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 할망과 수복이

삼신 할망과 수복이

김춘옥 | 그림 장경혜 | 풀빛
(발행 : 2018/10/25)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삼신 할망, 삼신 할미, 삼신 할머니… 아기를 점지해주고 무사히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잘 자라도록 지켜주는 수호신이죠.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 한 사람의 생을 지켜주는 신을 지혜롭고 자상한 할머니로 설정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나를 세상에 내보낸 푸근하고 넉넉한 할머니 수호신이 늘 곁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것, 뭔가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삼신 할망과 수복이”는 수복이란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의 오래된 기억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기들은 서천 꽃밭에서 삼신 할망이 준 생명 꽃을 품고 태어나.
부자 꽃, 가난 꽃, 장수 꽃, 단명 꽃, 복 받을 꽃 등등 말이야.
수복이는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노란 꽃을 받았어.

노란 꽃밭에 날아드는 샛노란 나비들, 발그레 상기된 수복이의 뺨은 앞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보입니다.

삼신 할망과 수복이

그런데 갑자기 저승 할망이 달려드는 바람에 수복이의 생명 꽃이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저승 할망을 쫓아낸 삼신 할망 곁에서 꽃잎이 떨어져 나간 꽃을 들고 수복이가 울먹입니다.

“할망님, 전 이제 어떻게 되나요?
아기로 태어날 수는 있나요?”

“생명에는 정성이 필요하단다.
다친 꽃을 가진 아기는 더욱더 말이야.”

삼신 할망과 수복이

수복이가 태어나자 가족들은 삼신상을 올려 수복이를 오래오래 살도록 지켜달라고 정성을 다해 빌었어요. 다친 꽃을 품고 어머니 배 속으로 들어간 수복이 곁에서 삼신 할망은 온갖 정성으로 지켜주고 돌보아줍니다.

태어나자마자 걸린 금줄 덕분에 귀신들의 해를 입지 않은 수복이, 백일 되던 날엔 마마신이 슬그머니 수복이를 찾아왔지만 수복이 가족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갔어요.

이웃집에 태어난 아기가 궁금해 몰려든 사람들 표정이 저마다 재미있게 묘사되었어요. 한 생명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즐거워하는 우리들의 모습이에요. 그 사이 하얀 선으로 아른아른하게 묘사한 온갖 잡귀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왼쪽으로 꼰 새끼줄을 풀지 못해 수복이네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귀신들 사이에서 분노하고 있는 저승 할망도 찾으셨나요?

삼신 할망과 수복이

수복이가 자라면서 사람들 말을 하나씩 알아듣게 되자 삼신 할망이나 저승 할망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집니다.

누워있던 수복이가 뒤집고 기어 다니고 아장아장 걸으며 엄마 품 속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모습을 처음 생명을 보내준 저쪽 세상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살아갈 세상으로 넘어오는 것처럼 묘사했어요. 마치 긴 강을 건너 세상 속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죠. 엄마가 있는 세상은 삼신 할망이 지켜주던 서천 꽃밭의 봄날처럼 따스하고 환합니다.

삼신 할망과 수복이

수복이의 돌이 돌아왔어요. 돌상에 백설기와 붉은 수수팥떡, 경단, 대추, 쌀, 돈, 책, 먹, 벼루, 무명 실타래가 올라와 있습니다.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수복이가 돌잡이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 곁에서 하얀 빛을 가득 품은 삼신 할망이 뿌듯한 표정으로 함께 하고 있고 저쪽 끝에는 어두운 빛을 가득 품은 저승 할망도 수복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수복이는 무명 실타래를 덥석 잡았어요. 그걸 본 사람들이 ‘장수하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어요. 수복이가 장수를 의미하는 무명 실타래를 잡았으니 그동안 끊임없이 수복이를 따라다녔던 저승 할망은 이제 빈손으로 터덜터덜 돌아갈 수밖에 없겠네요. 생명줄을 상징하는 실타래는 그림책 제목 글자에서 시작해 그림책 페이지마다 수복이 주변을 감돌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집니다.

삼신 할망과 수복이

삼신 할망은 수복이가 자신을 잊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라는 동안 수복이는 삼신 할망이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곤 했어요. 위급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마다 누군가 늘 수복이를 지켜주고 구해주곤 했거든요.

이제 일흔이 된 수복 할아버지가 돌이 될 손녀를 보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손녀 곁을 찾아올 삼신 할망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말이에요. 생명의 실타래는 이제 수복 할아버지에게서 손녀에게로 그렇게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정성과 사랑이 필요한지 그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낸 그림책 “삼신 할망과 수복이”, 우리 고유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 속에 전통 문화와 그 의미까지 오롯이 담아낸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가신 : 우리 집을 지키는 신들 이야기

0 이 글이 마음에 든다면 공감의 표시로 왼쪽 회색 하트를 눌러주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