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안 와

엄마 왜 안 와

글/그림 고정순 | 웅진주니어
(발행 : 2018/07/23)


“엄마 왜 안 와”, 물음표도 없는 제목이 왠지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엄마에게 하는 말이 아닌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가 혼잣말을 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일까요?

엄마 왜 안 와

엄마, 언제 와?

뉘엿뉘엿 해가 지는 하늘 아래 아이의 공허한 외침이 울려 퍼집니다. 사방은 곧 어둑어둑해질테고 이것저것 하면서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배도 조금씩 고파지겠죠. 매일같이 반복되는 어제같은 오늘이지만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는 아직 회사에 있는 엄마를 향해 언제 오냐고 묻습니다.

엄마 왜 안 와

이런…….
조금만 기다려 줄래?

다음 장을 넘기면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 엄마의 안타까운 답변이 이어집니다. 일찍 가겠다 빨리 가겠다 약속했지만 결국은 오늘도 아이에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이런…….’이란 말에 모두 담겨 있어요.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기다려 달라고 부탁해야만 하는 엄마, 화면 왼쪽의 여백 가득한 공간이 두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마 왜 안 와

엄마가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그림책 속에 펼쳐집니다. 자꾸만 토하는 코끼리 속을 잠재우느라, 길 잃은 친구들 길을 찾아 주느라, 잠 안 자고 울어 대는 새들 때문에 엄마의 퇴근길은 오늘도 늦어집니다.

그림책 속에는 아이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는 엄마의 상황이 짠하면서도 절묘한 비유가 너무나 신선해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게 됩니다. 종이가 사방으로 날리는 회색 기계 앞에서 당황하고 있는 엄마, 자꾸만 토하는 코끼리는 종이가 엉킨 복사기를 묘사하고 있어요. 길 잃은 동물 친구들은 길어지는 회의 시간을 말하고 있죠. 잠 안 자고 울어 대는 새들은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를 말하고 있고요.

엄마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엄마가 빨리 오는 것입니다.

엄마 왜 안 와

긴 하루의 무게를 간신히 버틴 엄마는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달리고 달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 사방에 어둠이 깔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그것을 견뎌내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너’ 때문이죠. 네가 있으니까…

엄마 왜 안 와

장보기까지 서둘러 마친 엄마가 양팔 가득 짐을 들고 언덕을 올라 집으로 향합니다. 노란 가로등이 따스하게 엄마를 비춰줍니다. 고된 하루를 보냈을 엄마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것처럼.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사로운 건 너의 눈빛, 너의 미소, 너라는 존재겠죠. 내 아이, 내 사랑… 포옥 안긴 채 엄마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빛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아이는 우주보다 넓은 엄마 품에서 짧지만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 곁에서 오늘 밤도 약속을 해요.

언네나 나를 기다려 준 네게로
무사히 돌아올 거야.

무사히 돌아온 엄마와 만난 행복한 아이, 하지만 그림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뭔가 먹먹합니다. 오늘도 이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갈 엄마, 서두르고 서둘렀지만 결국 잠든 아이 얼굴 밖에 보지 못하는 수많은 아빠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다보면 어느새 쑥 성장해있을 아이들 생각에도 먹먹해지고요.

“엄마 왜 안 와”는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 혼자 남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와 그런 아이 생각에 늘 마음 아픈 엄마의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세상 모든 엄마를 응원하는 그림책이면서,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진 그림책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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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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