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달릴 수 있어

여자도 달릴 수 있어!

(원제 : Girl Running)
아네트 베이 피멘텔 | 그림 미카 아처 | 옮김 정수진 | 청어람아이
(발행 : 2018/08/08)

“여자도 달릴 수 있어!”란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을 다룬 그림책인지 다들 눈치 챘을 겁니다. 하지만 달리기에서조차 여자를 차별했던 게 그리 오래 전이 아닌 1960년대 후반의 이야기라면 믿어지나요? 바비 깁(Bobbi Gibb)이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달린 게 1966년이고,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게 1969년의 일입니다. 인류의 발전과 성평등 의식은 정비례하지 않나 봅니다.

보스턴 마라톤을 달린 최초의 여성 바비 깁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볼까요?

여자도 달릴 수 있어

매년 봄이면 바비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매년 4월에 개최합니다). 어느 날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들의 모습을 보게 된 바비의 삶은 달라집니다. 평소에도 달리기를 좋아했던 바비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날부터 쉬지 않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1년간 열심히 연습한 바비는 주최측에 참가신청서를 보내달라고 편지를 씁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장은……

참가신청서를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여성은 신체적으로 42.195Km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회 규칙상 여성은 마라톤 대회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신체적으로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말도 안되는 이유에 바비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고야 말겠다고 굳게 마음 먹습니다.

여자도 달릴 수 있어

대회 당일 바비는 배번조차 없이 출발선 근처 수풀에 숨었다가 출발 신호를 알리는 총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합니다. 여자는 참가할 수 없다는 대회의 고리타분한 규칙과는 상관 없이 함께 뛰던 선수들은 끝까지 달리라며 바비를 격려했습니다. 뒤늦게 여자가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 역시 응원을 아끼지 않았구요.

여자도 달릴 수 있어

중간에 부상을 당하기도 하지만 바비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선에 들어왔습니다.

관중석에서는 어마어마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사상 처음으로 여자가 보스턴 마라톤을 뛴 거예요!

바비의 기록은 3시간 20분으로, 전체 참가자 중 124위였어요. 바비 뒤로 헉헉거리며 달려오는 남자 참가자가 291명이나 더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바비에게 완주 메달을 주지 않았고, 바비의 기록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참가할 수 없다는 답답한 규칙을 내세우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 날 바비는 세상 모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여자라서 할 수 없는 일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는 걸, 그리고 여자라서 안된다는 규칙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걸!

여자도 달릴 수 있어

바비 이야기를 들은 다른 여자아이들도,
어른들도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같이 뛰고 싶어서 말이죠!

바비의 첫 번째 마라톤은 끝났어요.
하지만 여성의 달리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어요!

그림책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성 마라톤과 관련해서 조금 더 알아볼까요.

1966년 바비의 완주 소식을 들은 캐서린 스위처는 그 이듬해에 KV 스위처라는 가명으로 참가 신청을 합니다(아이러니하게도 여자는 참가할 수 없다는 규칙 덕분에 참가 신청서에는 성별을 기재하는 란이 없었기에 가능했었던 일이었습니다). 261번 배번을 달고 참가한 캐서린 스위처의 정체가 밝혀지자 감독관은 레이스 중인 그녀에게 달려들어 번호표를 빼앗으려 했고, 옆에서 함께 달리던 토마스 밀러라는 선수가 그를 밀쳐내고 그녀에게 끝까지 달리라고 소리지르죠.

Kathrine Switzer
A woman, listed only as K. Switzer of Syracuse, found herself about to be thrown out of the normally all-male Boston Marathon when a husky companion, Thomas Miller of Syracuse, threw a block that tossed a race official out of the running instead, April 19, 1967 in Hopkinton, Mass.(AP PHOTO) – via Women’s Lifestyle

이 날 캐서린 스위처의 기록은 4시간 20분, 261번 배번을 정식으로 받았으니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첫 여성 공식 기록이 탄생한 셈입니다. 참고로 여성 마라톤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197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84년 LA올림픽부터라고 합니다.

비록 위의 유명한 흑백 사진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장본인은 바로 오늘의 주인공 바비 깁입니다. 그녀의 당당한 열정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으니까요.

성평등 주제를 다룬 오늘의 그림책 “여자도 달릴 수 있어!”, 딸들도 재미있게 읽겠지만 여자가 주인공이라며 지나쳐버릴 아들 둔 엄마 아빠들에게 추천합니다. 아직까지도 바비 깁의 시대와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성평등 문제를 해소하는데에는 우리 딸들이야 당연히 앞장서겠지만 우리 아들들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고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여러분의 아들들이 이 세상을 바꾸길 꿈꾸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권하는 그림책 “여자도 달릴 수 있어!”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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