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다
글/그림 홍승연 | 달그림
(발행 : 2018/10/26)
그런 날이 있어.
끝도 없는 구렁텅이로 깊이 깊이 깊이 빠져들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날.희미한 작은 불빛 하나에 간절히 매달리지만,
상황은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아.홀로 견뎌야 하는 막막함이 너무 시리게 느껴지고,
흘려보내지 못한 눈물이 가슴속 깊이 고여
닿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아.
시간이 흘러도 아픔은 사라지지 않고
스스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내지.그런데 있잖아.
모든 빛이 꺼질 때
마지막으로 남는 빛을 따라가 봐.
어쩌면 다시 길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잊고 있던 세상 또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여전히 그대로인,
그러나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시련과 마주하게 됩니다. 실패, 배신, 이별, 소중한 이의 죽음… 상실의 아픔입니다. 예고하지 않고 찾아오기에 누구나 감당하기 힘든 혼란과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오랜 시간 쏟아부은 열정과 달리 참담한 결과를 맞닥뜨렸을 때, 나 자신보다 더 믿는다고 확신했던 대상이 나에게서 등을 돌렸을 때, 힘겨운 세상에서 유일한 나의 버팀목이었던 그 누군가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냈을 때…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참혹함은 나를 끝없는 나락으로 빠뜨리고, 상실의 아픔 그 끝없는 구덩이 속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나와 함께 웃어주던 이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누군가 건네는 위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위로는 한낱 언어일 뿐, 상처난 내 마음의 빈 자리를 채워주지 못합니다. 이 세상으로부터 참혹하게 내쳐진 나는 철저히 혼자일 뿐이란 생각에 자꾸만 빠져듭니다.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갇힌 채 시간이 흐르고 또 흐릅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내 삶에도 희미하나마 한 줄기 빛이 아직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봅니다. 상처 입은 채 잔뜩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추스르고 그 한 줄기 빛을 따라 일어섭니다.
그리고 한 걸음 내딛습니다. 또 한 걸음, 또 한 걸음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쩌면 다시 길을 잃을지도 모르지만 상처가 아물고 난 내 삶은 전보다 견고해졌습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되찾은 나는 이전의 나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갑니다.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안아주는 이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의 위로가 막 아문 상처를 다독여주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내 발걸음에 힘을 북돋워줍니다.
이제 다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내 주변을 돌아보고 나의 꿈과 희망을 나눠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것들을 연이어 잃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이 책을 작업했고, 다시 작고 소중한 경험들을 모으며 살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될지도 모를 인생의 아픔과 시련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잘 담아낸 그림책 “슬픔을 건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아픔의 밑바닥에서 그래도 살아갈 한 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