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로 길로 가다가

길로 길로 가다가

권정생 | 그림 한병호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8/09/06)


길을 걷다 우연히 주운 바늘 하나(혹은 동전 한 닢), 이 작은 것으로 무엇을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신나는 상상을 재미있게 엮은 친숙한 전래 동요 ‘길로 길로 가다가’는 지역마다 가사가 조금씩 변형된 참 많은 버전이 있습니다. 주운 동전으로 떡 하나를 사서 몰래 먹으려고 요리조리 숨어 다니다가 결국 몽땅 빼앗겨 버린다는 이야기도 있고, 얻은 것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행복을 맛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 작은 동전 한 닢(혹은 그 작은 바늘 하나)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싹하기도 하죠.

운율감 넘치는 가락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길로 길로 가다가”는 아이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가 다 들어있는 사랑스러운 우리의 전래 동요입니다.

오늘의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는 경북 안동 지방에서 내려오던 전래 동요에 권정생 선생님이 화합과 상생의 염원을 담아냈습니다. 그림을 그린 한병호 작가는 이 이야기 속에 아이들을 꼭 닮은 밝고 천진난만한 도깨비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더욱 따스하고 풍성하게 만들어냈습니다.

길로 길로 가다가

나무 꼭대기에 앉아있는 까마귀가 꼬마 도깨비를 호기심 어린 눈길로 지켜보고 있어요. 위풍당당하게 길을 걷던 꼬마 도깨비가 길에 떨어진 바늘을 하나 줍습니다.

작은 바늘을 바라보는 도깨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요. ‘그깟 바늘?’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어른들이 그깟 거 하고 마는 것도 아이들은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죠. 꼬마 도깨비도 그래요. 주운 바늘로 뭘 할까 생각하고 생각하던 도깨비는 주운 바늘을 휘어 낚싯대를 만들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낚싯대를 연못에 드리웠습니다. 작은 바늘 하나가 기다란 낚싯대로 멋지게 변신 했어요.

길로 길로 가다가

바늘을 휘어 만든 낚싯대로 도깨비가 커다란 잉어 한 마리를 낚아 올립니다. 자기 몸집보다 더 큰 잉어, 도깨비 혼자서는 힘들어 하자 숲속 친구들이 모두 나와 거들었어요. 도깨비도 호랑이도 여우도 토끼도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함께 잉어를 낚아 올립니다.

잉어를 낚아 올리려는 숲속 친구들도 땀을 삐질삐질, 버티고 버티던 잉어도 땀을 삐질삐질, ^^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가 낚싯대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서고 있어요. 산뜻한 샛노란 바탕색은 팽팽하게 힘겨루기 하고 있는 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길로 길로 가다가

도깨비와 까마귀만 있던 한산했던 숲은 잉어 낚시를 도와주러 온 숲속 친구들로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먹의 번짐을 이용해 그린 나무와 길에서 숲의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통통 물방울 튀는 소리도 날 것 같고 시원한 숲 향기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커다란 잉어를 등에 짊어지고 다시 길을 가는 도깨비와 동물 친구들,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지는 길도 이들에겐 즐겁기만 해요. 이 모든 것이 한바탕 즐겁고 신나는 놀이니까요.

길로 길로 가다가

낚은 잉어 뭐 할까
가마솥에 끓였지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잉어 끓이는 냄새도 솔솔 피어오릅니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가마솥을 보고 있어요. 잉어 낚시를 돕느라 땀 삐질삐질 흘리던 호랑이는 맛있는 냄새에 침 삐질삐질 흘리면서요.^^

끓인 잉어 뭐 할까?

끓인 잉어 할배 한 그릇, 할매 한 그릇 드리고 아빠도 한 그릇, 엄마도 한 그릇 갖다 드리고 남은 잉엇국 먹으러 숲속 동물들이 모두 꼬마 도깨비네 집으로 총출동했어요. 총총총 신나는 발걸음으로…

길로 길로 가다가

까마귀도 한 그릇, 여우도 한 그릇, 꼬꼬닭도 한 그릇, 염소도 한 그릇. 모두 차례차례 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립니다. 맛있는 냄새 폴폴 퍼져 나가는 이곳에서 벌어진 잉엇국 잔치에 다들 신이 났어요.

함께 함께 먹었지.
함께 함께 먹었지.

모두가 즐겁고 신나는 잔치 마당을 바라보는 마음이 왜 이리 찡해지는 걸까요? ‘함께 함께 먹는다’는 이 말, 이 단순한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립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길’ 속에는 언제나 ‘함께’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착한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따사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한병호 작가의 정감 넘치는 그림으로 사랑스럽게 그려낸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 작은 것 하나도 함께 즐기고 나누었던 우리네 마음을 그대로 그려낸 그림책 한 권이 마음을 살랑살랑 흔드는 그런 가을 날입니다.

길로 길로 가다가

길로 길로 가다가
바늘 하나 주웠네

주은 바늘 뭐 할까
낚시 하나 휘었지

휘인 낚시 뭐 할까
잉어 한 마리 낚았지

낚은 잉어 뭐 할까
가마솥에 끓였지

끓인 잉어 뭐 할까
할배 한 그릇 드리고
할매 한 그릇 드리고

아빠 한 그릇 드리고
엄마 한 그릇 드리고

함께 함께 먹었지
함께 함께 먹었지


※ 가온빛에 소개된 또 다른 “길로 길로 가다가” 그림책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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