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벽돌

작은 벽돌

(원제 : Brick)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 | 그림 줄리아 로스먼 | 옮김 정진호 | 그레이트북스
(발행 : 2018/10/01)


벽돌을 켜켜이 쌓은 이미지로 표현한 “작은 벽돌”이란 제목이 견고해 보이면서도 단아해 보입니다. 그림책 제목 위에 당당하게 선 붉은 벽돌, 눈 코 입에 가는 팔다리까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배경으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도 그림책 제목을 만든 것도 바로 이 작은 벽돌 한 장에서 시작되었죠.

그림책 앞머리에 글 작가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이 쓴 헌사가 눈에 띕니다.

한때 작았으나 위대한 것이 된 모든 것과
언젠가 위대하게 될 작은 것들을 위해
– 조슈아 데이비드 스타인

한때 작았으나 위대한 것이 된 모든 것, 언젠가 위대하게 될 작은 것들의 이야기, 작은 벽돌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벽돌

엄마 품에 안긴 자그마한 아기 벽돌은 우뚝 솟은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거대할까 생각합니다. 엄마는 작은 벽돌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었어요.

위대한 것들은 작은 벽돌에서 시작한단다.
주위를 보렴.
그러면 알게 될 거야.

길가에 늘어선 집들도 커다란 건물도 모두 자기와 같은 벽돌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작은 벽돌은 저 너머 세상도 그럴지, 자신에게 맞는 자리는 어디일지, 자신도 위대한 무언가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작은 벽돌

스스로 여행을 떠날 만큼 자라자 작은 벽돌은 세상 속에서 자신이 자리 잡을 곳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달 밝은 밤, 작은 벽돌은 드디어 긴 여정을 떠납니다. 엄마 품을 떠나 스스로 있을 자리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작은 벽돌, 암흑 속을 건너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작은 벽돌을 지켜주는 엄마처럼 다정한 달빛만이 고고하게 작은 벽돌이 가는 길을 비춰주는 밤입니다.

작은 벽돌

작은 벽돌은 수많은 곳을 여행하며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았어요.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성도 찾아가고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오래된 성도 찾아가 꼼꼼히 살펴봅니다. 성벽은 거대하고 튼튼해 보였지만 여기저기 전쟁으로 인한 흔적을 보자 벽돌은 발길을 돌렸어요. 작은 벽돌은 싸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교회, 모스크, 유대교 회당, 불교 사원의 신성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벅차올랐지만 작은 벽돌은 아무 말도 없는 그곳을 빠져나왔어요. 끝없이 굽이진 장벽은 땅을 갈라 놓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장소를 찾아 떠났죠.

작은 벽돌 앞에 우뚝 선 커다란 건축물들은 작은 벽돌의 크기와 대비되어 왠지 닿을 수 없고 이어질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입니다.

작은 벽돌

세상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있을만한 자리를 찾지 못한 작은 벽돌은 이러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걸었고, 걸으면서 지금껏 자신이 본 것들을 떠올렸죠. 이제껏 지나온 길들 위에서 만났던 수많은 건축물들…… 길 끝에 다다른 벽돌은 그 자리에 앉아 자신에게 집중하며 생각을 이어갔어요.

“위대한 것들은 작은 벽돌에서 시작한다.”

작은 벽돌은 한자리에 그대로 머물며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밤을 지새웠어요.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오자 작은 벽돌의 얼굴이 번져오는 아침 햇살처럼 환해졌습니다. 자신이 갈 길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작은 벽돌은 알게 된 걸까요?

작은 벽돌

벽돌이 자리 잡은 곳은 길 귀퉁이였어요. 긴 여행 끝에 멈추고 앉아 밤새도록 생각에 잠겼던 바로 그곳, 작은 벽돌은 그 자리에 누워 다른 벽돌들이 자기의 자리를 찾아 여행할 수 있는 길이 되었습니다.

길 위에 누워있는 작은 벽돌의 흐뭇한 미소 보이나요? 작은 벽돌이 누워있는 그 길을 밟고 또 다른 누군가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위대한 것들도 작은 벽돌에서 시작하지만,
위대한 여행도 작은 벽돌에서 시작하거든.

기나긴 여정 끝에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낸 작은 벽돌의 이야기, 커다란 무언가도 결국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물이죠. 작은 것 하나가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모여 세상을 이루어 낸다는 사실을 작은 벽돌의 여정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작은 벽돌”, 세상 모든 것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모습 그대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숭고합니다.

작은 벽돌

그림책 속에는 작은 벽돌이 꿈을 찾아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만나는 건축물들이 멋지게 그려져 있어요.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건축물들이 이렇게 따로 소개되어있습니다. 런던 한가운데 위치한 그로스베너 단지는 1920년대에 노동자들을 위해 지은 건축물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벽돌과 콘크리트로 만든 체크무늬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로스베너 단지를 보면서 튼튼하고 안전한 건물,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 건축물을 소재로 자신의 꿈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이 그림책은 “위를 봐요”, “벽”, “3초 다이빙”등의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신선한 시각에서 제시해 왔던 정진호 작가가 번역했습니다.

※ 영문판을 찾아보니 작은 벽돌의 성별을 ‘She’로 표현한 점이 눈에 띄네요. 이 이야기에서 성별이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보통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을 남자로 그리는 것에 반해 주인공 벽돌을 여자로 그렸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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