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윤이에요
책표지 : goodreads
내 이름은 윤이에요(원제 : My Name Is Yoon)

헬렌 레코비츠, 그림 가비 스비아트코브스카, 옮긴이 박혜수, 배동바지


그림책 활용 놀이 : 내 이름 쓰기 놀이

같은 주제, 같은 느낌 그림책 : 이사벨의 방


얼마 전 그림책 이야기에 올렸던 “무한대를 찾아서“에서 가비 스비아트코브스카의 그림에 반해서 또 어떤 책이 있나 하고 찾아 보다 독특한 제목의 그림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내 이름은 윤이에요”입니다. 2003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미 품절이 되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글을 쓴 작가가 한국인인가 싶었는데 미국인이었습니다. 작가 헬렌 레코비츠의 며느리가 한국계 이민 2세로 이름이 ‘윤’이었다고 하는군요. 며느리를 통해 한국 문화와 자녀에 대한 한국인 부모들의 열성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 온 고집 세면서도 귀여운 여자아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인터파크 도서 출판사 서평 참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림책 “내 이름은 윤이에요”는 그 전까지 아동 소설을 주로 쓰던 헬렌 레코비츠의 첫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미국으로 막 이민 온 한국인 가정이 미국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어린 여자 아이의 모습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낯선 곳에서의 불안함과 움츠러드는 아이의 심리를 잘 묘사한 헬렌 레코비츠의 감성과 이 모든 것을 멋드러진 그림으로 담아낸 가비 스비아트코브스카의 환상적인 조화, 함께 감상해 보시죠.

YOON은 싫어! ‘윤’이 좋아!

고향인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윤이. 가뜩이나 주눅들어 있는 윤이에게 아빠는 영어로 이름쓰는 것을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학교에 가서 미국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 정도는 말하고 써서 보여 줄 수는 있어야 할테니 아빠로서는 당연한 일을 하는건데, 윤이는 영 마뜩치가 않습니다.

내 이름은 윤이에요

나는 YOON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선들, 동그라미들, 모두 따로따로 서 있었거든요.

“내 이름은 한글로 쓴게 더 행복해 보여요. 글자들이 모여서 함께 춤을 추니까요.”

윤이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던거죠. 영어 이름 쓰기 싫다며 까탈을 부립니다. 하지만 아빠에게 떼를 쓰는 윤이가 결코 밉지 않습니다. 예쁜 한글 이름을 놔두고 왜 이상한 영어로 자기 이름을 써야 하느냐는 윤이의 생각이 너무 예뻐서 말이죠.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헬렌 레코비츠의 한글과 한글 이름에 대한 표현이 아주 돋보입니다. ‘글자들이 모여서 함께 춤을 춘다’는 표현은 우리 한글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한국인들의 이름엔 각각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서 원서에 보면 ‘윤’이란 이름은 ‘Shining Wisdom’을 뜻한다고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나는 고양이, 새, 컵케이크야!

고양이? 새? 컵케이크? 무슨 소린가 싶죠? ^^ 처음으로 학교에 간 날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한 선생님이 YOON 이라고 적힌 시험지를 주면서 따라 써보라고 시킵니다. 그런데 윤이는 선생님 말씀대로 자신의 영어이름을 쓰지는 않고 엉뚱하게 온통 CAT 이라고만 써서 냅니다. 그 다음날도 선생님은 똑같은 글씨연습을 시키지만 이번엔 빈줄마다 BIRD 라고 써서 냅니다. 그 다음날도 같은 일의 반복… 이번엔 CUPCAKE 이라고 써넣습니다.

집에서 영어이름 쓰기 갖고 까탈스럽게 굴었던게 낯선 미국땅으로 자기를 끌고 온 아빠에 대한 반항이었다면, 학교에 처음 간날부터 시작되는 윤이의 소심한 반항은 생김새도 말도 다른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아빠에게는 다시 한국으로 가면 안되냐고 응석을 부린거겟지만, 학교에서의 엉뚱한 단어 쓰기는 반항이라기보다는 소심한 자기 표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내 이름은 윤이에요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양이가 되어 어느 구석엔가 숨고 싶었어요.

