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완의 여행

마르완의 여행

(원제 : El camino de Marwan)
파트리시아 데 아리아스 | 그림 라우라 보라스 | 옮김 이선영 | 불의여우
(발행 : 2018/10/05)


동성 가정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의 다양성을 담은 그림책 “스텔라네 가족”으로 가온빛에 처음 소개했던 출판사 ‘불의여우’가 이번엔 난민 문제를 다룬 그림책을 새로 선보입니다. 전쟁과 폭력에 휩싸인 정든 고향을 떠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한 아이 마르완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할지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 “마르완의 여행”입니다.

마르완의 여행

나는 아직 작지만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사막을 건너갑니다.

마르완의 여행

나는 커다란 가방을 지고 계속 걷습니다.
언제 도착할지,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낡은 옷과 기도책 한 권,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우리 엄마 사진 한 장.

살기 위해 뛰어든 사막 한 복판에서 마르완은 혼자입니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떠나올 때 급하게 챙긴 엄마 사진 한 장뿐. 어두운 밤 차가운 사막의 피난 행렬 틈에서 잠든 마르완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납니다. 고향, 가족, 엄마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에 눈물 짓습니다.

마르완의 여행

우리 앞에 국경이 나옵니다.
바다와 사막을 가르는 끝도 없는 선.
다른 나라, 다른 집, 다른 말
그리고 다른 마을의 이야기.

어느날 마주한 국경에서 마르완은 새로운 두려움에 몸서리 칩니다. 자신을 막아서는 보이지 않는 벽.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손가락질하며 자신들을 뿌리치려는 차가운 시선도 어린 마르완에게는 그저 두려운 존재들일 뿐입니다. 그저 고향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 마르완을 짓누릅니다.

마르완의 여행

나는 언젠가 돌아갈 겁니다.
내 손으로
정원에 꽃과 희망을 가득 심을 겁니다.

마르완의 여행

나는 튼튼한 집도 지을 겁니다.
창문마다 햇살이 쏟아지고
벽마다 기쁨이 가득한 집을 말이에요.

그리고 매일 밤 기도할 겁니다.
절대로, 절대로,
깜깜한 그날 밤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마르완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고향에 돌아가 정원에 꽃과 희망을 가득 심을 수 있을까요? 튼튼한 집을 짓고 평범한 하루를 마친 후 지난 날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릴 수 있을까요?

제주 예맨 난민 문제로 이제 우리도 난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뉴스나 영화, 책 등을 통해 그저 개념과 가치 판단에 대한 문제로 접했던 것과 직접 우리 사회 속으로 파고든 문제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예맨 난민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우리 이웃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에 대한 터무니 없는 가짜 뉴스들을 퍼뜨리는 단체가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각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문제가 우리 피부에 와닿는 현실로 갑자기 코앞에 닥쳤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당연히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은 선뜻 따라주지 않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서둘러서는 안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뜻을 모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우리에게, 또 그들에게, 우리 인류 모두에게 최선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르완의 여행

“마르완의 여행”의 앞쪽 면지입니다.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이 시작되는 장면입니다.

마르완의 여행

그리고, 뒤쪽 면지에는 그들이 끝에 이르러 있습니다. 그들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 아닐까요?

작가의 바람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는 모두가 함께 이 여행에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쪽과 뒤쪽 면지에 담겨 있습니다. 난민 문제를 돌아보고 그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여행을 우리 모두가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 난민을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저도 오늘 여행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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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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