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하는 날

머리하는 날

글/그림 김도아 | 사계절
(발행 : 2018/09/10)


머리를 자르고 파마약을 발라 파마 롤로 머리를 돌돌돌 감아서 말고… 파마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나와있는 앞표지 그림을 보면서 미용실에서 파마를 해 본 친구들이라면 꽤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아직 한 번도 파마를 해보지 못한 친구들이라면 이 장면을 신기해 하고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 번쯤 보았을 미용실의 풍경이 떠오를 테니까요.

“머리하는 날”은 난생처음 미용실에 간 친구의 설렘과 흥분, 긴장감을 상상과 엮어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이에요.

머리하는 날

오늘 머리하러 가요.
친구 생일 파티에 가거든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해 머리를 하러 간다는 아이 눈에는 사람들의 헤어스타일만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이 주변을 지나치는 이들의 머리 모양이 아주 재미있어요. 가만 보면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머리 모양인데 상상력을 더해 바라보니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도 있네요. 패딩 사러 가는 날이면 유독 사람들이 입은 패딩만 보이고 마음속에 콕 점찍어 둔 운동화가 있으면 그 운동화 신은 사람만 눈에 보이듯 머리하러 가는 아이 눈에는 온통 사람들 머리 모양만 보이는 모양이에요.

엄마 손잡고 찾아간 미용실 주변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어요. 건조기에 널어둔 수건이 날아갈 정도로 세차게 부는 바람은 미용실이 처음인 아이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머리를 하고 싶은 마음과 뭔가 불안한 마음, 미용실 갈 때마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수십 번도 넘게 미용실에 가본 저 역시 매번 그러는걸요.

머리하는 날

미용실 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사진 속에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밝게 웃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머리를 하기 위해 의자에 앉자 주변 색상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사진 속 사람들 역시 생기 잃은 표정을 한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도 가도 못하고 결국 머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어요.

사각사각 머리숱이 잘려나가는 순간 아이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어요. 그 순간 잘려서 떨어지던 아이의 머리카락이 초록 나뭇잎으로 변신을 시작합니다.머리하는 날

머리를 다 할 때까지 두세 시간씩이나 꼼짝도 못 하고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이 지루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한 아이의 현실은 상상과 만나 재미있게 연결됩니다.

집게로 집어 파마약을 바르는 아이 머리 위에 어느새 새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아기 새가 깨어납니다. 아기 새들의 지저귐에 엄마 새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고 있어요. 플라스틱 파마 롤은 뼈다귀로 변신해 커다란 공룡을 불러옵니다.

투명돔을 뒤집어쓰고 머리에 열처리를 시작하는 순간 아이는 우주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녀요. 검은 하늘에 세차게 쏟아지는 빗방울, 아! 드디어 머리를 감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머리하는 날

과연 어떻게 변신했을까? 머리하는 중에 가장 두렵고 겁나는 순간이 바로 이 순간 아닐까요? 헤어 드라이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가려 아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아이 주변에서 벌벌 떨고 있는 동물 친구들이 아이 마음을 대변하고 있어요.

이 순간만 참으면 드.디.어. 끝.난.다!!! 입을 앙 다물고 있는 아이, 과연 맘에 쏙 들게 변신을 했을까요?

머리하는 날

“어머! 진짜 머리 잘 나왔다!”

만족스럽게 나온 머리 모양을 바라보며 아이도, 상상의 나라에서 함께 놀아주었던 친구들도 함박 미소를 짓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는 일. 마음에 쏙 들게 변한 헤어스타일 덕분일까요? 하루 종일 소심한 표정이었던 아이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합니다. 우물쭈물했던 그 아이는 온데간데없어요. 오늘 생일인 친구 앞에서 아이는 커다란 목소리로 밝게 인사합니다.

“안녕! 폭탄 머리!”

아이도 폭탄 머리, 오늘 생일을 맞은 친구도 폭탄 머리, 공통점이 생겨나자 두 아이 사이에도 강한 유대감이 생겨났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은 친구는 그림책 앞 면지에 출연했던 아이면서 뒤표지에도 나오는 아이입니다.

복잡하고 신기한 도구들도 그렇지만 뭔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아이들에게 더 신비한 장소가 될 수 있는 곳 미용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아주 좋은 공간이 되기도 하죠.

소심쟁이 소녀를 변신시킨 그곳, 미용실을 배경으로 순진한 아이의 유쾌한 상상이 재미있게 펼쳐지는 그림책 “머리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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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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