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산책

(원제 : Bear And Wolf)
글/그림 다니엘 살미에리 | 옮김 이순영 | 북극곰
(발행 : 2018/11/28)


회색 곰과 회색 늑대, 전혀 어울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두 존재가 나란히 서서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방향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딘가 닮아 보입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한겨울 둘은 산책을 나섰다 아주 우연히 만난 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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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겨울 숲 눈밭 저쪽에서 누군가 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밭 저쪽에서 곰을 바라보고 있던 것은 늑대였어요. 곰은 눈 내리는 고요한 숲을 좋아해서 밖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늑대는 뽀드득 뽀드득 눈 밟을 때 나는 소리를 좋아해 눈을 밟으러 나왔다고 하고요. 둘 다 눈이 좋아 눈을 맞으러 나온 것이죠. 둘은 함께 숲길을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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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늑대는 함께 눈밭을 걸었습니다.
눈과 귀와 코로 눈 내리는 풍경을 느꼈습니다.

하얗게 내리는 눈, 코 끝에 느껴지는 알싸한 겨울 숲 냄새, 귀가에 들리는 조용조용 눈 내리는 소리… 무채색 겨울을 온 몸으로 느끼는 곰과 늑대의 한겨울 산책입니다.

작가는 다양한 각도에서 겨울 풍경을 보여주고 있어요. 곰이 바라본 숲 저편 늑대의 모습, 늑대가 바라본 새하얀 눈밭 저쪽 곰의 모습, 곰과 늑대의 시점에서 바라본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의 모습, 겨울 숲을 조용히 걷고 있는 곰과 늑대를 하늘 위를 날고 있던 올빼미가 바라보는 모습 등으로 말이죠.

조용한 겨울 숲 둘만의 산책길은 고요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겨울 풍경은 참으로 다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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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온통 초록빛이었던 숲은 온갖 소리와 향기로 가득했어요. 넓고 푸른 호수였던 이곳은 지금은 얼음 들판으로 변신했습니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 작품이죠.

둘은 호수 한가운데까지 걸어가 눈을 쓸고 얼음 밑에 잠든 물고기를 바라봅니다. 풍경은 조금씩 바뀌어 있지만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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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곰은 동굴로 돌아가 겨울 잠을 자야 하고 늑대는 순록 냄새를 따라 긴긴 밤을 달려야 합니다. 그렇게 조용한 산책을 마친 곰과 늑대는 이 겨울 자신들에게 남은 일을 마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어요.

하얀 눈에 덮힌 숨 죽인 겨울 산,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숲, 온통 얼음으로 뒤덮힌 겨울 호수, 늑대와 곰의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흔들릴 것만 같은 적막한 겨울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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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찾아왔어요. 초록빛 훈훈한 바람에 눈이 녹고 새싹이 움트고 새들이 노래를 시작합니다. 숲은 다시 온갖 소리와 향기로 가득찼어요. 쨍하고 부서질 것 같았던 호수 역시 제 모습으로 돌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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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시 반복 됩니다. 울창한 숲속을 걷고 있던 곰 앞에 나타난 존재는 다름 아닌 지난 겨울 숲에서 만나 함께 산책했던 늑대였어요. 둘은 살랑거리는 봄바람 속을 함께 산책합니다. 지난 번 산책에 온몸으로 느꼈던 겨울을 추억하며 이제 둘은 새로운 계절의 숲을 느낍니다. 눈과 귀와 코로 느끼는 봄, 숲은 다시 깨어나고 있습니다.

온몸과 온 마음으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 “산책”. 겨울에서 봄으로 숲속을 나란히 산책하던 곰과 늑대처럼 함께 걸을 누군가가 있다면 숲과 계절의 향기가 더욱 물씬하겠죠.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서로를 향해, 이 세상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마주본다면 온 세상이 하나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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