그러면 엄마가 나를 찾아내서 꼭 껴안아 주겠죠.

나는 눈을 감고 작은 소리로 “야옹!”할거예요.

처음 학교에 간 날은 모든게 낯설기만해서 어디 구석에 조용히 숨어 있고 싶은 심정이었나봅니다. 잔뜩 주눅들어 있는 이런때엔 나한테 잘해주려는 친절한 사람들까지도 부담스럽고 귀찮을수밖에요. 그래서 고양이처럼 숨어서 엄마가 자기를 꼭 안아주기만 기다리고 싶은 심정이었던거겠죠.

내 이름은 윤이에요

나는 새가 되고 싶었어요.

훨훨 날아서, 날아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나의 둥지로 돌아가 조그만 갈색 날개에 머리를 폭 파묻고 있으려고요.

둘째날은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새처럼 훨훨 날아서 친구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이 주신 시험지에 자기 이름 대신 BIRD 라고 써 넣었던거죠. 학교, 선생님, 친구 모두 나와는 다르게 생겼고, 말도 다른 이 낯선곳을 벗어나서 나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아이에겐 당연한 일이겠죠.

내 이름은 윤이에요

나는 컵케이크가 되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나를 보면 신이 나서 손뼉을 치며 말하겠죠.

“컵케이크다! 와, 컵케이크가 떠 있어!”

오늘은 교실 천장을 둥둥 떠다니는 컵케이크네요. 아직도 ‘윤’이가 아닌 ‘컵케이크’지만 이번엔 뭔가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네요. 고양이처럼 숨고 싶었을때나 새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었을때는 그림 속엔 늘 윤이 혼자뿐이었어요. 그런데 컵케이크가 되어 둥둥 떠다니는 윤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자신을 올려다 보며 신이 나서 손뼉을 치는 친구들을 내려다 보는 윤이의 얼굴은 웃음을 함박 머금고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괜찮아!

지금까지는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던 백인 친구중 하나가 윤이에게 컵케이크 하나를 건네줬어요. 그리고는 둘이 마주보며 킥킥 웃었죠. 친절한 선생님,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긴 하지만 그래도 악의가 전혀 없이 순수한 또래 친구들…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윤이는 집에 돌아와서 엄마 아빠에게 오늘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줍니다. 영어로 말이죠. 그리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미국이 살기 괜찮은 곳이 될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다르다는 것도 괜찮은 것일지 몰라.’

내 이름은 윤이에요

다음 날 학교에 간 윤이는 빨리 글씨를 쓰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번엔 과연 뭐라고 쓸까요? 시험지 가득 씌어 있는 ‘YOON’이라는 글씨를 보며 선생님은 윤이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하, 네가 윤이로구나!”

지그시 눈을 감고 윤이를 꼭 안은 선생님의 표정이 한없이 따스합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미국 학교 교실엔 머리 색깔도, 피부 색깔도, 심지어 눈동자 색깔도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친구들간의 우정, 선생님과 아이들간의 사랑은 모두가 꼭같이 한마음인걸 느끼게 해 주는 장면입니다. 작가인 헬렌 레코비츠는 전직 교사였습니다. 따뜻한 사랑으로 윤이를 안아준 선생님이 바로 그녀가 아니었을까요…

내 이름은 윤이에요

이제 나는 영어로 내 이름을 쓴답니다.

영어로 써도 내 이름은 여전히 빛나는 지혜를 뜻하거든요.

수줍은듯 배시시 웃으며 제가 쓴 영어이름을 들고 있는 윤이의 모습으로 그림책은 끝을 맺습니다. 이제 윤이에게는 미국이라는 제2의 고향, 그리고 한국과 다름 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와 선생님들이 새로 생겼겠네요.

보는 내내 다정한 선생님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에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림책 “내 이름은 윤이에요” 였습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은 가까운 도서관에서 꼭 빌려 보세요! ^^


그림책 활용 놀이 : 내 이름 쓰기 놀이

같은 주제, 같은 느낌 그림책 : 이사벨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