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 작은 친절에 관한 이야기

(원제 : I Walk With Vanessa : A Story About a Simple Act of Kindness)
그림 케라스코에트* | 웅진주니어
(발행 : 2018/08/20)

* 케라스코에트(Kerascoët)는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폼퓌와 세바스티앙 코세의 필명입니다.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만 들어도 뭔가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혼자가 편하고 좋다고 말해도 이 세상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겠죠. 제목만 들어도 마음 든든해지는 그림책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는 전학생에게 베푼 친구들의 친절을 아름답게 그려낸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속표지 그림을 살펴보면 아빠 엄마와 함께 열심히 이삿짐을 나르고 있는 한 아이가 보여요. 새 동네로 이사 온 아이, 바로 이 아이가 바네사랍니다.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전학 온 첫날 학교에서 바네사의 하루가 그려집니다. 낯선 교실, 새 친구들 사이에서 바네사는 혼자 풀 죽은 표정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오늘 하루가 바네사에게는 어느 때보다 길고 긴 하루였을 거예요. 하굣길, 바네사는 누구보다 먼저 집을 향해 걸어갑니다. 다들 재잘거리며 삼삼오오 모여 하교 시간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바네사만 혼자 앞서 걸어가고 있어요.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횡단보도 앞에 서있을 때 그 일이 벌어졌어요. 저만치서 걸어오던 한 아이가 바네사에게 다가와 심한 말을 퍼부었어요. 그 순간 주변 하얀 여백이 붉게 물듭니다. 붉은색은 바네사에게 못된 말을 퍼붓는 아이의 마음이면서 상처 입은 바네사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바네사는 울먹거리며 집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노란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우연히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어요. 그저 그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을 뿐. 노란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방금 본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 역시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요. 이미 바네사는 집으로 가버렸고 바네사를 울린 아이도 사라지고 없었으니까요.

행동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것일까요? 다람쥐를 쫓으며 즐거웠던 아이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거리는 아이들 마음처럼 우울한 푸른빛으로 가득합니다.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바네사가 마음에 걸렸던 아이는 밤늦도록 창가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고 바네사 역시 밤늦도록 잠이 들지 못합니다. 두 아이의 무거운 마음처럼 검푸른 밤하늘에서 때마침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자기 혼자뿐이라고 느끼고 있을 바네사는 알고 있을까요? 잠 못 드는 이 밤 어딘가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잠들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다음날 아침, 등교 준비를 하던 아이에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이는 서둘러 바네사의 집으로 달려갔어요. 노란 아침 햇살이 가득 비치는 바네사의 집,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아침입니다. 아이가 바네사의 집 문을 두드리자 풀 죽은 모습의 바네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어요.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두 아이가 함께 손을 잡고 길을 나섭니다. 뭔가 좋은 일로 가득할 것 같은 그런 아침이에요. 어제 하굣길이 외롭고 슬펐던 바네사의 감정처럼 생기를 잃은 무거운 푸른색이었다면 새 친구를 만난 오늘 아침은 따스하고 생기 넘치는 노란색입니다.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둘이 손잡고 학교 가는 길, 둘은 셋이 되고 셋은 다시 넷이 되고… 그렇게 친구의 친구가 친구가 되어 학교까지 함께 가는 길은 아침 햇살처럼 밝고 환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와글와글 재잘재잘 활기찬 아침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요.

다들 이렇게 즐겁게 학교에 가고 있는데 저기 구석에 혼자 돌아서서 얼굴 붉히고 있는 친구, 보이나요? 저 친구 역시 돌아서서 아이들과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아름다운 물결에 동참해 함께여서 행복한 마음 꼭 느낄 수 있기를……

따돌림당하는 친구를 목격한 한 아이가 용기 내어 마침내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그림만으로 세심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책 “혼자가 아니야 바네사”,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여백과 상황마다 변하는 색감의 그림으로 글보다 더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외받고 외로운 이들에게 다가서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힘이 아닌 작은 관심과 용기 아닐까요?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흐름을 바꾸는 작은 물결이 되고 그 힘이 모이면 결국 세상을 변화 시킬 큰 물결이 될 테니까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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