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원제 : Daniel Finds A Poem)
글/그림 미카 아처 | 옮김 이상희 | 비룡소
(발행 : 2018/10/15)


알록달록 고운 빛깔로 쓴 그림책 제목을 보면서 내가 시를 알게 된 건 언제였을지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서였을까요, 책을 통해서였을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시를 처음 만난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고 있나요? 그림책의 주인공 다니엘은 시를 어디에서 어떻게 만났을까요?

꼬마 다니엘은 월요일 아침 공원 입구에 붙은 안내문에서 이런 문구를 보게 되었어요.

공원에서 시를 만나요.
일요일 6시

공원에 있는 바위와 나무와 동물들은 잘 알고 있지만 시가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는 다니엘은 혼잣말로 ‘시, 시가 뭘까?’하고 중얼거렸습니다.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시는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거야.”

영롱한 아침 이슬이 오색 빛깔로 반짝이는 거미줄, 그 위에 앉아있던 거미는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으로 시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어요. 하지만 다니엘은 여전히 알쏭달쏭한 모양입니다.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것이 시라니, 그게 뭘까? 그런 표정이에요 ^^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다니엘은 날마다 공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시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화요일에 만난 청설모는 ‘시는 바삭바삭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거’ 라고 말했고 수요일, 굴속에 있던 다람쥐는 ‘시는 오래된 돌담이 둘러싼 창문 많은 집’ 이라고 말해줍니다. 목요일 연못에서 만난 개구리는 ‘시는 시원한 물에 뛰어드는 거야’ 라고 말해주었어요. 시를 만나는 일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다니엘은 공원에서 만나는 동물 친구들에게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그들 곁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것을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시를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토요일 오후, 귀뚜라미 소리를 들은 다니엘은 이렇게 말했어요.

어둑어둑 그림자가 길어지자,
귀뚤귀뚤 소리가 주위에 가득해졌지요.
“귀뚜라미야, 너에겐 이게 바로 시구나!”

“하루가 저물 무렵의 노래?
바로 그거야, 다니엘.”

시를 만난다는 건 온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일까요? 하루하루 날이 지나 수록 다니엘의 표정에 평온이 깃듭니다.

일요일 아침 다니엘은 기쁜 얼굴로 깨어났어요. 햇살이 노랗게 빛나는 아침, 다니엘의 얼굴이 아침 햇살만큼이나 환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오늘은 드디어 다니엘이 공원에서 시를 만나는 날이에요.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공원에서 시를 만나는 일요일, 다니엘은 자신이 일주일 동안 찾은 시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어요. 그것은 지난 일주일 동안 다니엘이 만난 공원의 친구들이었으며 그들이 들려준 노래, 함께 바라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영롱한 아침 이슬, 돌담 사이를 비추는 햇살, 나뭇가지 사이에서 빛나는 별, 시는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언어이며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세상 모든 것입니다.

귀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 주변에서 다니엘에게 시를 알려준 공원 친구들도 조용히 숨죽여 다니엘의 시를 듣고 있어요. 다니엘이 들려주는 시가 귓가에 들려올 것 같은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은 미카 아처의 첫 그림책으로 2017년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있자면 에즈라 잭 키츠의 “눈 오는 날”이 자꾸만 연상됩니다. 처음 본 것을 알기 위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강렬한 색감의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들도 그런 느낌을 주고 있어요. 저는 특히나 아래 두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위 :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 아래 : 에즈라 잭 키츠의 ‘눈 오는 날’

에즈라 잭 키츠의 “눈 오는 날”에서는 피터가 잠에서 깨어나 창밖에 내린 눈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죠. 미카 아처의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에서는 일주일 동안 공원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시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다니엘이 평온한 마음으로 일요일 아침을 맞는 장면이 등장해요. 비슷한 연령대의 두 꼬마가 맞이하는 아침 풍경, 어딘가 많이 닮아 보이지 않나요?

어쩌면 이 그림책은 작가 미카 마처가 에즈라 잭 키츠에게 보내는 헌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노래처럼 감미롭고 달콤한 언어들로 가득한 그림책,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해질녘 노을의 아름다움을 잊은 이에게, 늦가을 바스락 거리는 낙엽의 속삭임을 느끼고 싶은 이에게 전하고 싶은 그림책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아름다운 시어로 채운 글만큼이나 다양한 재료와 색상을 사용해 공원 곳곳을  생명력 넘치게 표현한 미카 아처의 그림이 걸작인 작품입니다.

※ 미카 아처 홈페이지 : https://www.michaarcher.com/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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