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
책표지 : 비룡소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원제 : The Philharmonic Gets Dressed)

글 칼라 쿠스킨, 그림 마르크 시몽, 옮긴이 정성원, 비룡소


“코를 킁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크 사이먼트의 재치있는 그림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주는 그림책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 미국 영어교사협회 선정 동시 부문 최우수상(1979년)을 받은 칼라 쿠스킨의 글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와 함께 낭송되는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상, 함께 들여다 보시죠~ ^^

주말을 맞이하는 설레임으로 온 세상이 한가로이 퇴근길에 들어서는 금요일 저녁, 일하러 나가려고 옷 입을 준비를 하는 아흔두명의 남자와 열세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요? 어떤 옷을 입는지 조금 더 지켜 보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다들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는걸 보면 금요일밤 멋진 파티에라도 참석하려는걸까요? 다음 그림에서 옷을 거의 다 차려 입은 열세명의 여자들의 모습 속에 살짝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뭔가 엉성하고 어색한듯한 자세로 첼로를 연주하는 여자를 보면 신문 풍자만화를 그렸던 마크 사이먼트의 위트가 느껴집니다.

여자들 몇몇은 목걸이나 귀걸이를 해.
하지만 팔찌를 차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팔찌는 일할 때 방해가 되거든

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가보네요. 멋진 무대 조명 아래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인가봐요.

그런데, 아흔두명의 남자들 속에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넥타이 색깔도 다르고, 턱시도도 남들과는 달리 긴 꼬리가 달렸어요.

흰색 머리가 섞인 검은색 곱슬머리에 주름 장식 셔츠를 입고, 커머번드를 두른 남자는 굉장히 커다란 흰색 넥타이를 매지. 정말 커서 흰색 박쥐 같아. 그런 넥타이를 맨 사람은 그 남자뿐이야.

그 남자는 흰색 조끼를 재빨리 입고, 그 위에 검은색 재킷을 입어. 앞쪽은 짧고 뒤쪽은 긴 특이한 옷이지. 뒤쪽은 두 갈래로 길게 갈라져서 꼭 제비 꼬리 같아.

그리고 다른 아흔한명의 남자들과 열세명의 여자들은 모두 전철이나 버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이 남자만 아주 기다란 자동차를 타고 가네요. 다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인건 알겠는데… 이 남자는 과연 어떤 악기를 연주하길래 남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멋진 자동차를 타고 연주회장으로 가는걸까요?

이 사람들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야.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는 사람들이지.

남다른 옷을 입은 한명의 남자는 바로 지휘자였군요. 연미복을 입은 지휘자의 뒷모습 보이시죠? 지휘자의 지휘와 함께 아흔한명의 남자와 열세명의 여자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이 천장에 매달린 여섯개의 샹들리에보다 더 환하게 무대로부터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음악에 푹 빠져든 관객들의 열기가 그림속에서 느껴지시나요? ^^

백다섯명 모두가 주인공

지금껏 오케스트라 하면 카라얀이나 정명훈처럼 유명한 지휘자나 베토벤 같은 거장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던 것에 반해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자체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백다섯명의 단원들이 주인공입니다.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무대 뒤에서의 이들의 모습은 어떤지, 공연을 앞두고 준비하는 모습은 어떤지를 편안하면서도 한명 한명의 개성을 잘 살려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워하는 방식도, 옷입는 스타일도 모두 제각각인 백다섯명의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내는 조화가 바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관현악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림 속에 있는 아빠, 엄마, 꼬마, 아기, 강아지와 고양이… 이들은 오늘의 주인공인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가족들입니다. 아흔두명의 남자들과 열세명의 여자들의 아빠와 엄마, 또는 아내와 남편, 그들의 아이들과 반려동물들… 그들이 열정을 다해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하고 다른 백네명의 사람들과의 조화를 통해 한곡의 멋진 관현악을 만들어내는 동안 집에서 그들을 응원하는 가족들 말이죠.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한명 한명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점, 그래서 주인공들의 가족들의 모습도 잊지 않고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세심한 배려가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한눈에 보이는 오케스트라

