는 곳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수영장 특유의 코를 스치는 소독약 냄새도 나는 것 같고요.

나만의 수영 배우기

생존 수영 배우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몸의 힘을 뺀 채
두 팔을 벌려 머리와 몸, 물이 수평이 되면
몸이 뜬다!

두려움을 떨치고 힘을 빼고 물 위에 온몸을 맡기면 신기하게 물 위에 누울 수 있어요. 편안하게 물 위에 떠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런 자세로 떠있는게 신기한지 놀라워하는 아이도 있어요. 본능적으로 물을 무서워하는 고양이는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이죠? ^^

수영장에서 이런저런 조심해야 할 것들까지 배워가면서 차츰 아이의 두려움은 자신감으로 가득해집니다.

나만의 수영 배우기

수영이 참 좋다.

수영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복잡한 이유는 필요 없어요. 배우고 나면 그저 수영이 참 좋아지니까요. 태평양 한가운데를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아이만큼이나 물이 무서웠던 고양이도 아이 곁에서 행복하게 수영을 하고 있어요. 처음 수영장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서늘하고 두렵고 막막한 물이 아니라 나와 하나가 된 친근하고 가까운 물이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수영 수업을 앞둔 아이와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두려움으로 시작하지만 이렇게 금방 익숙해진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이미 수영장에 다닌 지 한참 된 친구들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구요. 그림책을 읽는 동안 처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 꺄르르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물을 무서워했던 고양이도, 지난 밤 내내 걱정이 많았던 아이도 무사히 보낸 수영 강습 첫 날의 풍경을 재미있게 담아내 우리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그림책 “나만의 수영 배우기”. 아이들에게 친근한 고양이와 또래 아이를 주인공으로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이 두근두근 걱정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림책입니다.

모든 첫 순간은 두렵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