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잠이 오지 않는 밤

글/그림 홍그림 | 창비
(발행 : 2018/08/13)


까만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빛처럼 밤하늘에 박힌 듯 노랗게 빛나는 그림책 제목은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다들 한자리에 모여 한밤의 귀신 놀이라도 시작한 걸까요? 으스스한 차림새를 한 이들의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뭔가 큰 결심이라도 한 것 같은 아이 뒤에 무표정하게 서있는 요상한 모습의 괴물들, 이들은 이 밤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잠이 오지 않는 밤

재민이는 낮에 초코쿠키 때문에 웅이와 다퉜어요. 웅이에게 다섯 대나 맞고 집에 돌아온 그날 밤, 재민이는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어요. 밤이 깊도록 침대에 눕지도 못하고 앉아있는 재민이의 표정에서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화가 느껴집니다.

걱정, 불안, 분노는 불면의 밤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이죠. 어디 어른들만 그럴까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도 제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고 걱정이 있고 불만이 있으니까요.

잠이 오지 않는 밤

그때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재민이 방문이 열리더니… 괴물들이 들어왔어요. 달각달각 자박자박 스륵스륵 쿵쿵쿵 걸음 소리도 생김새도 모두 다른 괴물들은 제각각 개성이 넘쳐납니다. 한밤중 갑작스레 나타난 괴물들을 보고 재민이가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했는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재민이는 괴물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괴물들을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싱긋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죠.

잠이 오지 않는 밤

괴물들은 마치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따라오라는 말에 순순히 재민이의 뒤를 따라나섭니다. 그리고 재민이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괴물들에게 그들을 혼 내주라고 소리쳤어요. 재민이의 동전을 빼앗아 간 동네 형, 재민이만 보면 사납게 짖어 대는 옆집 개, 의심 많은 문방구 아주머니, 잔소리 많은 학교 선생님까지 마주치는 이마다 거침없이 재민이는 괴물들에게 명령합니다.

“가라, 붕대 유령!”

말 한마디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괴물이라니, ‘가라’는 재민이의 명령에 그들을 혼내주는 괴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누구든 마음속에 하나쯤 쌓여있을 억울한 마음이 시원하게 풀려나가는 기분입니다. 게임을 해나가듯 하나씩 하나씩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분풀이를 하던 재민이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바로 웅이네 집!

잠이 오지 않는 밤

오늘의 최종 목적은 초코쿠키를 나눠주지 않았다고 재민이를 다섯 대나 때린 웅이를 혼내주는 것이었죠. 재민이의 명령 한 마디에 괴물들은 한꺼번에 모두 달려들어 웅이를 혼내주었어요. 손바닥 괴물, 외눈박이 토끼, 해골 박쥐, 붕대 유령이 웅이를 쥐고 발로 차고 고약한 냄새를 뿜고 친친 감으며 혼쭐을 내줍니다.

웅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제껏 무표정이었던 괴물들이 모두 환하게 웃습니다. 유령 보자기를 뒤집어쓴 재민이도 웃고 괴물들도 웃고 있는데 오직 웅이 혼자서만 울고 있는 밤이에요.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간 재민이, 이제 더 이상 괴물들은 재민이 곁에 없어요. 마음이 모두 풀렸으니까요.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달콤한 잠에 빠져들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재민이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습니다. 표정도 처음처럼 다시 어두워졌어요. 처음에는 맞은 것이 억울해 잔뜩 분한 표정이었다면 복수를 하고 돌아온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불편함으로 가득한 표정이에요.

‘이상하다. 아까는 속이 시원했는데…….’

재민이에게는 이래저래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다음 날 만난 재민이와 웅이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돕니다. 그 때 웅이가 먼저 우물쭈물 말을 꺼냈어요.

“저기, 재민아…….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

그 한 마디가 햇살보다 더 환하게 두 아이의 마음을 비춥니다. 둘 사이 길고 어두운 밤은 이제 지나갔어요. 재민이는 싸움의 원인이 되었던 초코쿠키를 웅이에게 내밀며 생각했어요. 오늘 밤엔 정말로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거라고.

괴물들은 재민이 마음에서 소환해 낸 친구들입니다.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친구가 미웠던 밤 자신을 괴롭힌 이들을 혼내주고싶고 불편한 감정을 풀어놓고 싶은 재민이의 마음에서 생겨난 괴물은 다양한 모습으로 소환이 되어 재민이의 감정을 대신 풀어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치유는 아니라는 것을 그림책 마지막에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민이와 웅이는 이제 절대로 다투지 않을까요? 글쎄요, 두 아이는 다투고 화해하고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성장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그렇게 성장하듯이 말이죠. ^^

“잠이 오지 않는 밤” “조랑말과 나를 쓰고 그린 홍그림 작가의 새 그림책입니다. 시원시원하게 그린 그림 속에 개성있는 괴물 캐릭터를 등장 시켜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아이들의 마음을 통쾌하고 유쾌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어요. 내 마음 속에는 어떤 괴물들이 살고 있을까요? 억누르기만 하다 자칫 너무 커져 버리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잘 조절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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