편안하게 전개되는 그림과 이야기 속에 오케스트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를 다 읽고 나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4악장을 틀어 놓는다면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지휘자,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 더블베이스 연주자, 첼로를 켜는 멋진 수염의 할아버지… 이 모든 광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연주자의 수에 따라 40명 규모로 이뤄진 체임버 오케스트라(Chamber Orchestra)와 104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심포니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Philharmonic Orchestra)라고도 하구요. 이 책에 주인공들은 바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었군요. 글을 쓴 작가가 뉴욕에서 태어났으니 아마도 뉴욕 필하모닉이겠네요.

그림책 제목만으로도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들, 그리고 이 악기들의 배치 등에 대한 것들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오케스트라에 대한 정보를 딱딱한 설명이 아닌 자연스러운 이야기 형태로 재치 있는 그림 속에 담아내어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휘자는 다른 단원들과 다른 눈에 띄는 멋진 옷을 입는다는 사실까지도 말이죠.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재미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는 그림을 맡은 마크 사이먼트의 세심한 관찰력과 재치 있는 표현이 매우 두드러지는 그림책입니다.  백다섯명의 인물들 하나 하나의 특징을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선처리를 통해 잘 살려 내었습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복에 사용되는 검은색, 흰색을 주로 사용하면서 빨간색과 노란색을 통해 강조와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도 그의 재치 있는 그림들을 보며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이 책에 빠져들기에 충분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나 지휘자가 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찾아 볼 일은 없을겁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는게 순서겠죠. 이 책을 통해서 아이에게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알려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에게 다양한 주제를 경험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읽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이와 함께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를 재미 있게 읽는 한가지 팁은 단원 한명 한명을 쫓아 다니는겁니다. 아이와 함께 각각의 단원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어떤걸지 한명 한명 쫓아가면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거죠. 그림책을 따라 한명 한명 씻는 습관과 옷 입는 취향은 어떤지, 어떻게 연주회장까지 이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악기를 연주하는지 아이와 함께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래의 여러 그림들 중 첫번째 그림을 보면 거울 앞에서 면도하는 할아버지가 한분 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어떤 악기를 연주하는지 한장 한장 넘기며 찾아 보세요. 이 할아버지는 면도 후 줄무늬 사각팬티를 입고, 검은색 양말을 신고, 흰색 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전철을 타고 공연장으로 향합니다. 드디어 무대 위에 나타난 수염이 멋진 이 할아버지가 연주하는 악기는 첼로군요~ ^^

아는만큼 들린다

중간에 이 책의 주인공들은 아마도 뉴욕 필하모닉 단원들일거라고 추측했었습니다. 올해 2월에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고 갔더군요. 뉴욕 필하모닉 홈페이지에서 당시의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2014년 2월 뉴욕 필하모닉 내한 공연 프로그램

  • Beethoven – Fidelio Overture 
  • Beethoven – Piano Concerto No.3
  • Tchaikovsky – Symphony No.5

프로그램을 보니 연주곡은 달랑 세곡뿐입니다. 티켓값이 제법 비쌌을텐데 세곡밖에 안들려 주고 갔나… 하고 찾아 보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연주시간만 해도 거의 한시간에 가깝더군요. 위의 세곡과 환호하는 청중에게 답례로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을 앙코르로 선사했다는군요. 공연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니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마지막 4악장의 연주가 끝났을때 관객들이 모두 기립 박수를 끝도 없이 쳐 줬다고 합니다.(기사 원문 보기)

New Your Philharmonic – Youtube Channel

아이 키우다 보면 엄마 아빠가 똑똑해진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내 아이는 내가 못해본 것들 시켜줘야지 하는 부모마음에 알지도 못하는 그림 보러 다니고, 오늘은 차이코프스키 운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음악에 대한 그림책 뒤적이다 발견한 아주 멋진 그림책 “백다섯명의 오케스트라”였습니다. 내친김에 음악이 담겨 있는 그림책들 조금 더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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