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원제 : More Would You Rather)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정회성 | 미디어창비
(발행 : 2018/08/02)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표지 그림에서 호랑이가 읽어주고 있는 그림책 굉장히 낯익게 느껴지지 않나요? 맞습니다. 바로 존 버닝햄의 그림책 “네가 만약”입니다. 원서 제목만 봐도 두 책의 관계를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네가 만약”의 원서 제목이 “Would You Rather”이고 이 그림책의 원서 제목이 “More Would You Rather”이거든요.

늘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품고 살았던 존 버닝햄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넌 어떤 게 더 좋은지, 네가 만약 이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할지를 말이죠.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개구쟁이 같은 모습의 아이가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너라면

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꿀을 모으는 벌이랑
땅에 굴을 파는 토끼 가운데
누구를 도와주고 싶어?

도와준다고 하지만 풀밭에서 꿀벌이랑 토끼랑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 표정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네요. 누구랑 무엇을 해도 즐거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면 짓궂은 질문이 등장합니다. 심술쟁이 아기에게 ‘퍽!’ 맞는 게 싫은지 오소리가 떠밀어 ‘꽈당!’ 넘어지는 게 싫은지. 저라면 오소리에게 떠밀려 넘어지는 것보다야 아기에게 한 대 맞는 게 나아 보이는데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까요? 아기 말고 오소리일 수도 있겠죠? ^^

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이렇게 이야기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면서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일 중에서 어떤 게 더 좋은지,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게 더 싫은지 반복해서 묻고 있어요.

“지각대장 존”에서처럼 뚜렷한 색감의 차이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갈라놓지는 않지만 이 책 역시 환상의 세계에서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을 때의 색감이 좀 더 화사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그림책을 보는 동안 마음 편하게 상상하고 답하면서 즐겨 보라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네가 아기였을 때에 대해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싫어?

아니면 엄마가 휴지로 얼굴을 닦아 주면서
잔소리하는 게 싫어?

둘 중 어떤 게 더 싫은가요?^^

살다 보면 때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과 마주할 때가 있죠. 그 싫은 일들 중에서 꼭 하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도 있고요. 놓치고 싶지 않은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모든 순간을 맞이하고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 자신들의 몫입니다.

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 아이와 함께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질문을 던지다 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어요. 자, 이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분이기인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무엇일까요?

달에서 자고 싶어?
아니면 둥지에서 새들이랑 자고 싶어?

달은 너무 멀고 쓸쓸해 보이고 둥지는 뭔가 비좁아 보이는군요. 이 이야기의 마무리가 재미있어요.

너라면 그냥 네 침대에서 자고 싶겠지?

어떤 환상을 꿈꾸든 가장 사랑스러운 곳은 지금 네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현실 속 포근하고 아늑한 침대 장면으로 보여주면서 글을 맺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상황 속에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되고  스스로 결정한  수많은 선택의 결과가 바로 현재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그림책 “호랑이가 책을 읽어 준다면”, 현실과 환상 사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두 세계의 조화를 꿈꾸었던 작가 존 버닝햄의 사랑이 가득 담긴 작품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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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맹은
서맹은
2019/01/19 11:26

예쁜그림책이네요.
그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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