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손님

도둑손님

글/그림 강소희 | 독립출판
(발행 : 2017년)

※ 강소희(flyss29@gmail.com)
“도둑손님” 구입처


지난 해 6월 말쯤 새글 발행을 잠시 내려놓고 열흘 정도 쉬며 최근 이 골목 저 골목마다 하나 둘 들어서고 있는 동네책방들을 찾아다녔더랬습니다. 가온빛 작업실 겸 책방 하나 내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그런데 독립출판으로 만들어진 그림책들도 적지 않더군요. 기존의 출판사들이 만들지 않았을 뿐 정식으로 서지 등록하고 알라딘 등 일반 서점에서도 함께 파는 책들도 있었고, 아예 ISBN 번호조차 없이 온오프라인 동네책방에서만 파는 책들도 있더라구요.

오늘은 그 때 사두었던 오로지 파란색 물감으로만 그려낸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우리보다 많이 힘겨운 시절을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듯한 그림책 “도둑손님”입니다.

도둑손님

언젠가부터 집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를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늦은 밤 모니터 앞에서 마음에 드는 식재료와 생필품 등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만 하면 다음 날 아침에 문앞에 두고 가는 세상이다보니 매일 출근해야만 하는 직업이 아니라면 사실 집에 콕 처박혀 지내는 게 별반 어려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요즘입니다.

집에서 나가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완벽한 것처럼 느껴지는 주인공 히히(책에는 ‘히히’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열일하다 잠깐 눈 좀 붙이고, 출출하면 즐겨보는 미드 틀어놓고 라면 한 그릇, 운동과 요리에 머리 자르기까지… 소박하지만 완벽한 히히의 나날들.

도둑손님

그런데 언제부턴가 물건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서재도, 부엌도, 화장실도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진 채 빈 틈들 투성이입니다. 잠금장치를 새로 달고, 집안에 모든 틈새를 꽉꽉 틀어막아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혹시나 엉뚱한데 두고 못찾는 건 아닐까 싶어 구석구석 뒤져보지만 사라진 물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둑손님

도둑이 드나든다는 생각에 겁을 먹은 히히는 경찰에 신고합니다. 잃어버리거나 내다 버린 건 아닌지, 도둑 맞은 게 틀림 없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도둑의 흔적과 단서를 찾던 형사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연락을 주겠다며 떠납니다. 겁 먹은 히히를 위해 현관문 앞에 CCTV만 달랑 설치해주고, 도둑이 이걸 보면 겁을 먹고 도망갈 거라는 말만 남긴 채.

다시 혼자 남은 히히.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도둑이 드나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질 않습니다. 그 때 집안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겁에 질린 채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던 히히는 거대한 괴생명체를 목격합니다. 괴생명체는 제 집인양 태연하게 책장에서 책들을 뒤적이다 얼마 후 사라집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히히는 다음 날 아침 형사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형사는 CCTV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오늘 밤부터는 자신이 집 앞에서 감시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도둑손님

밤이 되고 경찰차가 집 앞에 세워진 것을 확인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야구방망이를 움켜쥐고 괴생명체 체포를 위한 잠복 근무에 동참한 히히.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같은 자리에 괴생명체가 또 다시 나타납니다.

안 돼 !!!

히히는 괴생명체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달려나갑니다. 재빨리 도망치는 괴생명체. 집 앞을 지키던 경찰차를 향해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차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히히는 용기를 내어 괴생명체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도둑손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막다른 길에서 마주하게 된 히히와 괴생명체.

“너 누구야.”

“왜 그랬어?”

야구방망이를 든 손에 잔뜩 힘을 주며 괴생명체를 다그치자…

도둑손님

괴생명체는 대답 대신 히히에게 달려들더니 그녀를 꿀꺽 삼켜버립니다.

도둑손님

그리고, 괴생명체의 뱃속에서 만난 강아지만큼이나 자그마한, 그래서 덜 위협적인 괴생명체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난감하기만 한 히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둑손님

괴생명체의 뱃속엔 그동안 없어졌던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자신의 책 한권을 얼른 집어들고 히히는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강아지처럼 작고 덜 위협적인 괴생명체들이 히히를 바짝 추격합니다. 밖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작은 구멍을 통해 탈출하려는 순간 그만 발목을 잡히고 만 히히.

도둑손님

히히는 그제서야 자신이 신발을 한 짝만 신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작은 괴생명체들은 히히를 잡으려고 쫓아온 게 아니라 신발을 건네 주려고 했던 거였구요. 작은 괴생명체들은 히히의 맨발에 자신들이 가져온 신발을 신겨 줍니다.

도둑손님

도둑손님

괴생명체를 쫓다 잡아먹히고, 그 괴생명체의 뱃속에서 만난 작은 괴생명체들과의 이상한 만남. 가까스로 괴생명체들로부터 벗어나게 된 히히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히히는 오랜만에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도둑손님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나서야 형사가 찾아왔습니다.

도둑손님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서 히히의 발연기가 시작됩니다.

“안녕하세요, 형사님. 이제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더 이상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아요.”

“지금 집에 손님이 계셔서,
그럼 이만.”

히히의 뒤엔 그녀의 어색한 연기만큼이나 어설프게 책들 사이로, 책장 뒤로 숨은 괴생명체들. 스릴러물인줄 알았던 이야기는 훈훈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푸른색으로 가득한 그림책 “도둑손님”, 강소희 작가는 자신의 첫 그림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완벽한 것만 같았던 히히의 집콕 생활. 하지만 괴생명체 소동을 겪으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나눔과 연대를 통해 비로소 우리의 삶이 완벽해짐을 깨닫게 된 건 아닐까요?

이 그림책 보며 가온빛지기들끼리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칠까 합니다. 80여 쪽에 이르는 그림책 속에 꼭꼭 숨겨둔 작가의 메시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내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독자분들에게 안겨 드리기 위해서 말이죠.  😉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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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책
서책
2019/02/02 14:44

이책 급관심 갑니다.
파란색으로만 그린 그림책이라
더 매력있네요

스토리도
재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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